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규 박사의 『뜻으로 본 한국정치』에 관한 논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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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10월 24일(목) 오후 5시 30분 LA 비전교회에서 열린 민종기. 박문규 북콘서트에서 박문규 박사의 최근 저서 『뜻으로 본 한국정치』에 관해 논찬한 안태형 박사의 논찬 전문이다.]

오늘 이 뜻깊고 귀한 자리에 저를 초대해 주신 박문규 학장님과 주최측께 먼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박문규 학장님의 책과 발표를 통해 한국정치사의 내용 뿐 아니라 기독교 신앙인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습니다. 오늘 제 토론은 시간 관계상 박학장님의 발표와 최대한 겹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짧게 끝내려고 합니다.
<<뜻으로 본 한국정치: 그리스도인을 위한 한국정치사 읽기>>는 박문규 전 학장이 올해 4월 출간한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인 <<뜻으로 본 한국정치>>는 함석헌 선생의 <<뜻으로 본 한국 역사>>에 대한 헌사이기도 하다. 책의 제목과 저자서문을 통해 우리는 함석헌 선생이 저자에게 미친 기독교적 정치/역사관의 영향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한편, 이 책은 저자가 1999년에 출간한 <<민족의 상처, 민족의 소망>>과 2008년에 출간한 <<뜻으로 본 한국정치>>의 개정증보판이기도 하다.
이 책은 1945년 해방 이후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약 70여 년의 시기를 한국근현대사라는 씨줄과 정치, 경제, 사회, 기독교적 해석이라는 날줄로 엮었다. 이러한 작업은 어느 특정 학문분야나 시대에만 정통해서는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데 이 작업을 뛰어난 통찰력과 더불어 (저자는 주관적 해석이라고 계속해서 강조하지만 제가 보기엔) 객관적으로 훌륭하게 분석해 낸 것만 봐도 정치학자이자 기독교인으로서 저자의 반 백년에 걸친 신앙적 고민과 학문적 성취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저자는 이 책에서 (기독교적 시각에서 쓰여진 많은 편향된 한국정치사에 대한 저서들과 달리) 남북한 정권이나 역대 한국 정부에 대한 분석에서 균형감각을 가지고 최대한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해방 정국 당시 여운형, 이승만, 김구 등의 남한지도자들이나 김일성, 박헌영 등의 북한지도자들의 성과와 한계도 이념이나 종교적 잣대로만 재단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서술한다. 해방 정국에서 중요한 정치적 분기점으로 작용했던 친일파 숙청, 토지개혁, 신탁통치 등에 대한 객관적 서술과 남북분단과 한국전쟁이 남긴 상흔과 이 상흔이 대한민국의 정치사에 남긴 영향력에 대한 분석도 탁월하다.
이후 이승만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의 한국현대사에 대한 저자의 분석과 비판은 필자도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매우 논리적이며 실증적인 주장과 비판들이었다. 먼저 저자는 이승만 정부와 자유당 정권의 실패 원인은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하면서 전혀 민주주의적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데” 있으며 (78쪽)… 그렇기 때문에 이승만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립하고 지킨 인물이라고 말하는 것 (87쪽)”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한국 근대사의 꽃’이자 ‘민의와 함께 폭발한 공의’인 1960년 4월 혁명이 시대적 상황에 따른 여러 한계와 민주당 정권의 무능과 분열로 인해 좌절되고 결국 5.16 군사쿠테타로 이어진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한다. 특히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왜곡된 경제성장 정책을 채택한 박정희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매우 엄정해서 “박정희 시대를 그리워하는 자들은 진정한 보수주의자가 될 수 없다 (140쪽)”고 주장한다.
저자는 “박정희의 사망으로 민주화가 되리라고 믿었던 국민들의 기대는 1979년 12.12 쿠데타로 부도 직전에 이르렀(으며)… 완전히 부도가 난 것은 1980년 5월 17일 전두환 일당이 학생운동 지도자들을 체포하고 김대중을 내란 혐의로, 김종필을 부정부패 혐의로 체포한 때 (187쪽)”다면서 1979년 12월 12일 이후 1980년 5.18 광주 시민전쟁 때까지의 기간을 한국정치사의 비극으로 본다. 야만과 폭압의 전두환 정권은 결국 6월항쟁으로 무너지고 노태우 정권이 등장한다. 저자는 노태우 정권을 ‘사기정권’이라고 정의한다. 노태우 정권은 6.29 선언이라는 속임수를 통해 등장했으며, 직선제 헌법과 3당합당 모두 정치적 속임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 저자는 노태우 대통령의 대 공산권 북방정책이나 대 북한 화해정책 등은 높게 평가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의 균형감각을 엿볼 수 있다.
김영상 정부에 대해서 저자는 김영삼이 노태우와 야합한 것이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였지만 최초의 문민정부를 수립함으로써 민주주의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김영삼은 집권 초 금융실명제와 하나회 숙청 등 많은 개혁을 이루어내기도 했으나 집권 말기에는 개인적 자질의 한계와 정권의 도덕성 부재로 인해 국가부도 사태를 맞게 되었다. 저자는 김대중 정부에 대해서는 최초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통해 탄생한 정부이며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남북화해와 평화로운 한반도를 위한 최선의 정책이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한편 가신 정치의 폐해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IMF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에 처했으며, 김대중 정부 말기의 지지율 하락은 그가 제대로 된 개혁정치를 펼치지 못했고 이로 인한 민심이반의 결과였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의 지지를 전혀 얻지 못한 상태에서 대통령에 오른 최초의 한국 정치인이었으며 노무현의 승리는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출범과 더불어 이라크 파병이나 한미FTA추진 등 좌파성을 배반하는 행보를 보였고 결국 4대 개혁입법을 통한 자유주의적 개혁마저 제대로 완수해내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저자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후퇴시켰으며, 정치보복으로 인해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4대강 사업 등 낭비성 토건사업 위주의 성장정책을 무리하게 진행시켰으며, 대북강경노선으로 남북간 긴장을 고조시켰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정책적 이슈의 내용을 이해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최고권력자의 자리를 차지했다는 점이 가장 큰 비극이라고 하면서 이러한 무능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극우멘탈리티가 세월호 사태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하고 국정농단의 빌미를 제공하면서 한국정치사 최초로 탄핵을 받아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종국을 맞이했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기독교적 시각에서 한국정치사를 서술하고 있지만 기독교인 대통령이라고 무조건 지지하거나 비기독교인 대통령이라고 무조건 반대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한국 기독교의 역사를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고 핍박받고 헐벗은 백성 편에 서서 하나님 나라 실현을 외치는 이들과 그 반대편에서 권력에 기대어 고통받는 자와 불의한 역사를 외면하고 자신의 안위와 이익만을 쫒는 이들이 만들어낸 두 줄기 흐름” (뉴스엠 인터뷰)으로 해석하며, 한국교회의 양적 성장만을 위해 독재정권과 야합하거나 그들의 폭정을 묵인했던 교회의 진정한 회개를 촉구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사회과학과 기독교 신앙이 신중하고 겸손한 자세로 서로에게 문을 열고 대화하려는 자세와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뉴스엠 인터뷰). 이 책은 사회과학과 신앙을 접목하려는 저자의 노력이자, 무엇이 기독교적 신앙에 바탕을 둔 바람직한 정치적 태도인가에 대한 저자의 끊임 없는 신앙적 고민과 진지한 학문적 성찰 끝에 얻은 하나의 소중한 결실이다. 특히 기독교인이면서 한국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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