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급식 막는 시 당국 고소한 교회, “우리는 노숙자 형제자매 포기 않해!”
노숙자 급식 막는 시 당국 고소한 교회, “우리는 노숙자 형제자매 포기 않해!”
  • Michael Oh
  • 승인 2022.02.15 1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래곤주 세인트 티모시 교회, 신앙 표현 자유 침해로 시 당국 소송
팬데믹 등 위기로 갈수록 심각해지는 노숙자 문제

[뉴스M=마이클 오 기자] 오레곤주 한 교회가 시 당국을 고소했다. 이유는 종교 표현의 자유를 탄압한다는 것이다.

오레곤주 세인트 티모시 성공회 교회는 펜데믹으로 더욱 늘어난 노숙자를 위해 주 6일 무료 급식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 사역은 교회가 위치한 브루킹스 시 당국의 행정 명령으로 위기에 처하게 됐다. 지난해 10월 시 당국으로부터 “(무료 급식을) 옮기거나 상당 부분 축소 할 것”을 명령받았기 때문이다.

세인트 티모시 교회 노숙자 급식 자원봉사자(Episcopal News Service)
세인트 티모시 교회 노숙자 급식 자원봉사자(Episcopal News Service)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 행정 명령은 지역 주민이 행사한 압력의 결과라고 한다. 교회가 위치한 브루킹스 주민들은 시 당국에 “교회를 중심으로 조성된 무질서한 무리들이 일으키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문제의 ‘무리들’은 “불법적 주거침입, 절도, 학대, 마약 소지, 쓰리게 투척, 고성방가, 물리적 충돌” 등을 일으키며 불안감과 불편함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진정서를 받아든 시의회는 지난해 10월 투표를 실시했다. 교회나 구제 기관이 구호 급식을 제공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며, 제한된 시간과 함께 주 2회 이상 급식을 실시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투표안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세인트 티모시 교회는 즉각 허가 신청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시 당국의 행정 명령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냈다. 이 제제 명령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섬기는 교회의 신앙 표현의 자유를 표적 삼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방 법원에 행정 명령 무효 소송도 제기했다. 교회는 이 소송을 통해 더 이상 시 당국이 구호 활동에 제재를 하지 않게 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세인트 티모시 교회 버니 린들리 수석 목사는 다음과 같이 교회의 입장을 설명했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도움이 필요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음지를 찾아다니며 지역 사회를 섬겼다… 우리는 지금 이 이 노력을 멈출 의사가 전혀 없으며, 우리의 신앙을 굳건히 지킬 준비가 되어있다. 우리는 어떠한 협박을 당한다 해도,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브루킹스의 형제자매를 절대 버리지 않을 것이다.”

소송을 맡고 있는 사만다 손댁 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

“세인트 티모시 교회의 급식 프로그램은 수많은 이들에게 생명을 유지시키는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신앙 표현의 자유이기도 하다… 버니 신부와 교회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섬김으로서 자신의 신앙을 표현할 합당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계속 그래왔듯이 말이다.”

시 당국은 교회의 이러한 입장에 난감해하고 있다. 시장 론 헤덴스콕은 [와일드리버 아웃포스트]를 통해 이 행정 명령이 늘어나는 노숙자 인구와 이들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요구를 모두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 불평을 쏟아내는 주민들이 있다. (이해가 상충하는 두 집단의 요구를) 동시에 채워야 하는 숙제가 있다. (이번 행정 명령은 이 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다.”

노숙자 급식 사역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버니 목사(Episcopal News Service)
노숙자 급식 사역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버니 목사(Episcopal News Service)

감당않되는 노숙자 문제, 하지만 저변에는 인간에 대한 인식 차이

이런 헤덴스콕 시장의 볼멘소리는 적어도 당분간은 불가피해 보인다.

세인트 티모시 교회와 시 당국의 갈등이 결국 이들을 둘러싼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경제 불균형과 함께 설상가상 찾아온 팬데믹 상황이 만들어낸 거대한 틈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0년 1월 오레곤주 노숙자 수는 14,655명을 기록했다. 인접한 캘리포니아주는 작년 161,000명이 넘는 인구가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 2020년 조사에서도 같은 해 미국 노숙자 집계가 580,466명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한 수치며, 만성 노숙자 증가율은 무려 1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인트 티모시 교회는 이런 상황 가운데 노숙자를 위한 급식 뿐만 아니라, 의료 지원, 식량 보급, 샤워 시설, 무료 인터넷 등 각종 사회 보장 서비스를 연계 지원했다. 지역의 다른 교회와 구호 단체 역시 부지런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노숙자 인구를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편 늘어나고 있는 노숙자가 바꿔놓은 지역 사회의 모습에 주민의 불안과 불평 또한 급증하는 것이 현실이다. 노숙자를 같은 존엄한 인간으로 인식하고 연민의 손길을 뻗기 보다는 당장의 불편함과 불안이 차별과 혐오로 쉽게 번지는 실정이다.

이런 난감한 상황은 어쩌면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바탕에 두고 세워진 시민 사회가 태생적으로 품고 있는 모순일 것이다.

시 당국은 모든 인간을 동일한 존엄성에 바탕을 두고 대하기 보다는, 당장의 실력과 압력을 행사하는 집단의 요구에 쉽게 끌릴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세인트 티모시 교회가 주장하는 ‘신앙 표현의 자유’는 지역 사회의 요구를 무시한 단순한 고집으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기독교 신앙은 소유의 양에 따라 인간 존엄성을 차별하여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어떠한 조건과도 무관한 동일하고 고귀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믿음의 표현은 단순히 말과 주장에 있지 않고, 행동과 실천에 있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https://www.washingtonpost.com/nation/2022/02/03/oregon-church-sues-brookings-city/

https://www.huduser.gov/portal/sites/default/files/pdf/2020-AHAR-Part-1.pdf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