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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폴 리쾨르의 『오류를 범하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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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작성일2023-11-03 | 조회조회수 : 3,12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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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리쾨르(Paul Ricoeur, 1913-2005)에 대하여 우리말로 쓰인 논문이 한 편도 없는 1980년대 중반에 “폴 리쾨르의 국가론”이라는 제목으로 석사학위 논문을 작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영역된 리쾨르의 저술, 『자유와 본성: 의지적인 것과 비의지적인 것』(1950), 『오류를 범하는 인간』(1960), 『악의 상징』이라는 인간 의지에 관련된 저술은 내면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을 일깨워주었고, 그것을 통해 국가론으로 나아가는 징검다리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은 의지에 대한 이때의 작은 이해가 그 이후에 읽게 된 달라스 윌라드의 책, 마음의 혁신(Renovation of the Heart, 2002)을 읽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성경을 읽는 우리는 “마음을 지키라”는 주제에 대하여 수백 번의 반복적인 도전을 받게 됩니다. 마음의 문제가 신앙과 환경, 정치, 경제, 문화에 이르는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그 마음의 핵심이 “의지”이기 때문에, 성경의 통찰은 성 어거스틴의 『자유의지론』, 마틴 루터의 『노예의지론』 그리고 캘빈의 『의지의 속박』이라는 연구로 이어집니다. 

       

    리쾨르는 창조된 인간의 한계상황을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말, 줄여 말하면 “가류적 인간”(可謬的 人間, fallible man)으로 묘사합니다. 리쾨르의 제자이기도 한 변규룡 교수님도 “팰러블” 이라는 단어를 ‘가류적’이라고 번역을 하셨습니다. 가류적 인간이란 완벽하게 성숙한 인간도 아니요, 그렇다고 해서 죄인의 타락한 본성을 가진 인간도 아닙니다. 이것이 리쾨르가 말하는 원초적 인간의 “한계상황”을 말합니다. 인간은 에덴, 그 기쁨의 동산에서 도덕적으로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완성을 향하여 나가는 가류성(可謬性, falliblility)을 가진 존재라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에덴동산에서 살던 인간이 아직 죄인은 아닙니다. 원초적으로 연약한 존재이지만, 그는 하나님의 형상, 닮은꼴로 창조되어 성숙함에 도달할 소망 속에 있는 인간이었습니다. 

       

    따라서 ‘가류적 인간’은 생명과 사망의 사이에 갈등하는 존재요, 의로움과 불의 사이의 존재요, 존재와 허무 사이의 한계 지워진 인간이요, 행복의 원리를 향하여 높이 상승함과 사망에 굴복함으로 형편없이 타락할 수 있는, 존재의 이중적 가능성을 동시에 가진 존재입니다. 이것이 에덴에서 인간이 처음 맞이한 결정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이 순간은 하나님의 선하신 말씀에 굴복하느냐 아니면 사탄의 악한 유혹을 따르느냐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유로운 인간의 상태였고, 자기 결정권을 가진 의지적 상황의 인간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을 버리고 선악과를 선택한 이후의 인간은 이제 원초적인 순결함을 상실했습니다. 그는 죄인이 되고 원래의 성품이 파괴되고, 죄성으로 왜곡되었습니다. 그 결과 이제는 타락함으로 악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인간이 되어, 범죄가 불가피한(peccable) 상황, 그래서 유죄성(peccability)에 빠진 인간이 되었습니다. 지금 모든 아담의 후손들은 그러므로 가류적 인간이 아니라 범죄적 인간(peccable man)이라고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타락한 이후 낙원에서 쫓겨나 에덴의 동쪽에서 사는 인간은 이제 범죄적 인간입니다. 그의 의지는 더 이상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의 의지는 죄에 압도되어, 죄악을 향한 숨겨진 “열정”(熱情, passion)을 가진 타락한 인간입니다. 이러한 열정은 깊은 속마음에서 우리의 의식으로 나타나 “사욕”(私慾, lusts, 롬 6:12)이 됩니다. 그 결과 권력 현상, 소유 현상 그리고 예술과 문학과 사상이라는 가치관의 세계를 타락시키는 집단적 악을 낳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복음을 통해 성령 안에서 새 사람을 입어야 합니다. 마음과 의지를 변화시키는 새 생명을 덧입어야 합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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