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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학춘 목사의 5월 기도서신] 엄마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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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1-05-05 | 조회조회수 : 1,98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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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는 자기 어머니와 그 곁에 서 있는 사랑하는 제자를 보시고, 어머니에게 "어머니,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하고 말씀하시고, 그 다음에 제자에게는 "자,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그 제자는 그를 자기 집으로 모셨다. [요한복음서 19:26-27]


엄마를 부탁해. 십자가의 끔찍한 고통을 받으시면서도 마지막 시간이 멀리 않다는 것을 아신 주님은 제자에게 어머니를 모셔달라는 당부를 합니다. 어머니를 두고 먼저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충격이요 아픔이라는 것을 아시기에 이 말씀을 대하면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십자가의 고통보다 더 큰 사랑의 고통이 전해져 옵니다. 사랑받는 제자는 주님의 어머니를 모시고 에베소로 피신하여 그곳에서 내 어머니로 모셨다는 스토리는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긴 팬데믹 가운데서도 꽃이 만개하는 5월을 맞이합니다. 과실수에는 먼저 꽃이 핍니다. 꽃이 지면 그곳에 열매가 맺습니다. 어머니는 모든 생명의 꽃입니다. 그 꽃이 진 흔적이 바로 나라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5월에는 다른 어떤 기도보다 어머니를 위한 기도를 드리려고 합니다. 


시인 박목월 장로님의 아들인 박동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쓴 어머니에 대한 짧은 글은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박 교수가 초등학교 6학년 때 6·25 전쟁이 나서 부친이 먼저 피신하셨습니다. 한 달 넘게 숨죽이며 살다 이윽고 어머니와 다섯 살 난 여동생 그리고 젖먹이인 남동생을 업고 어머니는 재봉틀 하나만 가지고 피난길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먹거리도 떨어지고 도와주는 손길도 없어 다시 서울로 돌아가서 아버지를 기다리자며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그날 새벽 어머니는 재봉틀을 쌀로 바꾸어 가지고 오셔서 아들에게 지우시고, 어머니는 어린 동생과 보따리를 들고 서울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도중에 서른쯤 되는 한 청년이 다가와 그 짐을 내가 져주마 하길래 고마운 마음에 쌀 짐을 건넸는데 점점 걸음이 빨라져서 어머니와 간격이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갈림길이 나왔는데 그는 그대로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의 글을 그대로 옮겨 봅니다.


한 시간쯤 지났을 즈음 어머니가 동생들을 데리고 오셨다. 길가에 울고 있는 나를 보시더니 첫 마디가 "쌀자루는 어디 갔니?"하고 물으셨다. 나는 청년이 져 준다면서 쌀자루를 지고 저 길로 갔는데, 어머니를 놓칠까 봐 그냥 앉아 있었다고 했다. 간 어머니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리고, 한참 있더니 내 머리를 껴안고, "내 아들이 영리하고 똑똑해서 에미를 잃지 않았네~!." 하시며 우셨다.


그날 밤 우리는 조금 더 걸어가 어느 농가 마루에서 자게 되었다. 어머니는 어디에 가셔서 새끼손가락만 한 삶은 고구마 두 개를 얻어 오셔서 내 입에 넣어 주시고는, "내 아들이 영리하고 똑똑해서 아버지를 볼 낯이 있지~!" 하시면서 우셨다. 그 위기에 생명줄 같았던 쌀을 바보같이 다 잃고 누워 있는 나를, '영리하고 똑똑한 아들'이라고 칭찬해 주시다니~!


그 후 어머니에게 영리하고 똑똑한 아이가 되는 것이 내 소원이었다. 내가 공부를 하게 된 것도 결국은 어머니에게 기쁨을 드리고자 하는 소박한 욕망이 그 토양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때는 남들에게 바보처럼 보일 수도 있었지만, 어머니의 (바보처럼 보이는 나를~) 똑똑한 아이로 인정해 주시던 칭찬의 말 한 마디가 지금까지 내 삶을 지배하고 있는 정신적 지주였던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지금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질병과의 전쟁, 자연과의 전쟁, 그런데 더 힘든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불의와의 전쟁입니다.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적인 일들을 보면서 사람 사이에 사랑이 회복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하나님 우리에게 사랑할 수 있는 마음과 용기를 주시옵소서. 어머니를 통해 받은 사랑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이미 먼저 약속의 땅에 당도하신 어머니뿐만 아니라 광야 길을 가는 어머니들을 위로하여 주시고 사랑의 힘을 더하여 주소서. 그 모진 수고를 하여도 수고라 알아주지 않은 세태 속에도 낙심하지 않게 하시고 주님이 보상이 되어 주소서. 어머니라는 이름을 내놓지 못하는 어머니들에게도, 어머니를 잃은 자녀들에게도 주님의 사랑으로 치유받게 하소서. 십자가와 부활의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림학춘 목사(라구나힐스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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