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타고 잿더미만 남은 교회터(이희만 목사 제공)
불에 타고 잿더미만 남은 교회터(이희만 목사 제공)

지난 4일 경북 울진에서 시작된 산불은 서울 면적 3분의 1 넘게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날 밤 바람 방향이 바뀌면서 울진군 죽변면 화성리 피해가 특히 컸다.

화성4리에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총회 소속 성내교회는 30평 남짓한 예배당과 사택, 식당이 전소됐다. 마을 가구도 5채 가량 불에 탔다.

대피 방송을 듣고 사모와 함께 휴대폰만 들고 나간 게 마지막이었다. 날이 새길 기다렸다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예배당에 불이 옮겨 붙은 뒤였다.

이희만 목사는 “온통 불길에 휩싸인 상태라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고 애써 지난 날을 기억해냈다.

불길을 피해 다시 돌아왔을 때는 잿더미 사이로 뼈대만 앙상하게 남았다. 열 명 남짓한 성도들이 함께 모여 예배하고 웃고 떠들던 곳이 사라졌다.

화재 전 성내교회 전경(이희만 목사 제공)
화재 전 성내교회 전경(이희만 목사 제공)

성내교회는 이희만 목사가 2010년 이곳에 자리 잡으면서 1년 넘게 공들여 지었다. 통나무로 만들어 여행객들이 종종 들러 예배를 드릴 정도로 보기 좋았다. 아흔이 넘은 어르신이 이 목사더러 “떠나지 마시고 같이 살자”며 땅까지 내줬다.

이 목사는 “금방 돌아올 줄 알고 성경책도 못 가져나온 게 가장 후회된다”며 “성경책이 없으니 암흑과도 같다”고 말했다.

 

불에 타버린 호산나교회 내부 모습(장대근 목사 제공)
불에 타버린 호산나교회 내부 모습(장대근 목사 제공)

옆 마을 화성2리의 피해는 더 컸다. 마을 가구 스무 채 가량이 하룻밤 새 재로 변했다. 20년 가까이 이곳을 지킨 호산나교회도 화를 면치 못했다. 40여 평 교회와 식당이 불에 타고 어르신 성도들의 발이 됐던 승합차도 뜨거운 불길에 녹아내렸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사택은 화를 면했다. 하지만 화마가 삼킨 곳에는 전기나 수도마저 끊어져 당장 하루를 버티기도 쉽지 않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중앙총회 소속 호산나교회는 2004년 장대근 목사가 개척했다. 여느 시골교회가 그렇듯 장 목사가 손을 안 댄 곳이 없다. 인근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한창일 때는 예배당이 가득 찰 정도로 성도들이 모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마을 주민 몇몇만 남아 예배해왔다.

장 목사는 “재정적으로 어렵고 성도도 적지만 그래도 감사한 마음으로 목회를 하고 있었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인근 지역이 모두 피해를 입어 언제 복구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역교회 피해가 심각해지자 울진기독교연합회에서는 피해상황을 돌아보며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연합회 총무 심상진 목사(행복한은진교회)는 "현재 연합회 소속 교회 두 곳을 비롯해 지역 내 4~5곳의 교회가 피해를 입었다"며 "한국 교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번 산불로 교회 승합차까지 전소됐다.(장대근 목사 제공)
이번 산불로 교회 승합차까지 전소됐다.(장대근 목사 제공)

화재 소식을 전해들은 예장 통합·합동·백석,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등 주요 교단은 지역노회나 지방회 등을 통해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

예장 백석총회 김종명 사무총장은 "피해 상황을 1차적으로 파악해본 결과, 현재까지 교단 소속 교회의 피해 보고는 없었다"며 "추후에도 지속적으로 피해 현황을 파악해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감리회 이철 감독회장은 7일 화재 피해지역을 직접 방문해 집을 잃은 성도들을 위로했다.

한국교회봉사단은 피해 현황을 종합하면서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이다.

한교봉 천영철 사무총장은 "지역교회 연합회 쪽하고 접촉해서 피해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며 "이재민과 교회 지원 방안을 수립하고 있는 단계로, 이번주 내로 피해 현황을 파악해 직접 지원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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