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살리는 교회에 군대 용어 너무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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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같은 의지 강조하려 군대 용어 곳곳에서 사용
“교회서 남발하는 건 문제 거부감 없도록 개선할 필요”
군인처럼 담대하게 전도하자는 취지로 사용하는 군대식 교회 용어들이 불신자들에게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부터 ‘하나님 나라의 군사들’ ‘전도 특공대’ ‘주님을 따르는 것은 전쟁’이라고 표현한 전도 독려 영상. 유튜브 캡처
“여보. 그동안 군인 교회 다녔던 거야.”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지선(가명·40) 집사에게 최근 불신자인 남편이 물었다. 코로나19로 매 주일 온라인예배를 드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함께 설교를 듣던 남편이 “우리 모두 전도 특공대원이 되자. 교회를 복음의 전초기지로 만들자”라는 설교 내용을 비꼰 것이었다. 김씨는 1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신앙생활을 오래 한 사람에게는 전도 특공대나 하나님의 군대 같은 표현이 비교적 익숙하지만, 불신자들에게는 거부감이 상당히 크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남편이 교회에 실망할까 봐 걱정됐지만, 딱히 설명할 말이 없어 웃고 말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온라인예배가 늘면서 교회에서 자주 사용하는 군대식 용어가 신자와 불신자 사이의 거리를 더욱 넓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군대식 교회 용어는 군인 같은 결연한 자세로 전도와 신앙생활에 임하자는 취지로 사용되지만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나열하는 데서 오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특공대’는 ‘적을 기습하기 위해 특별히 훈련된 부대’를 뜻한다. ‘폭발’은 ‘급속한 화학 반응에 의해 가스와 열이 발생해 화염 및 파괴 작용을 일으키는 현상’을 의미한다. ‘전도’와 ‘특공대’ ‘폭발’을 짝지어 사용하는 건 부적절하게 들릴 수 있다. ‘하나님의 군대’나 ‘신앙의 정병’, ‘미사일 같은 기도의 능력을 달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교인들도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군대식 용어에 피로감을 느낀다. 서울 서초구 한 교회에 출석하는 이세영(가명·57)씨는 “일주일 내내 전쟁터 같은 세상에서 살다 주일에 안식을 얻기 위해 예배를 드리는데 ‘영적 전투’나 ‘사역의 병참기지’ ‘복음의 고지를 점령하라’ 같은 용어를 너무 많이 듣게 돼 불편하다”면서 “예배를 통해 치유와 위로를 받고 싶은 교인들의 마음도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교계에서도 군대식 용어 사용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양성평등위원회가 발간한 자료집에도 군대식 용어 남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양성평등위원회는 “사회에서 일상화된 군대 용어가 생명과 평화를 지향하는 교회에서 비판 없이 사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세종대 국문과 교수를 지낸 김재남 서울 아름다운동산교회 목사는 “군대에서 사용하는 폭력적인 용어를 생명을 살리는 교회에서 공공연히 쓰는 건 상당히 어색한 일”이라며 “교인은 물론이고 불신자들에게 큰 거부감을 준다는 점에서 지양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전도 특공대는 전도대로, 성령 폭발이나 전도 폭발은 성령 임재와 전도 운동으로 순화해 사용하자”면서 “차제에 교회용어 순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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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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