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시詩Poem 우주의 탄생 (외 1편) by 이송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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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희 시인 · 동화작가
제28회 에피포도문학상 시詩Poem 수상작품 • 우주의 탄생 (외 1편) by 이송희 시인
우주(宇宙)의 탄생
여자는 시녀(詩女)다
소반 만한 탁자와 사과표 노트북
그리고 목이 구부러지는 스탠드와
보풀이 일어난 담요와 한 몸이 되어
한 평 남짓한 공간에 있다
자유의 색으로 물들여진 여자는
창조의 품에 안길 순간만을 기다리다가
운명처럼 혼을 맞이하면 울음을 터뜨리곤 한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 혼의 운명을 기다리는 여자는
실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저 긴 시간
눕혀진 인형처럼 눈을 감고 있을 뿐이다
어느 날 우주(宇宙)가 온다
꼭 닫히지 않은 문으로
바람이 들어와 머리카락을 만지고
가슴을 헤집고 심연의 바다에 파도를 일으키면
긴 시간 매달렸던 고치에서 애벌레가 되어 빠져 나온 여자는
초침을 타고 날아가는 시간을 움켜잡고
생사의 시공을 정성스레 수종들며
온 몸에 돌고 있는 수액을 비틀어 짜고 또 짜고
마침내 산모가 되어
아무도 닮지 않은 시아(詩兒)를 생산한다
그리고 감히 ‘우주(宇宙)’라 명명(命名)한다
낙타에게
변함없는 태양에
온 몸에 돌기가 돋아도
긴 사막의 여정에 구토가 나더라도
행여 떠나지 말기를
우리가
서 있던 세상에는
태양을 본 적도 없는 이들도 있고
시간의 터널을 지나가고 있는 이들도 있어
언젠가
너의 눈물이 꽃을 피우고
너의 그림자가 안식이 되려니
나무에
바람이 돌아오지 않아도
달의 노래가 들리지 않아도
행여 떠나지 말기를
작가 Profile
• 아동문학가로 활동하는 이송희(시애틀 Seattle) 시인은 제28회 에피포도문학상 시(Epipodo Literature Awards), 경희해외동포문학상, Famous Poets Free Poetry Contest, 황순원디카시공모전 수상, 대한민국통일예술제 문학대상, 미주문인협회 이사, 한국디카시인협회 시애틀지부장, 시집으로 <나비, 낙타를 만나다> 동시집 <빵 굽는 날> 외 다수가 있다.

백승철 목사는 고려신학대학원, ORU에서 박사학위, 캘리포니아 브레아(Brea)에 위치한 <사모하는교회 Epipodo Christian Church>의 담임목회자이며 교수,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에피포도예술과문학(Epipodo Art & Literature)의 대표이다. 다양한 장르의 출판된 저서로 25권 외, 다수가 있다. 에피포도(Epipodo)는 헬라어로 “사랑하다. 사모하다. 그리워하다”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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