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처럼 빛나는 에녹… 365년의 삶 중 300년을 ‘주님과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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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응렬 목사의 창세기 산책 <9>
류응렬 미국 와싱톤중앙장로교회 목사(맨 앞) 등 교역자들이 지난 5월 성도들이 필사한 성경을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받기 위해 교회 건물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2300여명의 성도가 코로나19 가운데 40일 성경필사 운동에 동참해 14권의 성경을 만들었다.
미국 전역을 눈물바다로 만든 인간 승리의 두 주인공이 있습니다. 아버지 딕 호이트와 아들 릭 호이트입니다. 릭은 태어날 때 목에 탯줄이 감겨 뇌성마비와 전신 마비 상태가 되었습니다. 아들이 11세 때 눈동자가 돌아가는 것을 감지한 아버지는 터프스대학교 연구진의 도움으로 머리의 움직임을 통해 아들과 대화를 시작합니다.
1977년 릭은 교통사고를 당한 친구의 치료비 모금을 위해 달리기 이벤트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몸도 좋지 않은 아들을 휠체어에 태우고 8㎞를 달릴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하지만 아들을 향한 절대적인 신념으로 아버지는 마침내 완주합니다. 비록 꼴찌에서 두 번째로 들어왔지만 아들의 한마디가 아버지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아빠, 우리가 달리고 있을 때 난 더 이상 장애인이라 느끼지 않았어요.”
이후 아버지는 ‘팀 호이트’라는 이름으로 아들을 휠체어에 태우고 미국 전역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1981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53분20초 만에 완주했습니다.
2012년 아버지는 72세, 아들은 50세의 나이로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30번째로 참가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기쁨을 위해 달렸고,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달리면서 자유를 느꼈고 행복을 노래했습니다. 함께 걷는 것, 동행이란 위대한 기적을 만드는 일입니다.
족보가 주는 의미
창세기 5장에는 많은 사람의 이름을 담은 족보가 나옵니다. 성경에서 족보를 자주 소개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족보는 성경이 역사적 사실이라는 점, 그리고 유한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하나님이 약속하신 말씀이 성취되어 간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1975년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남성이 60세, 여성은 68세였습니다. 2005년에는 남성 76세, 여성 83세로 늘어나 평균 80세 정도가 되었습니다. 고려 시대 왕들의 평균 수명이 42세이고, 조선 시대 왕들의 평균 수명이 47세였던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고, 불과 30년 사이에 수명이 15년 이상 연장됐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의 수명은 차원이 다릅니다. 아담은 930세, 셋은 920세, 에노스는 905세, 가장 장수한 므두셀라는 969세까지 살았습니다. 365세라는 비교적 짧은 생애를 살았던 에녹을 제외하면 창세기 5장에 나타난 이들의 평균 수명은 912세나 됩니다. 홍수 이전에 장수한 사람들의 모습은 장차 천국에서 신앙인이 누릴 영원한 생명의 그림자 역할을 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죽음의 질병을 이기고 승리한 그리스도인은 주님 앞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을 소망하며 살아갑니다. 지상에서 오랫동안 사는 것은 주님의 축복입니다. 하지만 영원한 생명을 주신 주님을 생각하면 나그네 같은 땅 위의 삶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죽음이라는 운명을 피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소식은 근원적인 절망의 삶에 온전한 소망이 됩니다.
하나님과 동행한 에녹
어느 시대든 하나님은 사람을 택하고 세우셔서 그를 통해 구원의 역사를 이루십니다. 세상이 암흑으로 덮이고 인류에 죄악이 물결쳐도 시대를 거슬러 하나님을 향해 살아가는 경건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평범하게 흘러가는 족보 이야기 가운데 혜성처럼 빛나는 한 인물, 바로 에녹입니다.
그의 삶도 다른 사람들처럼 간단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창 5:21~24). 단순한 그의 삶에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님과 동행’입니다. 에녹의 삶에 동행이라는 말은 두 번이나 반복돼 그의 삶이 하나님과 전적으로 동행한 것이었음을 강조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그의 삶이 하나님께 헌신되었는지는 나타나지 않지만, 그는 365년의 생애 가운데 300년을 하나님과 동행했습니다. 동행이란 ‘함께 걷다’ 또는 ‘함께 살다’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함께 걷고 살아간다는 것은 평소의 삶 자체를 보여 줍니다.
에녹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자라 하는 증거’를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사람으로 칭송받은 사람, 피조물이 창조된 목적대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삶을 그대로 실현했던 에녹이었습니다.
아담의 타락 이후 인류가 점점 죄악으로 물들어 갈 때, 에녹은 캄캄한 밤하늘에 혜성처럼 빛나는 존재였습니다. 하나님은 이런 사람을 기다리십니다. 시대의 흐름에 물들지 않고, 땅 위에 발을 디디고 살아가지만, 하늘을 향해 호흡하는 사람을 찾으십니다. 자신의 행복이 최대 관심거리가 된 시대에 하나님의 영광을 향해 살아가는 사람을 찾으십니다.
에녹이 평생 주님과 동행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다름 아니라 매일 주님과 동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에녹은 매일 동행하기 위해 매 순간 주님께 의지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을 살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결단입니다. 위대한 인생을 살려 하지 말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일평생 하나님과 동행한 에녹의 삶은 예수님의 일생을 보여 줍니다. 하나님과 함께하셨고, 하나님 자신이셨던 예수님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 복음을 전하셨고, 하나님의 뜻대로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매 순간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사셨던 예수님의 뒤를 따라가는 사람들, 이들이 그리스도인입니다.
(미국 와싱톤중앙장로교회)
국민일보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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