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실에 티슈 준비하고 울 곳 없는 사람들 보듬는 목회하세요” > 도서 | KCMUSA

“목양실에 티슈 준비하고 울 곳 없는 사람들 보듬는 목회하세요” > 도서

본문 바로가기

  • 도서

    홈 > 문화 > 도서

    “목양실에 티슈 준비하고 울 곳 없는 사람들 보듬는 목회하세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국민일보 더 미션| 작성일2023-03-31 | 조회조회수 : 309회

    본문

    목사가 목사에게


    고상섭 김경은 김관성 김영봉 김지철 김형국

    김형익 박영호 송인규 송태근 이문식 이정규

    조영민 조정민 차준희 지음/IVP



    54840219466671af149f46c2cede61ad_1680308098_6365.jpg
    편지를 쓴 15명 저자. IVP 제공


    편지는 개인의 내밀한 기록이다. 공개를 염두에 두고 쓰였더라도 서간집 특유의 솔직함 담백함 진정성이 녹아있다. 그렇기에 목회자에게 더 어울리는 글쓰기이기도 하다. 사도 바울의 편지들은 신약 정경으로 편입돼 오늘날에도 수많은 그리스도인이 매일 그의 편지를 읽고 은혜를 체험한다.


    ‘목사가 목사에게’(IVP)는 한국교회 주요 저자인 15명의 목사가 또 다른 목사에게 쓴 편지 모음집이다. 교회가 사회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교회를 걱정하게 된 시대, 목회란 무엇이고 목회자란 어떤 사람인지에 관해 15가지 진솔하고 치열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15명 목회자를 대표해 책의 서문을 쓴 김영봉 미국 와싱톤사귐의교회 목사와 이메일 문답을 주고받았다. 김 목사는 책에서 “목회는 다른 신앙인과 함께 걸어가는 영적 여정이요 순례”라고 말했다.


    54840219466671af149f46c2cede61ad_1680308121_3286.jpg


    “영적으로 항상 깨어 있도록 힘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적으로 깨어 있다는 말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살아있다는 뜻입니다. 목회의 모든 활동은 깨어있는 영성에서 나와야 합니다. 목회 현장은 영적으로 가장 위험한 곳입니다. 모든 것을 일로 하게 되면 영적으로 둔감해지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목회자가 타락하는 지름길이고 교회를 병들게 하곤 합니다.”


    김 목사는 서른 살 차이 친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아들 역시 미국연합감리교회(UMC) 소속 목회자인데 몇 년 전 UMC 버지니아연회의 차출로 교회 개척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상당한 내상을 입었겠지만 그 실패의 경험이 너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라며 “내가 너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그 경험이 네가 너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새롭게 빚어지는 과정이 되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54840219466671af149f46c2cede61ad_1680308137_9011.jpg
    김영봉 미국 와싱톤사귐의교회 목사의 부모가 1990년 담임 목회를 시작한 아들에게 남긴 열두 가지 당부의 말. IVP 제공


    이들 부자는 성취 지향적 목회에 대한 반감을 공유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얼마나 모이느냐, 헌금은 얼마나 들어오느냐 같은 질문에서 마음을 떼면 대화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를 죽인 병폐, 복음을 물량적 성공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시킨 일에서 철저한 반성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아버지 목회자는 아들 목회자에게 할아버지 할머니가 유언처럼 남긴 ‘당부의 말’을 들려주며, 돈 섹스 권력 매너리즘 등의 위험 요소를 벗어나야 한다는 현실적 조언도 잊지 않는다.


    김관성 울산 낮은담침례교회 목사는 직전 사역지인 경기도 고양 행신침례교회 우성균 목사에게 편지를 썼다. 수신인은 ‘주 안에서 나의 동생, 우성균 목사에게’이고, 발신인은 ‘온 마음을 다해 너를 사랑하는 형, 김관성 목사가’이다. 편지를 보면 과거 행신침례교회 시절 이들은 일반적으로 수직적 상하관계인 담임목사와 부목사가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투박하고 진솔한 김 목사는 성품 그대로 ‘성균아’로 호칭하며 평생 맨땅에 헤딩하라, 사람을 도구로 보지 말라, 눈치 보지 말고 세련된 목회에 집착하지 말라고 얘기한다. 사랑과 감사로 기억되는 삶에 집중하고, 사역으로 상처받기 쉬운 사모를 아낌없이 사랑할 것과 수능 성적표를 목양실 컴퓨터 앞에 붙여 놓고 한없이 겸손할 것을 주문한다.


    송태근 서울 삼일교회 목사는 마음속의 에이스 남수호 목사에게, 차준희 한세대 구약학 교수는 자랑스러운 제자 김바나바 목사에게, 박영호 포항제일교회 목사는 여러 면면이 모자이크처럼 합쳐진 가상의 부목사에게 편지를 썼다. 박 목사는 “서재와 목양실이 통합된 공간에 티슈를 준비해 울 곳 없는 사람들을 보듬는 목회를 해야 한다”고 전한다. 언제고 목회가 힘들 때면 방문해 달라면서 티슈를 준비하고 포항 물회도 함께하겠다고 언급한다.


    조정민 서울 베이직교회 목사는 잊을 수 없는 스승 하용조 목사에게, 김경은 장로회신학대 영성신학 교수는 처음 신학 공부를 권한 옛 교회학교 전도사님께, 고상섭 서울 그사랑교회 목사는 옥한흠 목사에게, 이정규 서울 시광교회 목사는 생면부지이지만 책과 기사로 일거수일투족을 접한 스승 팀 켈러 목사에게 편지를 썼다.


    김지철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 이사장은 목사 안수를 받은 후배에게, 송인규 한국교회탐구센터 소장은 담임 목회지로 나간 후배에게, 조영민 서울 나눔교회 목사는 신학 공부를 시작하는 신학생에게 편지를 썼다. 조 목사는 신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우선 나력(裸力)을 키워 달라고 당부한다. 나력은 자신의 지위나 배경을 제거한 뒤에도 오롯이 자신을 세울 힘, 하나님 앞에서 벌거벗은 채 홀로 씨름할 힘을 말한다.


    스승 동료 제자 혹은 이제 처음 목회와 신학에 발을 들이는 이들에게 저자들은 “목회란 한 영혼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어 “목회는 지뢰밭”이라며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힘든 일 가운데 하나”라고 털어놓는다. 안타깝게도 앞으로 힘들어지면 더 힘들어지지, 쉽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인식도 공유한다. 그 속에서 목회란 수고한 결과를 구하지 않을 각오를 해야 하며 주님이 부탁한 일을 끊임없이 치열하게 감당하는 일임을 잊지 말자고 덧붙인다.


    우성규 기자


    KCMUSA,680 Wilshire Pl. #419, Los Angeles,CA 90005
    Tel. 213.365.9188 E-mail: kcmusa@kcmusa.org
    Copyright ⓒ 2003-2020 KCMUSA.or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