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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수일 목사와 함께 하는 주제로 읽는 성경 ⑺] 십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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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탈출한 후, 시내 산 꼭대기에서 ‘십계명’을 받은 것은 지금부터 약 3,300년 전의 일로 추정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 땅에서 나온 뒤 셋째 달 초하룻날, 시내 광야에 이른 바로 그 날,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과 계약을 맺습니다. 


    “너희는 내가 이집트 사람에게 한 일을 보았고, 또 어미 독수리가 그 날개로 새끼를 업어 나르듯이, 내가 너희를 인도하여 나에게로 데려온 것도 보았다. 이제 너희가 정말로 나의 말을 듣고, 내가 세워 준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 가운데서 나의 보물이 될 것이다. 온 세상이 다 나의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내가 선택한 백성이 되고, 너희의 나라는 나를 섬기는 제사장 나라가 되고, 너희는 거룩한 민족이 될 것이다.”(출 19,4-6)


    오래 전, 미국의 방송인 테드 코펠은 듀크 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당시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도덕적 붕괴의 징후들을 일일이 열거한 뒤, 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십계명을 지키는데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마치 십계명이 시대를 초월하여 모든 미국인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도덕 원리임을 시사한 것이지요. 그러나 어찌 미국인들에게만 그렇겠습니까! 인류가 십계명을 지킨다면, 이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질 것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지금부터 3,300년 전에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주어진 십계명을 우리 시대에도 변함없는 윤리적 규범으로 적용한다는 것은 사실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유대인과 무슬림은 십계명만이 아니라 거기에서 파생된 율법들을 지금도 타당한 신의 명령이자 규범으로 받아드리고 있고, 그리스도인들 가운데서도 십계명을 문자적으로 믿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십계명은 지키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지만, 지키지 않는 우리의 현실도 문제입니다.


    하나님과 우상을 함께 섬기거나, 하나님을 우상으로 전락시키는 잘못된 신앙이 교회 안에도 있는 현실에서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계명은 얼마나 지켜지고 있을까요? 탐욕과 욕망의 충족을 경제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하면서 결코 쉬지 못하는, 아니 쉴 수 없는 우리 사회에서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킨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가 공경과 부양이 아니라, 경멸과 학대로 변한 세상에서 부모를 공경하라는 계명은 무력하기만 합니다. 제도화된 살인인 전쟁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묻지마 살인’의 불안에 떨어야 하는 세상에서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성이 상품화되고, 착취되고, 이혼률은 끊임없이 증가하는 세상에서 간음 금지명령이 얼마만큼 구속력을 갖고 있는 것일까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세상에서, 큰 도둑은 잡히지 않고, 작은 도둑들만 잡히는 세상에서, 도둑질하지 말라는 계명은 도대체 누구에게 적용되어야 할까요? 온갖 가짜뉴스와 ‘아니면 말고’식의 명예훼손과 상처내기가 일상이 된 세상에서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는 계명은 과연 얼마나 먹혀들까요? 남에게 먹히기보다 남을 잘 먹어야 출세한다고 생각하는 세상에서, 평생을 모아도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 살 수 없는 현실에서,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라는 계명은 과연 얼마나 우리의 탐욕과 절망을 잠재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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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세는 시내산에 올라 십계명을 받았고 십계명 두 돌판을 가지고 내려왔다. ⓒStained Glass Window at Church of Saint Aignan, Chartres/France


    < 2 >


    그렇습니다. 십계명을 우리의 현실, 우리의 일상에서 지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계명과 현실이 충돌하기 때문이거나, 우리가 믿음이 없어 순종하고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십계명을 주신 것은, 결코 계명을 지킬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확인해주고, 인간의 죄성(罪性)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언약 없이 단지 명령만 하셨다면 십계명은 그런 역할을 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놀라운 기적과 기이한 일로 이집트의 바로와 그의 온 집안을 치셨고”(신 6,22),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 노예생활에서 “강한 손으로 이끌어 내셨으며”(신 6,21), “어미 독수리가 그 날개로 새끼를 업어 나르듯이 인도하셨고”(출 19,4), “너희가 나의 말을 듣고, 내가 세워 준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 가운데서 나의 보물이 될 것이다. 너희는 내가 선택한 백성이 되고, 너희의 나라는 나를 섬기는 제사장 나라가 되고, 너희는 거룩한 민족이 될 것이다.”(출 19,5-6)는 약속과 함께 십계명을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십계명은 단지 일방적 명령이 아니라, 하나님이 놀라운 기적과 기이한 일로 우리를 지키시면서, 우리로 하나님을 경외하여 항상 복을 누리게 하기 위하여 주신 ‘약속 있는 명령’인 것입니다(신 6,24).


    그러나 계명이 자칫 율법주의로 전락하면, 율법은 인간을 구원하고 해방하는 하나님의 약속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옥죄고, 파괴합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를 힘입어, 계명을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하여 성심껏 지키는 것이지(신 6,3), 율법주의에 빠져 자신의 삶은 물론 다른 사람의 삶을 파괴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모든 계명은 하나님께서 선택한 백성이 되라는 ‘약속 있는 초대’이자, 동시에 ‘약속 있는 과제’인 것입니다. 하나님은 자기가 세워준 언약을 지키는 백성에게는 그들을 주님의 보물, 거룩한 민족, 제사장 나라로 만드신다고 약속하셨습니다(출 19,5-6). 출애굽기가 ‘제사장 나라’라고 묘사할 때, 그것은 이스라엘이 전 세계를 위해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말하자면 이스라엘이 중재자로 나서 자신을 희생하며 조정자 역할을 하고 나아가 계명들을 준수할 때, 하나님을 알지 못하고 섬기지도 않은 여러 민족들에게 하나님이 행하신 일들이 선포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를 주님의 보물이라고 표현한 것은, 우리의 보잘 것 없는 삶이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위대한 계획 안에 감추어져 있다는 의미입니다. 죄인인 우리가 하나님의 위대하신 목적을 위해 부름 받았으니, 실로 놀라운 일이지요.


    이것이 십계명만이 아니라, 주님의 계명이 우리에게 주어진 이유입니다. 십계명은 우리 자신에게는 소심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엄격한 도덕적 인간이 되라고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율법의 근본정신과 율법주의는 구별되어야 합니다. 십계명에 나타난 근본정신은 탐욕으로부터의 자유이고, 그 자유는 오직 하나님 한 분만을 섬기고 우상을 섬기지 않는데서 누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방하시는 주님의 은혜와 자유 안에서 기쁨으로 계명을 지키는 신앙 공동체를 주님은 지금도 자신의 보물로, 주님이 선택한 백성으로, 거룩한 민족, 제사장 나라로 만드실 것입니다(출 19,5-6).


    채수일 목사(경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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