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 후 조명되는 교회의 '성인지 감수성'
작성 : 2021년 06월 09일(수) 17:41 가+가-
세상은 교회에 높은 수준의 윤리와 도덕성 요구
성(性)과 영성, 도덕성 분리 않은 통합 교육 필요
"'교회 식당 봉사는 여성, 주차는 남성' 남성은 남성의 역할을, 여성은 여성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회이다."

"노출이 많은 옷을 입는 남성 또는 여성은 성관계에 대해서도 개방적일 것이다."

"'몸매 좋은데' 정도의 발언은 성희롱이 아니다."

위 내용은 성인지 감수성 정도를 확인하는 검사 문구이다. 이 질문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당신의 성인지 감수성은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성인지 감수성은 보통 '성차별과 성평등을 인지하는 것까지, 광범위한 능력을 포괄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최근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 발생한 성추행을 당한 한 여성 부사관이 안타깝게도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다시 한번 우리 사회의 성인지 감수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성 부사관은 지난 3월 같은 부대 소속 선임 상사로부터 회식 후 이동 중인 차량 뒷좌석에서 강제 추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 부대에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에서 사건이 은폐됐고, 2차 가해까지 발생하며 사태를 악화시켰다. 사건 발생 후 3달이 지나서야 가해자는 구속됐고, 정부는 3일 엄중 수사 처리 방침을 정했다.

SNS '미투' 운동에 이어 텔레그램 대화방 '박사방',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까지 부도덕한 성 범죄(문제)가 다시 한번 사회적 비난을 야기하면서 가장 투명하고 깨끗해야 할 종교 단체의 성 관련 문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18년 발표된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전문 직군별 성폭력 범죄 검거 인원 중 종교인이 680명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지난 2019년 본교단 내 성폭력 사건 신고만 총 16건이 접수되면서 교회 내 성 문제는 가볍게 여길 분야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더욱이 성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고, 사건 발생 시 적절한 조치마저 미흡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한국교회의 성인지 감수성 향상 및 성폭력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은 이제 단순한 '개혁과제'가 아닌 교회의 '시대적 사명'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총회 성폭력예방 세미나 강사인 권미주 목사는 (장신대 초빙교수)는 "우리 사회의 성에 대한 인식과 문제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심각하다. 특별히 교회 출석 여부와 상관없이 청소년들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며, "세상은 한국교회와 지도자들에게 가장 높은 수준의 윤리와 도덕성을 요구하지만 성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사후 대처도 미흡해 한국교회의 신뢰도까지 추락시키는 큰 이유가 된다"고 전했다.

성폭력 대책 전문가들은 한국교회가 성인지 감수성 향상과 함께 성폭력 예방을 뛰어넘어 이제는 '성폭력으로부터 건강하고 안전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 성에 대한 바른 신앙적 이해를 갖도록 지도하고, 지도자들은 성에 대한 가치관을 다시금 정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은혜 교수(장신대)는 "한국교회는 오랫동안 성에 대한 논의 자체를 거부해 왔다. 성서에 기초한 기독교적 성 이해에 기초하기 보다는 사회 문화 속에 지배적인 성문화, 남성 중심적인 전통에 의해 우리의 삶과 문화 전반에서 받아들여진 것들에 기초해 있다"며, "한국교회 안에 존재하는 뿌리 깊은 성차별 의식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온전한 하나님에 대한 이해와 다양한 경험을 터한 신앙을 가꾸어야 한다. 특별히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고 폭력에 대한 책임적이고 윤리적인 기독교 신앙을 위해 성(性)과 영성, 도덕성이 분리되지 않은 온전한 인간성과 인격, 도덕성을 통합적으로 교육하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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