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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시詩Poem 벌초 by 김복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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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복숙 시인 



    시詩Poem 벌초 by 김복숙 시인



    내 어린 시절 어머니는

    이따금 보자기에 씌워두신

    삼베 천 보따리 꺼내 보셨다


    천을 쓰다듬는 모습 힐끗 지나치며

    그런 날들 거듭되는 표정

    집 앞 돌담처럼 담담해도

    담장 안의 기색 볼 수 없었다


    어느 날 천은

    옷을 짓고 태연히 간직되어

    휑한 햇살 열린 사이 옷 두르고

    홀연히 하늘로 가시는 날

    치맛자락에 눈물 맺혔다


    삶의 벌판

    자랄 대로 자란 숲에서

    어머니 만나려 눈 감으며

    장롱 속 고이 담긴 구름처럼

    촉촉한 손결 더듬어본다



    [시선노트]


    김복숙 시인의 작품은 현상을 이미지화해서 정서를 담아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뿐만 아니라 현상의 몰입도를 뛰어 넘어 메시지가 담겨 있다. <벌초>는 유년 시절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절제된 시어를 통해 현재와 과거, 시간의 공백을 가득 매운 정서로 작품의 탄력과 빈틈없는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


    삼베 천은 어머니의 삶을 회상하며 잊힐 수 없는 이름에 대한 영상이다. 어머니를 향하는 그리움의 통로가 되다가 삼베 천이 사라진 텅 빈 공간에서 어머니의 숨결을 고르며 어머니를 향한 마음이 애절하다.


    “밤 깊어도/무슨 사연에/눈 감지 못하는가//홀로의 들판에/남루한 옷 날개 달고/해 저물도록/참새 오기만 기다린다//바람은 허기진 배 채우고/남은 시간 모르는 채/말없이 있는 것만으로/할 일 다하는 건가//자신을 내려놓은 들녘/소매 끝 맴도는 햇살에/생명 감기는 소리/푸른 세상 키운다 _ <낮달> 전문”


    시인의 정서에 담긴 그리움과 애절한 심중은 <낮달>에도 새겨있다. “밤 깊어도/무슨 사연에/눈 감지 못 하는가” 1연에 이미 시작업의 초기 단계인 관찰적 시야가 깊고 넓다. 밤이 깊어지면 질수록 눈을 감지 못하는 낮달은 시인의 작품 공간에 숨을 쉬는 그리움의 정서이다. 그렇다고 시인의 그리움은 세상 줄을 놓아버리는 형이상학적 세계에 대한 허무한 동경이 아니다. 그리움은 푸른 세상을 키우는 비전과 꿈의 길이다.


    “양파 꼭지/새순 움트기 시작하고//빛 이끄는 대로/기세 피우듯/오르는 파란 이파리/가냘픈 줄기로/움찔 움찔 말아 쥐는 햇살//온 정열 바쳐/자신을 벗겨내며/지칠 줄 모르고/줄기 키워내는//한 꺼풀 벗기면 어느새/지금도 그대로/그리움인 걸 _ <집착> 전문”


    <집착>은 새순 트는 양파를 통해 생명의 경이로움이라든지, 진부한 사고의 틀을 깨고 ‘집착’이라는 언어로 귀결시키는 시적 영감을 예사로이 볼일이 아니다. 그리움도 다시 살아 움직이게 시간을 조각해서 역동적인 삶의 균형을 이루게 한다. 그렇다면 ‘집착’은 부정적 이미지가 아니라 삶을 살아내는 긍정의 힘이다. 마치 시인이 꿈꾸는 푸른 세상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그리움은 그리운 것이다. 인간 모두는 그리움에 대한 추억 하나 있기 마련이다. 특별히 어머니에 대해서는, 이쯤에서 제23회 에피포도문학상 수상소감에 적혀있던 시인의 말을 들어보자.


    “한 줄기 산들바람이 불어왔습니다. 계절이 보내는 소리, 나뭇가지는 손을 흔들며 눈짓합니다. 이에 부응하듯 주위를 맴돌며 말을 걸어오는 언어는 나뭇잎에 문자로 드리워집니다. 기다림 자락에서 태연한 척 지내는 가운데 맞이하는 수상 소식. 풀꽃처럼 정겨운 만남, 설레는 건 사실입니다. 침묵이 흘렀습니다. 요즈막 발표된 저의 졸시, 『다시 걷는 길』이 홀연히 떠올랐습니다.


    가슴 속 쌓인 눈빛은/거침없이 파고드는/그리운 언어로 승화되어/다시 재보고 살펴보아도/그 또한 길이었다 _ 『다시 걷는 길』 부분”


    다시 걸어도 그리움이 길이 되는 김복숙 시인의 작품세계를 기대하는 것은 사치가 아닐 것이다.


    ***

    김복숙 시인은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한맥문학 신인상 수상. 미주 한국문인협회 회원. 버클리문학협회 회원. 세계기독언론인협회 주최 제4회 신앙도서독후감공모 수상. 제23회 에피포도문학상 수상. 산호세 한국학교 교장, 알마덴 한국학교 교장(San Jose, CA), 민주평통자문회의SF협의회 15기, 17기 교육분과위원장 역임. SF중앙일보 시, SF한국일보에 칼럼 연재. 시집으로 <푸른 세상 키운다>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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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철 목사는 고려신학대학원, ORU에서 박사학위, 캘리포니아 브레아(Brea)에 위치한 <사모하는교회 Epipodo Christian Church>의 담임목회자이며 교수,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에피포도예술과문학(Epipodo Art & Literature)의 대표이다. 다양한 장르의 출판된 저서로 25권 외, 다수가 있다. 에피포도(Epipodo)는 헬라어로 “사랑하다. 사모하다. 그리워하다”의 뜻이다.

    www.epipod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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