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독서 문화도 많이 달라졌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전체적으로 독서량이 늘었고, 선호하는 분야에도 변화가 있었다.  

지난 4월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코로나19 이후 독서 문화 관련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독서 경험자 2명 중 1명이 2019년과 비교했을 때 책을 읽는 시간과 양이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야외 활동이 제한되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져서다.

기독서적 또한 마찬가지다. 기독교 서점은 코로나19로 위기에 봉착했지만 온라인 매장에서는 성결필사, 큐티(QT) 등 신앙에 도움이 되는 서적 구매가 늘었다. 

성서유니온 관계자는 “매일성경의 단체 구매는 줄었지만 개인 정기구독자는 오히려 늘었다”며 “지금은 신앙생활을 혼자서 할 수 있는 체질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신앙생활도 공동체나 소모임 보다 개인화로 전환되고 있다. 

 ▲생명의 말씀사 광화문점.
 ▲생명의 말씀사 광화문점.

2020년 포스트 코로나…2021년 위드 코로나

2020년과 2021년 기독서적 트렌드의 가장 큰 변화는 코로나19를 대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생명의 말씀사에서 제공한 2020년·2021년 연간 베스트셀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독서적 베스트셀러 10권 중 3권이 코로나19 이후 시대 교회에 대해 말하는 ‘포스트 코로나’ 관련 서적이었다. ‘코로나 이후 3년 한국교회 대담한 도전’, ‘앞으로 5년 한국교회 미래 시나리오’, ‘회복하는 교회-우리가 다시 모일 때’ 등이다. 코로나19를 돌파할 것이라는 희망과 교회의 변화를 촉구하는 시대적 요구가 결합된 결과다.

반면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2021년 기독서적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대한 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베스트셀러에는 ‘뉴노멀 시대의 그리스도인’, ‘주일학교 체인지’, ‘우리교회 온택트 주일학교’와 같이 코로나 시대 속 교회의 생존 방식에 대해 다룬 책들이 주를 이뤘다. 코로나19 시대를 극복하는 게 아닌 함께 살아가는 ‘위드 코로나’가 교계에도 반영됐다.

성결대학교 문화선교학과장 윤영훈 교수는 트렌드가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코로나라는 주제 자체가 목회자나 신학생 같은 사람들에게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인 만큼 구매 욕구를 자극했던 것 같다”며 “이런 언택트 시대에 어떤 새로운 미디어를 활용하고, 어떻게 방향을 세워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담은 책들이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 주일학교 예배 모습.(사진제공=하기오스선교회)
 ▲코로나19 이전 주일학교 예배 모습.(사진제공=하기오스선교회)

베스트셀러 40% '교회학교 서적'

코로나19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교회 내 부서는 ‘주일학교’다.

지난 6월 목회데이터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크리스천 청소년의 35%가 ‘신앙이 약해진 것 같다’고 답했다. ‘신앙이 더 깊어진 것 같다’는 응답자보다 2배 이상 높다. 

크리스천 성인의 경우 ‘신앙이 약해졌다’는 응답이 27%, ‘더 깊어진 것 같다’는 응답이 22%로 청소년의 결과와 차이를 보였다. 성인보다 아동·청소년에게 신앙 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현상은 책 구매 트렌드에서도 나타난다. 

올해 아동·청소년 또는 교회학교와 관련된 책은 총 10권 중 4권에 달했다. ‘교사 베이직’, ‘주일학교 체인지’, ‘어린이 다시 게으름’, ‘우리교회 온택트 주일학교’ 등이다. 특히 ‘교사 베이직’의 경우 2020년에도 베스트셀러에 들며 2년 연속으로 가장 많이 팔린 기독서적 중 하나로 꼽혔다.

윤 교수는 교회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라고 전했다.

그는 “주일학교는 단순히 예배만 드리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신앙 교육을 지도하는데 코로나19로 그런 부분들이 제한됐다”며 “다음세대에 대한 온라인 접근 방법이나 온라인을 넘어서 어떻게 주일학교를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긴 것”이라고 밝혔다.

 ▲책 .(사진출처=생명의말씀사)
 ▲책 '5가지 사랑의 언어'.(사진출처=생명의말씀사)

가장 많이 팔린 책 <5가지 사랑의 언어>

생명의 말씀사에서 제공한 2020년·2021년 연간 베스트셀러 자료에 따르면 2년간 가장 많이 팔린 책은 게리채프먼의 ‘5가지 사랑의 언어(개정증보판)’다. ‘5가지 사랑의 언어’는 지난해에는 1만 6,000여 권이, 올해에는 1만 2,000여 권이 판매됐다.

5가지 사랑의 언어는 인간관계 전문상담가인 게리 채프먼 박사가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스킨십으로 나눈 사랑 표현의 유형이다. 이 책은 이런 5가지의 유형 중 사람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제 1의 사랑의 언어가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는 지난 몇 십년간 교회 내 모임에서 자주 활용되던 5가지 사랑의 언어가 최근 와서 다시 큰 인기를 얻는 까닭으로 관계의 단절과 기독교 문화의 현주소를 지목했다.

윤 교수는 “관계가 활성화되는 시스템 때문에 오히려 대면 관계가 약화되는 현실에 이 책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 것 같다”며 “ 교계 내에서 이 책을 뛰어넘는 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씁쓸한 현실이 기독교도서의 현주소를 바라보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년에는 코로나19가 지속됨에 따라 그와 관련된 책들과 한국 교회의 실태를 분석하는 사회학적인 책들이 등장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전화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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