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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의 꽃 이야기] Balloon 피할 수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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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2-03-23 | 조회조회수 : 58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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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풍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풍선 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입니다. 나는 풍선을 하나만 입으로 불어도 귀밑이 당기고 머리가 핑 돌아 평생 불어본 풍선이 몇 개 안 되고, 더구나 할 리 엄 탱크에 풍선을 꽂아 바람을 넣는 것은 터지는 것이 두려워 남이 불 때면 저~멀리 떨어져 있곤 했습니다.

   

꽃가게를 시작해서도 다행히 카운터를 보는 여자분이 풍선 담당이라 나는 가능한 한 수소탱크와 멀리 떨어져서 지냈는데 우리 부부만 남고 나니 나보다 공포가 더 심한 아내 덕분에 나는 끝까지 피하려 했던 풍선 담당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풍선이라는 것이 꽃가게의 골치 아픈 문제아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고객이 꽃과 함께 주문한 풍선을 깜빡 잊고 갔다가 꽃만 전해주고 돌아와서는 다시 풍선 하나만 딸랑 들고 또 그 집을 찾아가는 일이 허다하게 생깁니다.

   

그런데 어느 집은 왕복 한 시간 반, 거기에 퇴근 시간이 걸리면 무려 두 시간을 풍선 하나 들고 배달해야 하는 기가 막힌 상황이 자주 벌어지다 보니 실수하지 않으려고 주문받은 티켓에 인쇄된 풍선 그림에다 노란 마커를 겹으로 칠하고, 옆에다 ‘풍선’이라고 크게 써놓아도 이상하게 꽃을 들고 나갈 때는 그것이 안 보이다가 그 집 앞에만 가면 보이는 것입니다.

   

더구나 발렌타인스데이나 마더스데이처럼 꽃과 함께 풍선 배달이 엄청나게 많을 때는 그 실수가 자주 일어나 늦은 저녁이나 밤에 풍선 하나 들고 먼 거리를 찾아가는 일들이 비일비재로 생겨나다 보니 내게 풍선이 곱게 보일 리가 없는 것입니다.


혹시나 꽃을 받는 이가 너그러이 용서하며 ‘이 꽃으로 충분하니 풍선은 괜찮다’고 해주길 바라면서 최대한 불쌍하게 보이려고 낙심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는 나에게 ‘풍선은 안 가져와도 괜찮다’고 말한 사람은 지금까지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용서는 고사하고 받는 이들은 풍선이 빠진 것에 실망하고, 보낸 사람들은 ‘내가 이미 풍선값을 지불했으니 다시 가져다주라’고 불쾌감을 나타내기 일쑤라 풍선 주문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겨울철 추운 날씨에는 풍선을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순간 그 안의 공기가 수축되어 홀쭉해지는 바람에 방금 넣은 수소가 다 빠져나갔거나 잘못 넣은 줄 알고 가지고 들어오면 부풀어 올랐다가 다시 가지고 나가면 또 수축되는 일을 반복하다가 그 이치를 깨닫고는 추운 공기로 인해 수축되어 홀쭉해진 불량품 같은 풍선들을 배달하면서 받는 이들에게 ‘지금은 이래도 집안에 들어가면 조금 있다가 다시 부풀어 오를 것입니다’라고 일일이 해명해줍니다. 그러면 별일 아니라는 듯이 그 홀쭉해진 풍선을 불평 없이 받는 그들을 보면서 그 사실을 몰랐던 건 오직 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라 비 오고 바람 부는 날 풍선을 가져갔는데 집에 아무도 없으면 밖에 놓아둘 수도 없고, 다시 가져올 수도 없고 해서 특별한 조처해놓고 오지만 잘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기까지 불안한 마음은 가시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요즘은 전세계적 현상인 global helium shortage로 인해서 수소탱크를 구하는 일이 무척이나 어려워져 수소가 떨어지고 나서 몇 달간 풍선을 불지 못해 풍선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구하러 다니느라 엄청나게 고생을 했습니다. 예전에는 그렇게 풍선 부는 것이 싫더니 얼마나 풍선을 불고 싶던지 수소탱크만 구할 수 있게 해주면 다시는 풍선 부는 것을 불평하지 않겠다고 수없이 다짐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나는 풍선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풍선 없이 꽃가게를 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지구가 존재하는 한 장미 가시도 존재하고, 꽃집이 있는 한 풍선도 있을 것이며, 우리가 꽃집을 하는 한 풍선을 피할 길은 없을 것입니다. 나는 그래서 어떤 이의 명언대로 ‘피할 수 없는 것은 즐기기’로 이미 오래전에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사실 알고 보면 우리 삶에는 그렇게 마음먹어야 할 일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평생을 바깥사람으로 살던 남편이 은퇴를 하고는 안사람이 되어 남은 생을 편안히 살려면 피할 수 없는 것이 설거지와 집 안 청소입니다. 안 하면 쫓겨나고, 불평하면 더 괴로운 그 일을 기왕에 하려면 ‘흰 눈보다 더’ 찬송을 부르면서 즐겁게 해야 서로 간에 좋습니다.

   

늙어서 병들어 긴 세월을 누워지내다 가지 않으려면 걷고 운동을 해야 하는데 피할 수 없는 그 일을 기왕이면 ‘한 걸음 한 걸음, 날마다 날마다’ 찬송을 부르면서 즐겁게 걸어야 합니다. 아기 엄마는 자녀 키우는 일을, 학생은 공부를, 목사는 설교를, 운동선수들은 연습과 훈련을 그리고 나는 배달과 뒷정리와 풍선 부는 일을 피할 수 없으므로 즐겁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무슨 일이든 즐겁게 하다 보면 그 일이 즐거워지고, 그렇게 하는 일은 짜증을 내며 할 때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세상에 감당 못 할 사람은 노는 것처럼 즐겁게 일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왕에 피할 수 없는 풍선, 오늘도 즐겁게 불고 기쁘게 배달합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타주에 살고 있는 아빠가 이 지역에 사는 딸의 14세 생일축하로 풍선 부케를 보내고 싶다는 전화를 해왔습니다. 어떤 풍선들을 몇 개나 해야 할지 아이디어가 없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나의 의견을 묻길래 14세 생일을 기념하여 14개의 풍선으로 하되 그중 하나는 큰 사이즈로 하면 좋겠다고 하니 그렇게 해주되 배달하기 전에 꼭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꽃이나 풍선을 보내면서 그것을 직접 볼 수 없을 때 사진을 보내주길 바라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는 14개 풍선 부케 사진을 보내면서 난 그에게 ‘비록 딸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 선물을 통해 딸은 아빠의 임재와 사랑을 느낄 것’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는 감격하여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앞으로도 꼭 이 꽃가게에서 다시 주문을 하겠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딸을 향한 아빠의 마음이 담긴 뜻깊은 풍선 부케였습니다.


이근호(다니엘) 목사는 1977년에 도미, George Mason 대학에서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Central Bible College와 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선교학 전공했으며, 1987년 목사 안수를 받은 후 30년간 이민 목회와 함께 지난 25년간 미국 전역에서 부흥집회를 인도했고, Billy Graham의 LA Rose Ball 전도집회에서 통역 설교를 담당했다. 2017년 목회직을 사임한 후 2018년 2월부터 버지니아에서 Lake Ridge Florist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물이 흐르는 곳에 식물은 자란다"(베드로서원), "모든 것을 가진 것보다 더 감동 있는 삶"(쿰란출판사), 다니엘 꽃이 야기(Daniel's Flower Story)"(도서출판 레드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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