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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데믹 시대, 구원을 묻다…'밑바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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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CBS노컷뉴스| 작성일2021-10-13 | 조회조회수 : 1,28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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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밑바닥에서'

    극단 백수광부 25주년 기념공연 성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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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수광부 제공


    "내가 사랑하고 있었던 것은 뻬펠, 당신이 아니라 당신 속에 묻어둔 내 희망이었는지도 몰라"(-극중 대사)


    지난 9월 19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막을 내린 연극 '밑바닥에서'는 막심 고리끼(1868~1936)의 동명 희곡(1902)을 무대화했다.


    원작은 러시아가 전제군주제에서 공화제로, 급격한 체제 변화를 겪던 시기 하층민의 삶을 다룬다. 연극은 원작을 그대로 유지하되 대사를 시대상에 맞게 새로 다듬었다.


    무대는 빈민 합숙 여관으로 꾸며져 있다. 이 곳에는 협잡꾼, 주정뱅이, 창녀, 도둑, 부랑자, 죽음을 앞둔 여자 등 하층민이 뒤엉켜 산다. 폭력을 행사하고, 욕하고, 싸우고, 조롱하고. 지옥이 따로 없다.


    그런데 정체를 알 수 없는 노인 '루까'가 나타나 밑바닥 인생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이들과 눈을 맞추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간절하게 소망하는 자는 찾을 수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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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수광부 제공
     


    2021년에 120년 전 쓰여진 '밑바닥에서'를 소환한 이유는 뭘까. 합숙 여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내뱉는 대사를 160분간 음미하다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 격차와 양극화 속에서 끊어진 계층 이동 사다리를 복원하는 것이 쉽지 않은 우리 사회의 현주소가 이들의 삶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작품은 구원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 이성열 연출은 "거짓위로든, 동정이든, 존경이든, 진실이든, 뭐든 닥치는 대로 손에 잡고 어떻게든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극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무겁지만 중간중간 웃음 포인트가 적잖다. 원작이 방대하고 등장인물이 많은 만큼 원작을 미리 들여다보고 연극을 감상하면 좋을 듯하다.


    '밑바닥에서'는 올해 창단 25주년을 맞은 극단 백수광부의 두 번째 기념 공연이다. 이 작품이 팬데믹 시대 관객에게 구원의 가능성에 대해 묻는 것처럼 백수광부는 척박한 연극판에서 롱런하는 극단의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번 공연은 등장인물 전원을 극단 단원으로 캐스팅해 더 뜻깊다. 오랫만에 대극장 무대를 누벼서 일까. 단원들의 표정과 몸짓이 더 활기차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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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수광부 제공
     
     


    문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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