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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라다이스, 아시아, 베이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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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작성일2023-08-11 | 조회조회수 : 17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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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라다이스, 아시아, 베이거스” 이 거창한 이름들은 지난 주중에 제가 들렸던 식당들 이름입니다. 그것도 음식을 주문해서 먹는 일반적인 식당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음식을 차려놓고, 먹는 사람이 각자 알아서 덜어 먹을 수 있는 ‘뷔페(Buffet)식당’이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식당들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중에서도 뷔페식당들이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여러 사람의 손을 타는 집게로 음식을 집어야 하고, 거리 두기를 하면서 음식을 담아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 많은 뷔페식당들이 문을 닫거나 일반 식당으로 영업스타일을 바꾸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을 벗어나면서 뷔페식당들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오히려 더 큰 인기를 끈다고 합니다. 식료품비와 외식비 등 생활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식비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정해진 가격에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뷔페식당을 찾기 때문입니다.


    뷔페식당을 찾는 이유는 비단 가격 때문만은 아닙니다. 여러 명이 가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음식을 먹는 편리함도 있기에 단체로 식사할 때나 장례예배에 참석한 조문객들을 대접할 때도 뷔페식당을 이용할 때가 많습니다. 제가 뷔페식당을 연거푸 찾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지난 화요일 저녁에는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박사 과정 집중 수업을 듣기 위해 한국에서 오신 목사님들을 대접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학교 측에서는 교통편과 시간대를 고려해서 매일 저녁 식당 스케줄을 잡아 두었습니다. 그 스케줄에 따라 저희 교회에서 대접하기로 한 곳이 학교 인근에 있는 ‘파라다이스 뷔페’였습니다. 


    주중 퇴근 시간에 클레어몬트까지 가는 길이 멀었습니다. 근 두 시간을 운전해서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수업을 마친 목사님들과 인사를 나누며 교회 소개를 했습니다. ‘미 본토에 세워진 최초의 한인 교회’ 우리 교회를 소개하는 일반적인 문구입니다. 물론 오랜 역사를 이어온 것도 귀한 일이지만, 역사만을 자랑한다는 것이 그리 큰 의미가 있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날 공부하러 오신 목사님들 중에서는 한국에서 오래된 교회로 손꼽히는 정동제일교회, 종교교회 출신의 부목사님들도 계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그분들에게 우리 교회를 “세워주심의 은혜를 기억하며, 오래 두심의 이유를 증명하려고 애쓰는 교회”라고 소개했습니다. 우리 교회를 처음 세운 플로랜스 셔먼 여사는 남편과 함께 조선에서 선교사로 활동하셨습니다. 병에 걸린 남편의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결국 남편을 먼저 떠나보냈습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형편 가운데에서 한인 유학생들과 노동자들을 모아 시작한 교회가 바로 우리 교회입니다. 그 세워주심의 은혜를 잊지 않고 감사하는 교회가 되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 “천장지구(天長地久)”라는 말이 나옵니다. “하늘과 땅은 영원하다”라는 뜻입니다. 중국의 문명비평가인 임어당(林語堂)은 이 구절을 이렇게 번역했습니다. “우주는 영원하다. 우주가 영원한 이유는 스스로를 위해 살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땅에서 오래동안 한자리를 지키는 것들은 모두 자신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 교회도 세상을 섬기는 교회가 되어 오래 두심의 이유를 증명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수요일 점심에는 속회로 모이면서 ‘아시아 뷔페’라는 근사한 식당으로 초대받았습니다. 식당에 들어서면서 이렇게 큰 식당이 있다는 것에 놀랐고, 사람들이 가득 차 있음에 다시 놀랐습니다. 다양한 음식만큼이나 다채로운 삶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름다운 성도의 교제를 이어갔습니다. 


    목요일에는 고 서정원 권사님의 장례 예배를 마치고 ‘베이거스 뷔페’에서 이른 저녁을 했습니다.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신앙 생활하셨던 귀한 권사님께서 가시는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예배를 드리면서 천국의 소망을 증거했습니다. 가족들과 조문객들이 함께 음식을 나누면서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뷔페식당에 갈 때마다 왠지 조금 먹으면 손해 보는 것 같아 여러 번 접시를 비우다보니 허리둘레가 조금 늘어난 것 같습니다. ‘파라다이스, 아시아, 베이거스’ 뷔페식당들의 이름만큼이나 화려하고 잘 차려진 다양한 음식을 먹으면서 우리의 인생에 담긴 여러 이야기와 지나온 삶의 흔적들을 나누다 보니 영적으로도 풍성한 은혜를 누릴 수 있었던 한주간이었습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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