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게 천 개의 생명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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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댈러스에서 북쪽으로 30분쯤 가면 ‘플래이노(Plano)’라는 조용한 도시가 나옵니다. 플래이노가 주거 환경이 좋고 살기 좋은 도시로 알려지면서 지금은 인구 30만 명이 넘는 큰 도시로 성장했지만, 1800년대 말까지만 해도 이 도시의 인구는 1,000명 미만이었습니다.
1883년 1월 28일, 이 작은 마을에 ‘루비(Ruby)’라는 이름의 여자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루비는 어려서부터 모든 종류의 사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관심을 가질 뿐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노력도 기울였습니다. 루비는 10살 때 가족들에게 말도 하지 않은 채, 플래이노 시 당국자에게 술집을 없애달라는 설득력 있는 편지를 보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루비는 자라면서 선교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스무 살 되던 해에 해외선교에 헌신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선교사가 되기 위해 캔자스시에 있는 ‘스카릿성경훈련학교’에서 훈련을 받은 후에는 북 텍사스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선교사 파송을 기다렸습니다.
1907년 ‘남 감리교 여성해외선교회(Women’s Foreign Missionary Society of the Methodist Episcopal Church)’는 ‘루비 켄드릭(Ruby Kendrick)’을 조선에서 5년 동안 사역할 선교사로 파송했습니다. 조선으로 떠나기 전, 텍사스에서 열렸던 ‘여성 선교대회’에서 루비 선교사님은 선교지로 향하는 마음을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복음의 이야기를 전하는 즐거움은 그 어떤 희생도 삼켜버릴 것입니다.’
이 고백은 해외 선교사로 나가 복음을 전하는 일은 분명히 엄청난 희생과 헌신이 요구되겠지만 복음을 증거하는 즐거움은 어떤 희생이나 헌신보다 비교할 수 없이 크고 놀라운 신비라는 고백이었습니다. 그 고백을 안고 1907년 9월 말에 조선에 도착한 루비 선교사님은 서울과 송도에서 어학 공부를 하면서 교회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루비 선교사님은 언어와 문화를 배우면서 조선과 조선 사람들을 너무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조선에 도착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여기서 너무도 행복합니다. 심지어 나의 간절한 숙원이 실현되었습니다. 나의 오랜 소원이 날마다 더 아름답게 서서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만약 내게 천 개의 생명이 있다면 한국을 위해 모두 바치겠습니다.”
그녀의 고백이 괜한 말이 아니었음이 얼마 지나지 않아 밝혀졌습니다. 루비 선교사님은 조선에 온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1908년 6월 19일, 25세의 젊은 나이에 급성 맹장염으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에 있는 그녀의 묘비에는 평소 그녀가 마음에 깊이 간직하고 있던 간절한 소원이 다음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If I had a thousand lives to give, Korea should have them all (만약 내게 천 개의 생명이 있다면 한국을 위해 모두 바치겠습니다)’
비록 그녀는 이 땅에서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그녀가 남긴 울림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에 크게 남았습니다. 그녀의 고향인 텍사스에서는 그녀의 뒤를 이어 선교사로 헌신하는 젊은이들이 생겨났습니다. 루비 선교사님을 추모하는 기금이 마련되어 선교사를 양성하고 후원하는 일에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남부의 명문 대학인 ‘남감리교대학(SMU, Southern Methodist University)’이 자랑하는 수많은 장학기금 중 첫 번째로 루비 선교사님의 이름을 딴 “루비 켄드릭 선교사 장학금(Ruby Kendrick Missionary Scholarship)”이 제정되었습니다.
루비 켄드릭 선교사님이 조선에서 머물렀던 기간은 9개월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 기간은 언어와 문화를 배우기에도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자신을 드린 한 젊은 여성 선교사의 삶을 통해 멋진 일을 이루셨고, 그 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 교회 총여선교회 회원들이 헌신을 다짐하는 예배로 드립니다. 총여선교회에서 감당하는 모든 선교 사역에 아름다운 복음의 열매가 맺히기를 기도하면서, 오늘 헌신을 다짐하시는 여선교회 회원들을 축복하고 응원합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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