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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의 꽃 이야기] 새 애인과 전 부인 사이를 오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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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1-06-09 | 조회조회수 : 2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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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존 오스왈드라는 목소리가 걸걸한 남자분이 전화를 걸어와 자기 걸 프렌드에게 보낼 꽃을 주문했습니다. 대부분의 고객은 어떤 꽃을 보낼지 전혀 아이디어가 없이 전화를 하는데 그럴 때면 우린 ‘디자이너스 초이스’를 권합니다. 그러면 그들은 어떤 색깔, 어떤 종류의 꽃, 그리고 얼마짜리면 좋겠다는 말만 하면 나머지는 디자이너가 다 알아서 만드는 것입니다.


아내는 존이 원하는 대로 값비싼 고급 디자인에 사용되는 올켙으로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었고, 난 그것을 들고 그의 걸 프렌드인 벨린다의 집으로 배달을 갔습니다. 존의 목소리로 미루어보건대 그녀가 젊은 여성은 아닐지라도 아마 중년 정도의 여인일 것이라 생각하며 그 집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런데 문을 여는 여인의 모습을 보고 나는 너무나 놀라 그 집 주소와 그녀의 이름을 다시금 확인해야 했는데 왜냐하면 자욱한 담배 연기를 배경으로 눈앞에 나타난 여인은 완전 백발의 할머니였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때부터 걸 프렌드가 꼭 젊은 여자일 이유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존은 전 부인과 이혼을 한 후 새 애인을 만난 것인데 그것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만남이었습니다. 

   

그녀가 꽃을 받은 후 별다른 감정표현이나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문을 닫아버리는 바람에 나는, ‘이 아름다운 꽃이 이 여자에겐 별로인가 보다. 이제 이 집은 이것으로 끝났구나’라고 혼자 생각하며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존이 다시 전화를 걸어와 지난번 가져간 꽃을 자기 걸 프렌드가 너무 좋아해서 다시 그녀에게 꽃을 보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감정표현과 좋아서 다시 주문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사실도 새롭게 깨달은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단골 충성 고객이 되어 모든 절차를 생략하고 "언제 갖다 달라"는 말 한마디로 주문을 끝내는 존에게서 어느 날 전화가 걸려와, "내가 지금 오하이오에 있는데 오늘이 벨린다에게 특별한 날이니 꽃을 잘 만들어 가져다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퍼플색 올켙으로 디자인한 아름다운 꽃을 들고 그녀를 찾아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잠시 후 문 안쪽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갑자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비명이 터져 나왔습니다. 


너무 놀라서 문을 열어보니 벨린다가 거기 넘어져 있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넘어질 때 충격이 너무 커서 엉치뼈가 부러졌다고 합니다. 그녀에게는 나를 놀라게 하는 특별한 재주가 있는가 봅니다. 911에 전화를 걸어 구급차가 오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몹시 길게 느껴졌고 난 그녀가 구급차에 실려 가기까지 그녀를 위해 기도해주며 그 자리를 지켜야 했습니다. 


그녀가 떠난 후 가게로 돌아오면서, ‘이건 누구 책임이지? 저 할머니가 언제 회복될 것이며, 회복이 되기는 할까? 이제 존은 다시는 꽃을 주문하지 않겠지? 앞으로 노인들에게 꽃을 배달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등등 수많은 생각들로 마음이 번잡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몇 달이 지나 존에게서 반가운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오늘이 벨린다가 퇴원하는 날이니 병원으로 꽃을 좀 갖다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내와 나는 너무 기뻐서 즉시 그녀의 취향에 맞는 꽃을 만들어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존은 나에게, “네가 벨린다에게 직접 갖다주면 좋겠다”라고 하는 바람에 이러다가 보이 프렌드가 바뀌는 건 아닌가 하며 나는 꽃을 들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벨린다는 나를 보자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내가 넘어졌을 때 끝까지 나를 지켜주어서 내가 이렇게 회복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예상밖의 외모로 나를 놀라게 하더니 이번엔 예상밖의 말로 나를 감동하게 했습니다. 그녀는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내가 자기를 지켜준 것을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퇴원하여 집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타주에 있던 존이 다시 벨린다에게 보내는 꽃을 주문했습니다. 꽃을 싣고 그녀의 집을 향해 가면서 나는 심각한 고민을 했습니다. '이 여자가 꽃을 받으러 나오다 또 넘어지는 날에는...' 나는 안 되겠다 싶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지금 꽃을 가져가는데 절대 나오지 말라. 내가 안으로 가지고 들어갈 것이니 문만 열어 놓으라”고 해놓고는 그 집 문 앞에 가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벨린다! 나 다니엘인데 꽃을 가지고 지금 들어가니까 나오지 말아요. 내가 들어가 탁자에 올려놓을 거예요” 

   

그렇게 해서 그 복잡한 배달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존의 주문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의 전 부인과 딸이 사는 집으로 특별한 날이면 배달을 부탁해왔습니다. 덕분에 나는 그의 전 부인과 새 애인 사이를 오가며 꽃을 배달해주었습니다.


얼마 전, 전화를 걸어온 존은 전 부인의 집으로 딸의 생일 꽃을 보내달라고 부탁을 하면서 벨린다가 이젠 자기가 사는 오하이오주로 아주 이사를 왔다고 했습니다. 나는 그에게, “내가 오하이오로 꽃 배달하러 갈게”라고 농담을 했지만, 이제 벨린다에게 꽃을 가져다주는 스릴 넘치는 배달의 사명이 끝난 것이 몹시 아쉬웠습니다.


언젠가 존이 그 친근감 넘치는 걸걸한 목소리로, "벨린다가 너희가 보내주던 꽃을 너무 그리워해서 우리 다시 여기로 이사 왔다"는 전화를 해서 또 한 번 나를 깜짝 놀라게 해주기를 기대해봅니다.


짙은 퍼플색 댄드로비엄 올켙과 라벤더 장미, 거기에다가 퍼플색 써큘런트까지 사용하여 뒤에 고급 그린들을 배경으로 조화롭게 디자인한 로맨틱하고 엘리건트하며 호화로운 이 ‘Orchid Jewels’와 같은 디자인을 벨린다는 매우 좋아했습니다.

   

그녀에게 꽃을 보낼 때 항상 올켙을 사용하긴 했지만 디자인의 형태는 매번 다른 것이어서 벨린다는 꽃을 받을 때마다 매우 흡족해했습니다. 벨린다에게 가져갔던 꽃들을 모두 사진으로 남겨놓았더라면 아마 멋진 올켙 디자인 컬렉션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근호(다니엘) 목사는 1977년에 도미, George Mason 대학에서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Central Bible College와 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선교학 전공했으며, 1987년 목사 안수를 받은 후 30년간 이민 목회와 함께 지난 25년간 미국 전역에서 부흥집회를 인도했고, Billy Graham의 LA Rose Ball 전도집회에서 통역 설교를 담당했다. 2017년 목회직을 사임한 후 2018년 2월부터 버지니아에서 Lake Ridge Florist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물이 흐르는 곳에 식물은 자란다"(베드로서원), "모든 것을 가진 것보다 더 감동 있는 삶"(쿰란출판사), 다니엘 꽃이 야기(Daniel's Flower Story)"(도서출판 레드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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