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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만으로 이스라엘 역사 연대 추정이 불가능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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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역사 알기 ⑵


    이성훈 목사(한신대 구약학 박사과정)


    혹시 성경 외부의 자료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성경만으로 이스라엘의 연대를 추정할 수 있지 않냐고 질문하실 수 있습니다. 보수 학자들은 결코 그런 말을 하지 않지만, 보수적인 목회자들은 때로 성경만으로 무엇인가를 밝혀보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 작업은 불가능합니다. 그 이유를 설명하려고 합니다.

    이스라엘 왕들의 연대 추정의 어려움

    이스라엘 왕조와 출애굽 연도를 추정하는 일을 아주 쉽게,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0년을 기준으로 성경에 나타난 기간들을 빼나가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느헤미야 이후 예수님에 이르는 400년 이상의 기간의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 구약성경에 없습니다. 물론 가톨릭에서 사용하는 성경에는 개신교에서 ‘외경’이라고 부르는 책들이 있기에 약간의 보완은 되지만 이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또 성경 내용 속에서도 상당한 혼선이 발생하기 때문에 연대 추정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연대 추정 뿐만 아니라 기간 자체에도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연대 추정의 어려움을 아래 이스라엘 북왕국 이스라엘 연대표를 통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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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흔히 ‘햇수로 몇 년 되었다.’ 혹은 ‘몇 년차입니다.’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 둘은 같아 보이지만 전혀 다릅니다. 예를 들어 2018년 10월 결혼한 사람에게 지금 시점인 2020년 9월에 “결혼한지 얼마나 되셨나요?”라고 물어봤을 때, ‘햇수’는 정확하게 흘러간 기간을 말하기 때문에 “햇수로 2년 조금 안되었다.”고 대답하게 됩니다. 하지만 ‘연차’는 정확한 기간보다 몇 년도와 몇 년도에 결혼한 상태였는가를 따지기 때문에 “3년차 되었습니다.”라고 대답하게 됩니다.

    북왕국 이스라엘의 두 번째 왕 ‘나답’의 경우, 남왕국 유다의 왕 ‘아사’ 2년에 왕이 되어 2년간 북왕국을 다스립니다. 그의 다음 왕인 ‘바아사’는 ‘아사’ 3년에 왕이 되는데, 우리는 여기에서 이전 왕이 폐위하는 해와 새로운 왕이 즉위하는 해가 겹쳐짐을 알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왕의 연대는 ‘햇수’가 아니라 ‘연차’로 표현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정확한 연도를 따져보기 위해서 왕의 통치 기간 앞이나 뒤에서 1년을 빼고 계산해야 합니다.

    하지만 때로 이렇게 1년을 빼면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역법으로 따졌을 때, 왕의 폐위가 한 해의 마지막 달에 이루어지고 다음 왕의 즉위가 다음 해의 첫 달에 이루어진다면, 이때는 연차가 겹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어떤 왕은 통치 기간에서 1년을 빼면 안 되는 왕이 있습니다.

    열왕기하 15장에 등장하는 ‘브가히야’의 경우 남왕국의 ‘아사랴’ 50년에 왕이 되어 2년간 다스립니다. 그는 ‘베가’에 의해 죽임을 당했고, ‘베가’가 바로 왕위에 올랐기 때문에 앞선 방식을 따른다면 ‘베가’는 ‘아사랴’ 51년에 왕위에 오른 것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베가’가 왕위에 오른 때는 ‘아사랴’ 52년입니다. 겹치는 1년이 없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행히 열왕기를 기록한 역사가는 북왕국과 남왕국, 왕의 연대를 기록해주었기 때문에 이 둘을 비교하면서 조금씩 맞춰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가의 친절한 기록이 더 혼란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호람’은 ‘요람’으로도 나타나는데(역대기에는 ‘요람’으로만 나타남), 이름이 유사하게 변형되는 경우는 구약성경에서 종종 보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닙니다. 남왕국 왕 중 ‘아사랴’는 때로 ‘웃시야’로 불립니다.

    다만 열왕기하에는 그의 즉위 시점이 두 번 나타납니다. 열왕기하 1장에는 그가 남왕국 ‘여호람’ 2년에 즉위했다고 말하고, 3장에서는 남왕국 ‘여호람’의 아버지 ‘여호사밧’ 18년에 즉위했다고 말합니다. 여러 가지로 비교해보면 북왕국의 ‘여호람(요람)’은 남왕국 ‘여호사밧’ 18년에 즉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왕국의 ‘여호람(요람)’은 남왕국 ‘아하시야’와 함께 ‘예후’에게 죽임당합니다. 열왕기하 8장 25-26절은 ‘아하시야’가 ‘요람’ 12년에 왕이 되어 1년간 통치했다고 말하는데, 9장 29절에서는 그가 ‘요람’ 11년에 왕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여호람(요람)’ 통치 기간이 12년이고, 그는 ‘아하시야’와 함께 죽었기 때문에 연도를 맞춰본다면, ‘아하시야’는 ‘여호람(요람)’ 11년에 왕위에 오르는 것이 맞습니다. ‘아하시야’는 ‘여호람(요람)’과 마찬가지로 즉위연도가 같은 성경 안에서 두 번 나타납니다. 따라서 우리는 신중하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호아하스’의 경우 남왕국 ‘요아스’ 23년에 왕위에 올라 17년간 왕위에 있었는데, 그 다음 왕인 ‘요아스’는 남왕국 ‘요아스’ 37년에 왕위에 올랐다고 말합니다. 아무리 연차로 세어봐도 15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고대 근동 지방에서는 간혹 왕이 죽기 전에 아들과 공동 통치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호아하스’가 그런 경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가 그의 아버지 ‘예후’ 또는 그의 아들 ‘요아스’와 공동 통치를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후’와의 공동 통치는 남왕국 ‘요아스’ 23년이라는 말이 그 가능성을 막아버립니다. 남왕국의 ‘요아스’는 ‘예후’ 7년에 왕이 됩니다. ‘예후’가 28년간 왕위에 있었기 때문에 그가 죽는 해는 남왕국 ‘요아스’ 22년이 됩니다. 남왕국 ‘요아스’가 해를 넘기기 직전에 왕이 되었다고 본다면, ‘요아스’ 23년까지 대략 맞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공동 통치 2년의 가능성을 차단해버리는 요소가 됩니다. ‘예후’의 죽음 이후 ‘여호아하스’가 왕이 되었음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열왕기하 13장 9절의 본문은 ‘여호아하스’와 ‘요아스’의 공동 통치 가능성도 차단합니다.

    ‘오므리’와 ‘아합’의 경우에도 문제를 찾을 수 있는데, ‘오므리’는 ‘아사’ 31년에 왕이 되어 12년간 이스라엘을 다스렸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의 아들 ‘아합’은 ‘아사’ 38년에 왕이 됩니다. ‘아사’의 연대로 따졌을 때, 8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때의 문제는 북왕국의 분열기를 통해 해결할 수는 있습니다. ‘오므리’가 북왕국을 통일하여 다스린 기간은 총 8년이고, 4년은 ‘디브니’와의 분열로 인한 전쟁 기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시므리’는 ‘아사’ 27년에 7일간 왕위에 올랐다가 죽었고, 북왕국은 ‘아사’ 27년부터 ‘오므리’와 ‘디브니’의 분열 통치 상태가 됩니다. 아합이 ‘아사’ 38년에 왕이 되었기 때문에 분열 초기부터 계산한다면 12년이 됩니다.

    정직하게 버려야 할 것들

    열왕기에 나타난 연대에서 이런 문제점들은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는 열왕기만이 아니라 다른 성경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므리’의 문제처럼 성경 안에서 열심히 계산해보아서 해결 방법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여호아하스’처럼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애초에 ‘여호람(요람)’과 ‘아하시야’처럼 두 가지 연대가 동시에 나온다면, 이는 성경 자체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에 성경만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무조건 우리의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성경만을 가지고 이스라엘의 연대를 파악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성경은 오류가 많은 책이기에 신뢰할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성경은 우리의 경전이면서 중요한 역사 자료입니다. 다만 성경이 우리의 경전이기에 그 안에 적힌 모든 문자가 팩트라고 믿고, 이것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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