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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 [유분자] 팔순에 '생명 우물' 찾아 아프리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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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LA중앙일보| 작성일2021-04-15 | 조회조회수 : 72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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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기고 싶은 이야기 <제4화> '간호사의 대모' 유분자

    <6> 소망소사이어티 창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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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2월 아프리카 극빈국 차드에 소망우물 1호가 설치됐다. 우물 앞에서 1차 원정대가 기념촬영을 했다. 뒷줄 왼쪽부터 미주중앙일보 정구현 기자, 나, 권홍량 목사, 굿네이버스의 이병희 국장, 권 목사의 딸 해나. 당초 40개를 목표로 했던 우물은 11년이 지난 현재 451개가 놓였다. 후원금은 거의 170만 달러에 달한다 [유분자 이사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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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드의 소망우물 사업은 소망학교로 이어지고 있다. 1호 소망학교 개교식에 아이들이 춤을 추고 있다.
     


    2007년 사업 정리하고 은퇴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 고민

    웰다잉 홍보 비영리단체 설립


    아프리카서 우물파기 11년째

    451개·모금액 168만불 달해

    소망학교 5개 세워 교육까지


    2010년 2월26일.


    한밤중에 도착한 공항은 어둡고 으스스했다. 어둠침침한 조명 아래 모기들이 떼지어 날아다니고, 검은 피부의 무장한 군인들은 매서운 눈초리로 경비를 서고 있었다. 스물두 시간의 긴 여행으로 몸은 녹초가 되어 있었다. LA에서 파리로, 다시 파리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여섯 시간을 날아왔다.


    팔순을 앞두고 몸은 지쳐있었지만, 가슴 저 밑에선 따스한 기운이 솟아나고 있었다. 기쁜 설렘이었다.


    도착한 곳은 아프리카의 최극빈국 차드다. 극심한 식수난에 오염된 물을 마셔 병든 사람들에게 우물을 파주기 위해 왔다. 지구상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나라를 찾아온 계기는 ‘소망’ 때문이다.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소망과 2007년 창설한 ‘소망소사이어티’의 구호사업이 척박한 땅으로 나를 이끌었다.


    #삶의 마무리, 생명의 시작


    2007년 32년간 운영해온 프렌차이즈 외식업체 ‘비지비(Busy Bee)’를 양도했다. 일흔을 넘겨 이젠 좀 쉬어도 되겠다 싶었다. 한가롭게 살자고 은퇴를 했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선 뭔가 할 일을 찾고 있었다. 한인사회에 꼭 필요한데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이어야 했다. 은퇴한 시니어로 삶의 마무리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죽음을 맞을 수 있는지 방법을 가르쳐주는 이가 없었다.


    간호사 경력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삶과 마무리’라는 주제의 강연을 시작했다. 하면 할수록 죽음 준비에 대한 계몽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 확신은 비영리재단인 소망소사이어티 창립으로 이어졌다. 사업체를 정리한 지 6개월만이었다.


    품위있게 늙는 ‘웰 에이징well-aging)’, 아름답게 삶을 마감하는 ‘웰 다잉(well-dying)’을 목표로 한 소망소사이어티의 첫 시작은 유언서 쓰기 캠페인이었다. 그후 장기·시신 기증 캠페인, 호스피스 교육, 장례절차 간소화 운동으로 가지를 뻗어나갔다.


    소망의 길은 자연스럽게 기부 문화 확산으로 이어졌고 2009년 한국의 국제구호단체인 굿네이버스의 이사장인 이일하 목사를 만났다. 아프리카에서 우물파기 프로젝트를 함께 하자 결심했다. 삶의 마무리에 생명을 살리는 일만큼 의미있는 웰 다잉은 없을 것이었다.


    간호사복을 입은 지 55년 만인 2010년 생명을 구하러 검은 대륙으로 향했다.


    #‘꿀꺽꿀꺽’ 생명의 소리


    차드는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으로 불린다. 아프리카 한복판에 있는 내륙국으로 바다에서 격리된 지리적 악조건과 척박한 사막기후가 나라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모두가 가난해서 가난이라는 단어조차 없는 나라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차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741달러로 미국(6만8309달러)의 1%다. 인구 1620만 명의 80%가 하루 1.9달러를 벌지 못하는 세계 5대 극빈국이다. 기대 수명은 53세밖에 되지 않는다.


    생명을 구하러 팀을 꾸렸다. 굿네이버스, 미주중앙일보와 함께 ‘소망우물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굿네이버스의 이병희 국장, 미주중앙일보의 정구현 기자, 권홍량 목사와 딸 해나, 그리고 나까지 5명이 1차 원정대로 그곳을 찾았다.


    현장에서 목격한 광경은 차라리 참상이었다. 쩍쩍 갈라진 메마른 땅에서 아이나 어른이나 목이 말라 거친 숨을 몰아쉬었고 갈증을 흙탕물로 가셨다. 정확히 말하면 흙탕물이 아니라 짐승의 대소변이 섞인 ‘오물’이다. 살려면 물을 마셔야 했고 그 물을 마셔 죽어나가는 속수무책의 잔인한 선택이 그들의 삶이었다. 차드에선 8초마다 한 명씩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도착 이튿날부터 수도 은자메나의 남쪽 은두라는 작은 마을에서 우물을 파기 시작했다. 차드에서 죽은 물과 산 물은 깊이 40m에서 나뉜다. 위로는 썩은 물이 고이지만 그 아래 물은 마실 수 있다.


    사흘 후 1호 소망우물이 터졌다. 맑은 물이 콸콸 쏟아지자 온 마을이 환호했다. 어린아이들은 우물꼭지에 입을 대고 ‘꿀꺽꿀꺽’ 물을 마셨다. 동네 이장은 울먹이면서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맑아야 할 아이들이 맑아야 할 물을 마시는 당연한 장면이 그곳에선 감격이었다. 그들의 소망은 곧 내 소명이었다.


    기적을 만든 한인들


    돌아와서 소망우물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우물 1개 설치비용은 당시 3000달러였다. 40개만 설치해도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미주중앙일보에 ‘피눈물 흘리는 아이들’이라는 제목<본지 2010년 3월11일자 A-1면>으로 5차례 연재됐다.


    한인들은 듣도 보도 못한 먼 나라의 비극에 함께 울었다. 기적이 이어졌다. 전국에서 성금이 답지했다. 3주 만에 후원금은 당초 목표했던 40개를 넘어섰다. 2008년 금융위기에 장기불황에 허덕이던 때다. 아끼던 결혼 반지를 팔아서 성금 200달러를 기부했고, 한 공무원은 한푼 두푼 월급을 쪼개 2년간 모은 현금 3000달러를 쾌척했다.


    노인들은 웰페어를 봉투에 담았다. 여섯살난 중증장애아 아들을 하늘로 먼저 보낸 부모는 아프리카의 “내 아들같은 아이들”을 위해 기부했다. 그 아름다운 사연들은 11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까지 소망소사이어티를 통해 차드에 놓여진 우물은 목표의 10배가 넘는 451개다.


    우물 1개면 지역주민 1000명이 혜택을 받는다. 한인들의 동참으로 최대 45만명에 달하는 차드 국민들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됐다.


    우물 프로젝트는 차드에서 ‘소망학교’ 설립으로도 발전했다. 오늘의 갈증을 해결했으니 아이들에게 내일의 삶을 선물하고 싶었다. 2013년 1호 학교(숙경 앨런, 유진·캐롤 최, 미키 권씨 기부)가 세워진 이래 5개교가 차드에 설립됐다. 아직도 1호 학교 개교식을 기억한다. 500여명이 모인 동네 잔치로 치러진 그 자리에서 나는 “공부 열심히 해서 큰 사람이 되라”는 격려의 말을 하다가 울고 말았다.


    그동안 우물과 학교를 세워달라고 한인들이 보내준 후원금은 168만4200달러에 달한다. 생각해보면 물은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다. 땅 밑에서 퍼올리지 못했을 뿐이다. 현실에 쫓겨 사는 메마른 우리 마음 깊은 곳에도 사랑의 우물은 있다.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나눔은 생명을 살린다.


    ▶도움 주실 분:(562)977-4580 소망 소사이어티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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