미 전역에 소수계 대표 선거구 급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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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대법원, 루이지애나 선거구 재조정 판결 임박
소수계 정치력에 중대한 영향... LA 시 등 아시안 선거구 신설 가능성 주목
연방대법원이 오는 24일 심리할 루이지애나주의 선거구 재조정 관련 판결에 미 전역의 소수계 커뮤니티가 주목하고 있다.
특정 소수민족 공동체를 대표하는 선거구가 거의 없는 미국의 선거구 현실을 반영할 때 이번 판결에 따라 향후 미국내 선거구획 조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에 따라 로스앤젤레스 시나 카운티에도 한인 등 아시아계를 대표하는 선거구를 신설할 가능성이 높아져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에 연방 대법원이 들여다보는 사건(루이지애나 대 캘러이스, 로빈슨 대 캘러이스)은 루이지애나 주의 연방 하원 선거구 조정 문제다. 흑인 인구 비율이 약 33%에 달하는 점을 고려해 흑인 유권자를 대표하는 선거구가 최소 2 개가 돼야 한다는 주장과, 선거구 조정에 인종을 기준할 수 없다는 반대 소송이 맞서고 있다.
앞서 루이지애나 주 의회는 2020년 연방 센서스 결과에 따라 선거구를 재조정했지만 흑인 유권자가 다수인 선거구는 1곳에 그쳤다. 이에 흑인 커뮤니티는 새 선거구 지도가 ‘인종적 게리멘더링’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해 연방 대법원은 루이지애나 주는 흑인이 다수인 선거구 2개가 포함된 지도를 사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같은 판결에 반발한 비흑인 유권자 12명은 흑인이 다수인 2개의 선거구가 오히려 인종을 기준으로 조정된 것이므로 이는 역차별이며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지난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에 대해 NAACP 법률방어교육기금 소속의 빅토리아 웬저 변호사는 지난 14일 에스닉미디어서비스(EMS)에서 주최한 온라인 미디어 브리핑에서 “루이지애나주의 기존 선거구는 흑인 유권자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연방 정부는 1965 년 제정된 투표권법에 따라 소수민족의 선거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웬저 변호사는 무엇보다 “투표권리법에 따라 선거구 재조정시 특정 공동체가 공유하는 문화적, 경제적, 사회적 이슈를 고려해야 한다”며 만일 연방 대법원이 원고를 지지하는 판결을 내린다면 앞으로 선거구 재조정 과정에 참여하는 각 주의회는 흑인 및 유색인종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인구조사 결과와 인구 변화를 무시하고 백인 유권자들이 선호하는 선거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 참석한 데반타 루이스 루이지애나 3지구 공공서비스 커미셔너도 “단순한 수학을 적용하면 루이지애나의 흑인 인구 비율이 33%이므로 전체 6개 의석 중 최소 2개는 흑인 다수 선거구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주의회는 이에 대한 어떤 변화도 시도하지 않았다”며 “기존 지도가 위헌일 가능성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 새로운 선거구 지도를 채택해야 한다는 정치적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는 선거구 재조정이 정치적으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의 투표가 효과가 없다고 느낀다면 유권자의 정치 참여도는 앞으로 더 낮아질 것”이라며 “특히 루이지애나에서는 거의 모든 판사가 선출직인 만큼 공정한 선거구 재조정은 지방 정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방 대법원의 판결은 한인 등 아시아계를 대표하는 선거구가 없는 로스앤젤레스 시의회 선거구 재조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웬저 변호사는 “이번에 연방 대법원이 내릴 헌법과 1965 년 투표권법의 해석에 따라 시의회, 교육위원회, 공공서비스위원회 선거구 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2020년 이후 선거구가 그려질 때 이번 판례가 모든 선거구 지도 작성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로스앤젤레스 시의회 선거구는 지난 수십 년간 한인타운을 4개 지역구로 분할했으나, 한인 커뮤니티가 꾸준히 단일 선거구 지역구를 요구하자 2022년 한인타운 중심 지역을 1곳(10지구)에 포함한 지도를 채택했다. 그러나 여전히 해당 지역구의 대부분이 흑인 지역과 연결돼 있어 한인 및 아시안 커뮤니티를 대변하는 시의원을 배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이날 참석자들은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단순히 선거구 지도 재조정을 통해 투표권을 보장받는 것 뿐만 아니라, 투표권이 실제 공동체를 대변할 대표를 선출하고 정책을 형성하는 정치적 힘으로 이어져 커뮤니티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기여햐야 한다며 커뮤니티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했다.
‘남부를 강타하는 투표권’에 관한 주제로 열린 이날 브리핑에는 애슐리 셸턴 평등정의파워연합회 사무국장, 빅토리아 웬거 NAACP 법률방어교육기금 소속 변호사, 데반타 루이스 루이지애나 3 지구 공공서비스 커미셔너, 알라나 오돔 ACLU 로스앤젤레스 지부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