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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애논’ 음모론, 조지아에 뿌리내린다

“트럼프는 어린이 피 마시는
악마의 세력과 싸우는 영웅”
백인·보수·복음주의 강한
북부 교외, 최적 환경 제공

지난 주말 우드스톡에서 열린 ‘Save the Children’ 행진에서 한 남성이 ‘WTF is Frazzledrip?’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AJC 캡처]

지난 주말 우드스톡에서 열린 ‘Save the Children’ 행진에서 한 남성이 ‘WTF is Frazzledrip?’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AJC 캡처]



지난 주말 우드스톡에서 어린이 성 착취 실상에 대한 경각심 고취를 위해 주민들이 동참한 ‘Save the Children’ 행진에서 한 남자는 ‘WTF is Frazzledrip?’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었다. 이는 앤소니 위너 전 하원의원의 랩탑 컴퓨터에 힐러리 클린턴과 그의 보좌관인 휴마아베딘이 어린이를 희생 제물로 삼아 피를 마시는 비디오가 숨겨져 있다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가리키는 암호이다.

이처럼 조지아 주에서 극우 음모론인 큐애논(QAnon)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애틀랜타 저널(AJC)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조지아에서 얼마나 많은 큐애논 지지자들이 활동하는지 정확하게 파악되지는 않는다. 이들은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를 통해 은밀히 연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주민 400여명이 참여한 행진에서 큐애논 지지자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증거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또 다른 팻말에는 ‘#Pizzagateisreal’이란 암호가 쓰여 있었다. 이는 워싱턴 DC 피자 식당의 비밀 지하실에서 엘리트 권력층이 아이들을 성노예로 삼고 있다는 음모론을 가리킨다.

전문가들은 큐애논 음모론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틈타 급속히 퍼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미들버리 대학의 테러리즘 전문가 알렉스 뉴하우스는 “마스크 착용이나 격리 정책에 반대하거나 백신 음모론을 통해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급진과격파들을 양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애틀랜타 북부 교외처럼 백인, 보수주의, 복음주의 주민들이 다수인 지역이 큐애논 커뮤니티 형성에 최적이라고 지적했다. 연방 의회나 주 의회에도 어느 정도 침투해 있을 것으로 그는 짐작하고 있다.

요즘 같은 코로나 사태 속에서 불안을 부추기는 포퓰리즘은 큐애논에게는 스테로이드제와도 같다. 팬데믹 사기론에서부터 샌디 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에 이르기까지 온갖 근거 없는 주장들을 펼치지만, 핵심은 버락 오바마, 톰 행크스, 빌 게이츠 등 워싱턴과 할리우드 엘리트들이 어린이를 성 노예로 삼고 그 피를 마시는 악마적 재단에 속해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음모론의 중심에 있다. 큐애논 그룹에 트럼프는 남부의 악마적인 아동 성 착취 집단을 뿌리뽑는 영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큐애논을 비난하기는커녕 트위터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한다. 기자회견에서 “이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사랑한다고 들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조지아 14 지역구 예비선거에서 큐애논 지지자인 머조리 테일러 그린이 당선됐을 때 “공화당의 유망 스타”라고 치켜세웠다.

뉴하우스는 “트럼프를 사탄 세력과 싸우는 신적인 인물로 둔갑시키는 것은 완전히 조작된 신화”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큐애논은 뜻밖의 지원군이 될 수 있고 그래서 그의 선거진영에서는 은근히 음모론과 야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Save the Children’ 같은 기독교 복음주의 행사가 ‘영적 전쟁’이라는 명분을 공유하면서 큐애논이 활동하는 환경이 되기도 한다. 큐애논의 조지아 페이스북 그룹은 단기간에 4000여명을 확보했다. 그룹 리더들은 끔찍한 어린이 인신매매 실상을 고발하기도 하지만 수시로 큐애논 음모론을 곁들인다.

사실 조지아는 어린이 인신매매에 대한 처벌이 가장 엄격한 주 중 하나다. 미성년자 성매매 가담자는 최소 20년에서 종신형까지 언도받고, 벌금 10만 달러와 자산 몰수, 피해자 보상 등의 중형에 처해진다.


권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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