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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의 꽃 이야기] 꽃을 받는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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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1-12-28 | 조회조회수 : 2,82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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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남자가 주고 여자가 받는 것이 당연한 공식처럼 되어 있습니다. 가끔 직장의 보스에게, 입원 중인 환자에게, 그리고 아주 가끔 자녀들이 아버지에게 보낼 때 남자들이 꽃을 받기도 하지만 그런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꽃은 여인들에게 배달됩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나는 꽃 배달을 하면서 수많은 여인을 만나게 되었고, 그런 가운데 특이한 현상을 보게 되었는데 그것은 꽃을 받는 여인들 중 외모가 출중한 미인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거의 없었다’고 하지 않고 ‘없었다’고 하는 것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미국에 살면서 영화나 TV, 인터넷 등의 미디어를 통해 늘씬한 키에 잘생긴 미남미녀들을 흔히 접하다 보니 대부분의 미국인의 외모가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삶 속에서 실제로 만나는 사람들, 특히 꽃을 배달하면서 만나는 여인들은 그런 외모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매우 수수하고 평범한 여인들이었습니다. 


남편과 자녀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 여인의 외모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나는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입니다. 가끔 예외가 있을 법도 한데 아직도 예외가 없는 이 현상이 내게는 매우 특이하게 느껴져 이 주제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발렌타인스데이에 드디어 그 예외의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수많은 주문으로 인해 아침 일찍부터 배달을 시작했지만 자꾸 시간이 밀려 한두 시간씩 늦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급한 마음으로 신속하게 배달을 하던 중 두 집이 같이 붙어있는 duplex의 오른편 집 문을 두드리니 보기 드문 미모의 여인이 문을 열었습니다. 나는 꽃을 전해 주면서 발렌타인스데이여서 이런 예외도 있구나 생각하며 서둘러 다음 집을 향해 떠났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어떤 남자분이 잔뜩 성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와서 하는 말이 자기가 분명히 발렌타인스데이 한참 전에 전화로 주문을 하면서 반드시 시간을 맞춰 배달해야 한다는 다짐을 받았는데 꽃은 제시간에 오지도 않았을 뿐더러 옆집에서 꽃을 갖다주었다는 것입니다.

   

자기 아내는 학교 교사이기 때문에 정확한 시간에 꽃을 집으로 배달해주면 자기가 받아 학교에 가서 아내에게 꽃을 바치는 이벤트를 하려 했는데 우리가 늦게 배달하는 바람에 그 모든 계획이 망가졌으니 어떤 식으로든지 배상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머리가 복잡해졌습니다. 시간이 늦은 것은 사실이지만 발렌타인스데이에 한두 시간 늦는 것은 흔한 일이기 때문에 그것이 그리 문제가 될 줄은 몰랐고, 더구나 난 분명히 집에 있는 그의 아내에게 꽃을 전해 주었는데 그 시간에 그의 아내는 학교에 있었다니... 그리고 옆집에서 꽃을 갖다줬다는 것은 또 무슨 말인가? 


순간적으로 모든 상황을 짜 맞춰보니 결론은 간단했습니다. 내가 배달을 늦게 간데다가 옆집에다 그 꽃을 갖다준 것이었습니다. 학교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내와의 약속시간이 다 되도록 꽃이 오지를 않자 그 남편은 이를 갈며 빈손으로 학교에 갔고, 나는 집 주소를 잘못 보고 착각하여 옆집 여자에게 꽃을 배달한 것이었습니다.

   

아내를 위한 그 남편의 멋진 계획이 나의 실수로 인해 다 무너져버렸으니 배상은 물론 어떤 벌도 달게 받아야 하겠지만, 생각할수록 이상한 것은 하필이면 실수로 배달한 꽃이 옆집의 미인에게 갔는가 하는 것이고, 지금도 궁금한 것은 늦게서야 꽃을 받은 그 남편의 아내는 어떻게 생긴 여인일까 하는 것입니다. 어쨌든 나는 꽃을 받는 여인들을 보면서 수수하고 평범한 여인들이 오랜 세월 가정을 지키며 남편과 자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구부러진 소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합니다. 오랜 세월 눈과 비를 맞아가며 거센 풍파를 온몸으로 받아내느라 허리가 구부러져 재목으로 쓸 수 없어 내버려 둔 소나무들이 그 자리를 지키면서 산을 푸르게 하며,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받아내 산사태를 막아 산 아랫동네 사람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것처럼 인생의 풍파를 온몸으로 막아내느라 허리가 구부러진 아내들, 엄마들이 남편들과 자녀들의 사랑과 존경의 꽃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런 깊은 의미가 아니더라도 쭉 뻗은 소나무보다 허리가 휘어진 소나무가 내게는 더 예술적으로 운치 있어 보입니다. 자식들이 먹다 남은 음식들, 밥솥 밑바닥에 붙은 누룽지를 밥주걱으로 긁어먹느라 뚱뚱해진 여인의 허리도 남편과 자녀들의 눈에는 감동적인 예술작품으로 보일 것입니다. 꽃은 그런 여인들을 찾아갑니다.


이근호(다니엘) 목사는 1977년에 도미, George Mason 대학에서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Central Bible College와 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선교학 전공했으며, 1987년 목사 안수를 받은 후 30년간 이민 목회와 함께 지난 25년간 미국 전역에서 부흥집회를 인도했고, Billy Graham의 LA Rose Ball 전도집회에서 통역 설교를 담당했다. 2017년 목회직을 사임한 후 2018년 2월부터 버지니아에서 Lake Ridge Florist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물이 흐르는 곳에 식물은 자란다"(베드로서원), "모든 것을 가진 것보다 더 감동 있는 삶"(쿰란출판사), 다니엘 꽃이 야기(Daniel's Flower Story)"(도서출판 레드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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