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스트 도터’ 모성애라는 모래 성전을 바다로 빠트리며 > 영화 | KCMUSA

영화 ‘로스트 도터’ 모성애라는 모래 성전을 바다로 빠트리며 > 영화

본문 바로가기

  • 영화

    홈 > 문화 > 영화

    영화 ‘로스트 도터’ 모성애라는 모래 성전을 바다로 빠트리며

    페이지 정보

    작성자 국민일보| 작성일2022-08-03 | 조회조회수 : 5,690회

    본문

    ‘아가페(그리스어: αγάπη)’. 거룩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이야기할 때 이 단어를 사용한다. 그렇기에 이 단어는 늘 하나님의 사랑과 묶인다. 하나님의 사랑 말고는 ‘아가페’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랑이 없다.


    그러나 감히 이 ‘아가페’에 비견되는 사랑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어머니의 사랑이다. 인류에게 모성애는 늘 그런 사랑이었다. 자신을 내어주고 희생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는, 감히 신의 사랑에 가까운 유일한 사랑. 그러나 정말 어머니의 사랑은 그러한가. 영화 <로스트 도터>는 질문을 던지기에 앞서 한 어머니를 보여준다.


    d692282a1d67fd8cc1ad489b14dd5481_1659567703_9453.png
    < 이미지출처 : 네이버 영화 >


    이런 어머니도 있다.


    영화 <로스트 도터>의 주인공인 대학교수 ‘레다’는 홀로 휴가를 왔다. 그리스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그녀는 혼자 휴식하며 책을 읽고 여유를 만끽한다. 자녀가 없는 듯 보이는 그녀가 유난히 자유롭고 홀가분해 보인다.


    그런 ‘레다’가 휴가지에서 마주친 한 가족은 다소 시끄럽고 행동이 거칠다. 매년 이 휴가지를 찾는다는 그 가족은 이곳의 주인인 양 행동하고, ‘레다’는 그들과 어쩔 수 없이 자꾸 마주치고 부딪힌다. 그리고 그 가족의 일원인 ‘니나’와 그녀의 딸을 관찰하게 된다. 사랑스러운 딸을 돌보는 젊고 아름다운 여자. 그 모녀를 바라보며, 또 결정적으로 ‘니나’의 딸이 없어지는 해프닝을 겪으며 ‘레다’는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고 그때부터 관객은 모성애는커녕 딸 둘을 버리고 자신의 삶을 택한 ‘레다’를 알아가게 된다.


    젊은 ‘레다’는 번역을 전공한, 특히 이탈리아 현대 문학을 연구한 뛰어난 학자였다. 어린 딸들이 칭얼대며 그녀를 한시도 가만두지 않을 때 그녀는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자신이 어린 시절에 갖고 놀았던 소중한 인형 ‘미나’를 선물했으나, 그 인형을 함부로 대하는 방식을 통해 엄마에게 쌓인 감정을 표출한 딸에게는 ‘내 인형’을 망쳤다고 화를 내며 인형을 창밖으로 던져버리며 응수했다. 딸이 자지러지게 울어도 그다지 마음 쓰지 않고 연구에 몰입했고, 손가락을 다친 아이가 손에 뽀뽀해달라고 칭얼거릴 때는 분노와 답답함에 휩싸여 뒤돌아 한숨 쉬었다.


    그런 ‘레다’는 자신의 연구, 그리고 그 가치를 알아보는 새로운 사랑에게 투신한다. 집을 떠났고 자녀들과 남편을 버렸으며 그들 대신 자신의 지적, 성적 욕망을 품에 안았다.


    그런 ‘레다’가 휴가지에서 ‘니나’와 ‘니나’의 딸, 그리고 작은 인형을 보며 품는 생각과 감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출산을 앞둔 이에게 “자식들이란 끔찍한 부담이에요.”라고 말하면서도, 추억에 젖어 자녀들과의 시간을 그리워한다. 분명 자녀들을 버린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 듯 보이면서도 기이한 집착과 해소되지 않은 상처가 엿보인다. 놀랍게도 그녀는 그렇게 자유로이 홀로 휴가를 보내면서, 종종 딸들과 통화를 한다. 과거에 자녀들을 버렸으나, 시간이 지나 다시 자녀들에게 돌아간 것이다.


    d692282a1d67fd8cc1ad489b14dd5481_1659567744_8241.png
    < 이미지출처 : 네이버 영화 >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성전


    조건 없는 무한한 사랑에 가까운 ‘어머니의 사랑’이란 사실 허상일 수 있다. 모성애는 무너질 리 없는 성전 같지만, 모래로 겨우 쌓아 올려 언제든 흩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인류 역사 내내 여성에게 강요되었던 의무가 그저 양육하는 인간이라면 본능적으로 갖는 감정과 얽혀 탄생한 복잡한 결과물이다. 그 신비롭고 숭고한 모래 성전을 영화 <로스트 도터>는 바다로 빠뜨렸다. 무너지고 흩어진 그 모래가 ‘어머니의 사랑’에 대해 조금 다른 시각을 갖게 하지만 또 그 모래를 쥐어보면 그 사랑은 분명 존재하며 확실히 놀랍다.


    하나님의 아가페, 그 사랑을 받는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위하여 애쓴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요13:34)” 모성애도 그런 작고 초라한 우리의 사랑 중 하나다. <로스트 도터>가 보여주는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통해 우리는 다시금 인간의 연약함과 작음을 보고 다시 하나님의 아가페를 놀라워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로스트 도터>는 현재 필름포럼에서 절찬리 상영중입니다. 


    글. 주보라 프로그래머 (필름포럼)


    원문보기 _ https://www.cricum.com/popularculture/?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2451264&t=board


    KCMUSA,680 Wilshire Pl. #419, Los Angeles,CA 90005
    Tel. 213.365.9188 E-mail: kcmusa@kcmusa.org
    Copyright ⓒ 2003-2020 KCMUSA.or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