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나는 드론으로 선교?… “갈급한 영혼 구합니다”
페이지 정보
본문
한세대 드론 아카데미 양현호 교수
한세대학교 드론아카데미 양현호 교수가 지난 9일 강의실에서 드론을 활용한 선교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군포=신석현 인턴기자
바닥에 있던 20g짜리 몸체가 서서히 떠오른다. ‘윙… 윙…’. 무게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가녀린 외관에 비해 소리는 우렁차다.
“어 어 된다. 된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앞뒤 좌우 위아래로 움직일 때는 제법 센 바람도 일으킨다. 입문자를 위한 교육용 드론을 직접 날려봤다.
지난달 25일 추석을 앞두고 경기도 군포시 한세대학교를 찾아 드론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양현호(59) 교수에게 교육용 드론을 빌렸다. 10분간 조절기 작동법을 배웠다. 양 교수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
드론이라면 보기만 해봤던 기자가 드론 날리기에 도전한 건 단순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15일 경기도 양평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ACTS) 평생교육원 ACTS드론아카데미에서 4주 과정의 ‘드론선교 운용자 과정’이 시작됐다. 취재차 찾은 첫날 강의현장에서 강사로 나선 양 교수는 선교사들이 짧은 시간 강습을 받아도 드론을 조종할 수 있다고 했다.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추석연휴 기간 직접 시도해 보기로 했던 것이다. 하루 20분씩 집 안에서 드론을 날렸다. 결과는 ‘정말 가능하다’였다.
드론으로 선교한다?
양 교수는 1988년 순경으로 경찰 공무원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지난해 초 미8군 한국경찰 출장소장직을 마지막으로 퇴임하면서 33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곧바로 양 교수는 한세대 경찰행정학과의 범죄수사학 교수로 임용됐다. 드론아카데미는 교수 임용 1년 전 경찰 재직 중이던 2018년에 만들었다. 한세대 경찰학박사 총동문회장을 하면서 민간조사학회를 꾸렸고 탐정과 선교, 드론을 접목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학교는 양 교수의 의견에 공감해 드론아카데미 운영을 지원했고 학교 운동장 사용도 허용했다.
아카데미를 찾는 사람은 주로 경찰관이나 소방관이었다.
“화재나 실종자 수색 현장에 드론이 활용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경찰관, 소방관이 강습을 받으러 많이 왔죠. 2018년부터 올해까지 200여명이 국가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목사님이나 교회 관계자도 강습을 받으러 오셨지만 그 수는 많지 않았어요.”
양현호 교수가 9일 한세대 드론아카데미 사무실에서 수강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사전에 드론 활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군포=신석현 인턴기자
경찰·소방 공무원에게 드론을 가르치면서도 선교사를 위한 드론교육에 대한 열정은 놓지 못했다. 양 교수는 “경찰과 소방관, 선교사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모두 사람을 구하는 일을 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ACTS에서 선교사 교육에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을 때 소액 강의료만 받고 강의하고 강사 섭외에 도움을 준 것도 이 때문이다. 양 교수는 강의료 전액을 ACTS에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모태신앙으로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양 교수의 최종 꿈은 선교현장에서 직접 드론을 가르치는 선교사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한국어 교원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는 “지금도 선교지에서 한국어와 드론을 가르치며 선교한다면 어떨까 상상한다”고 말했다.
드론 어렵지 않다
지난 9일 양 교수를 다시 찾았다. 교육용 드론으로 연습한 기량을 선보이기 위해서였다. 한세대 운동장에서 이필진 수석교관의 지도를 받으며 교육용 드론을 날렸다. 야외에서는 처음이다. 본체가 워낙 가벼워 미풍에도 바람의 방향에 쓸려갔다. 기자의 조작 수준을 지켜본 이 교관이 실습용 드론을 날려보자고 제안했다. 실습용 드론은 국가자격증 취득을 위한 연습용 드론이다. 12㎏ 초과 150㎏ 이하의 무인비행장치를 이용해 사업을 하는 조종자는 국가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이필진 수석교관의 지도로 수강생과 기자가 드론을 날리는 모습. 군포=신석현 인턴기자
교육용 드론으로 손맛을 본 터라 겁 없이 실습용 드론 조종기를 잡았다. 안전을 위해 헬맷도 썼다. 프로펠러가 돌자 운동장에 모래 바람이 일었다. 묵직하게 공중으로 떴다.
이날 첫 조종에서 국가자격증 실기시험 코스 7개 중 4개를 경험했다. 이 교관은 “시간을 들여 연습하고 안전 수칙만 잘 지키면 충분히 국가자격증을 딸 수 있다”고 했다. 선교사가 선교지에서 드론을 사용하려면 용도에 따라 자격증을 취득하는 게 좋다고 양 교수는 조언했다.
ACTS 선교대학원 소윤정 교수는 선교지에서 쓸 수 있는 드론 활용법을 소개했다. 우선 교육용 드론으로는 현지 어린이 전도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전문 기술이 있다면 오지를 탐험하거나 구호품을 전달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소 교수는 “선교사에게 비자 발급을 해 주지 않는 국가들이 있는데 드론 전문가로 비자를 발급받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이 취약한 국가에선 드론을 활용해 정부 정책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양 교수는 “긴급하게 혈액이 필요한 병원에 혈액을 공급할 수도 있고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실종자를 수색할 수도 있다”며 “행정기관이 선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ACTS에서 드론교육을 받은 선교사 3명은 교육 과정이 끝난 뒤 양 교수에게 국가자격증을 따겠다며 신청했다. 아프리카 A국의 경찰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B선교사는 “학생들에게 드론을 가르칠 계획”이라며 양 교수에게 기도편지도 보냈다고 한다.
군포=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관련링크
-
국민일보 제공
[원문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