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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세 종류의 사람,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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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1-04-26 | 조회조회수 : 60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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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무엇이든, 어떠한 정황에서 살아가든 사람은 대부분 세 종류의 역할을 한다. 매니퓰레이터 (manipulator), 매니저, 그리고 리더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코로나 사태가 불거지면서 미디어에 많이 등장하기 시작한 두 영어 단어가 있다. 틀린 정보(misinformation)과 허위 정보(disinformation)다. 틀린 정보란 잘못된 정보다. 반면 허위 정보는 의도적으로 사실과 진실을 왜곡시킨 정보다. 이 둘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그 의도와 결과에 있어서 매우 다르다.


매니퓰레이터는 권력에 집착

매니저는 변혁 않고 현상유지

리더는 정의에 대한 예민성과

설득의 예술을 실행하는 사람


예를 들어 9시에 시작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내가 그 회의가 10시에 시작하는 줄 알고, 회의 시간을 묻는 A에게 10시라고 한다. 내가 준 틀린 정보 때문에 A는 중요한 회의를 놓치게 되어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이런 경우 틀린 정보를 준 나 때문에 불이익을 당한 A에게 나는 미안해하며 사과한다. 그런데 만약 내가 A를 곤경에 빠뜨리려고 고의적으로 회의 시간을 10시라고 알려준다. 나는 의도적으로 허위 정보를 줌으로써 결국 A는 책임감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힌다. 친구 사이를 이간시키고, 공동체에서 왕따시키고, 동료들로부터 불신감을 조장하고, 급기야는 사회적 생명까지 파괴시킨다. 전형적인 매니퓰레이터의 모습이다.


‘반쪽 사실’을 ‘전체 사실’로 왜곡시키고, 후에 진실과 사실이 드러나도 결코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하는 법이 없다. 매니퓰레이터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권력에 대한 집착’ 그리고 ‘일그러진 인간성’이다. 매니퓰레이터의 역할을 하는 것은 개인만이 아니다. 특정한 사회, 종교, 정치 집단, 또는 특정한 미디어도 매니퓰레이터의 역할을 한다. 이들의 특징은 진실과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감추고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매니퓰레이터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나 집단의 존재는 다양한 관계들을 파괴하는 사회적 바이러스와 같다.


매니저는 누구인가. 매니저의 역할을 하는 사람은 현상에 대하여 아무런 비판적 물음을 묻지 않는다. 매니저의 주요 기능은 현상 유지다. 물론 한 공동체, 집단, 또는 사회에서 이러한 매니저와 같은 사람의 역할은 필요하다. 현상을 유지해야 하는 차원이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매니저의 역할만 하는 이들만 있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현실에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기에 현상 유지만이 아닌 변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 사회에 매니퓰레이터나 매니저만 존재한다면 여러 가지 점에서 퇴보하게 된다.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는 비판적 성찰을 하지 않는 매니저만이 아니라, 매니퓰레이터의 역할을 하는 개인과 집단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시대에 이러한 매니퓰레이터의 역할을 하는 이들이 더욱 기세를 부리고 있다. 리더가 필요한 이유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리더’는 재개념화된 리더다. 흔히 생각하듯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 이가 아니다. 리더란 학력의 고하 또는 권력의 유무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모든 관계에서 리더의 역할을 하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첫째, 이중의 보기방식(double mode of seeing)을 지니고 있다. 권력의 중심부만 아니라, 주변부에 있는 이들까지 동시적으로 본다. 권력이란 모든 곳에 존재한다. 하다못해 아이들 세계에서도 나이, 성별, 가정 배경, 또는 육체적 힘 등에 따라 권력 관계가 작동한다. 리더란 다양한 권력이 작동하는 곳에서 중심과 주변을 늘 함께 보면서 주변부까지 포용하는 사람이다.


둘째, 리더란 관계가 깨어지고 왜곡될 때, 사실과 진실을 토대로 하면서 그 관계를 올바르게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셋째, 리더의 가장 중요한 지표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고 귀한 존재라는 것, 그리고 그 누구도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정의에의 예민성이다. 넷째, 리더는 현재만이 아니라 미래를 늘 기억하는 이다. ‘미래를 기억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보다 나은 관계, 지금보다 나은 공동체, 지금보다 나은 사회를 생각하면서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억을 실천하고자 하는 이들이다. 다섯째, 진정한 리더는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주변 사람들이 그 목표를 추구하고자 하는 에너지를 가지도록 하는 ‘설득의 예술’을 실행하는 사람이다. 진정한 리더로 이미 만들어진 사람은 없다. 리더란 끊임없이 비판적인 자기 성찰, 자기 학습, 그리고 타자들과 열린 대화를 하면서 리더로서 만들어지는(becoming) 존재다.


조작과 왜곡된 정보로 한 사람의 사회적 생명을 박탈하고, 관계를 깨어지게 만드는 개인, 집단, 미디어, 정치인, 종교인 등이 점점 증가하는 사회에서 희망은 사라진다. 한국 사회에 무엇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은 진정한 리더의 역할을 하는 이들이다.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이러한 진정한 리더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조금씩 늘어갈 때, 매니퓰레이터가 들어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게 된다. 진정한 리더가 되는 연습을 하는 것은 다양한 종류의 관계들을 더욱 풍성하고, 의미롭고, 민주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한 우리의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과제다.


강남순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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