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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승훈의 書架멍] 내 書架 터주대감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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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작성일2023-11-03 | 조회조회수 : 3,46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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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환경 미국에 정착해서 좀 여유가 생겨서인지, 아니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 때문이었는지, 한국에서 유학을 준비하던 과정에서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문제가 새로 등장하게 되었다.


    원래 계획과 목표는 단연 내가 지망했던 시골 학교에 가서 내 공부에 전념하는 것이었지만, 새로 생긴 문제는 곧 은퇴하실 부모님 모시고, 동생들을 미국으로 불러와야 한다는 장남 노릇이었다. 


    이거냐 아니면 저거냐… 그게 내가 당면했고 선택해야 하는 새로운 문제였다. 눈 딱 감고 몇 해는 나만을 위한, 내 미래 경력만을 위한 공부에 전념을 할 것이냐? 아니면, San Francisco에서 학비까지 대주는 직장에 다니면서 MBA 공부도 하고, 집안도 챙기고 할 것인가? 


    그런데 그것은 조국으로 돌아가서 내 평생 꿈을 편다는 것을 완전히 포기하는 건 물론, 외딴 외국에서 생업에만 몰두하는 이민자가 되는 것, 낯선 땅에서 이방인으로 평생 살아야 한다는 문제까지도 겹치는, 아주 힘든 문제 아닌가… 나에게는 soul-searching(자기 성찰)이 필요했던, 아주 고통스러운 문제였지만 종내 장남 되기를 선택, 미국에 정착하기로 작정했다. 이 문제 주변엔 할 이야기가 참 많지만 그건 뒤로 미루고….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었던 청소부 일이 나의 미국 첫 직장이어서인지는 몰라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이야기들이 좀 있다. 그 중에 하나. 


    어느 날 바닥에 이상한 게 있어 집어봤더니 내가 생전 처음 보는 노란 색깔 머리핀이다. 아, 내가 정말 멀리멀리 외국에 와 있구나… 낯선 땅 이방인… 눈물이 핑 돌았다. 성경에서도 언급된 “낯선 땅 이방인(stranger in a strange land)”, “내가 타국에서 객이 되었음이니라 / I have been a stranger in a strange land”(출애굽기 2:22) 


    인간이란 무엇이며 누구인지에 대한 원초적 문제를 제시하는 論題(thesis). 작은 나라에 태어난 우리 모두가, 셀 수 없이 많은 우리 선조, 선배들 역시 중국, 만주, 몽고, 일본, 미국, 이름도 모를 낯선 외국 땅에 가서 필경 느끼고 겪었을 그 體驗, 感性, 情感… 그걸 나도 느끼게 되니... 신라시대 고승의 중국 유학, 몽고로 잡혀간 수많은 우리 동포들, 일제 때 만주와 러시아로 이주한 사람들, 동경 유학생, 징집되어 끌려간 노동자들… 그들도 필경 한 번쯤은 이걸 느꼈겠지. 내가, 나만 처음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절로 눈물이 났다. 동포라는 건 바로 그런 거 아니겠는가.


    사무직원으로 변신한 내가 정장을 차려입은 대망의 첫 출근길. 내가 물걸레질을 하던 정문에 막 들어서는데, 갑자기 勃起 현상이 일어나서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00명 직원의 70%가 여자인 이 일터, 아침 일찍 그 많은 여자들이 한껏 바른 화장품 냄새는 예상치 못하게 나로 하여금 대학, 군대시절 맡았던 옛 냄새를 일깨워주니 말이다. 이런저런 많은 사람과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계속> 


    조승훈 

    서울 고등학교, 고려대학 법과대학, University of San Francisco MBA.

    San Francisco 번화가 California & Pork Street 교차점 케이블카 종점 책방 경영

    1986~2018년까지, 한국으로 가장 다양하고 많은 책을 직접 선정해서 보냄 

    매주 주간매경 서평 8년, MBC 일요일 아침 “독서와 인생” 라디오 프로그램 3년 진행

    코매디안 조모란(Margaret Cho) 씨 부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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