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디즈니사가 제작하는 ‘백설공주’ 라이브 액션(Live Action), 즉 실사(實寫) 영화와 관련해 인종 관련 캐스팅 논란이 또다시 일었다. 디즈니가 최근 전통적 모습을 깨는 새로운 캐릭터들을 내놓는 가운데, 긍정 시각이 나오는 한편 다양성이 다원주의로 귀결돼 다음세대 가치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디즈니가 제작하는 '백설공주'(Snow White)의 실사 영화 주인공에 라틴계 배우가 발탁된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사진=배우 레이첼 지글러 트위터)

디즈니는 지난달 22일 백설공주 역에 구릿빛 피부를 가진 라틴계 배우 레이첼 제글러를 낙점했다. 공주와 다르게 왕자는 그대로 백인 남성이 발탁됐다.
 
그의 캐스팅 소식을 환영하는 쪽도 있었지만 한편에서는 캐스팅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백설공주가 '눈처럼 하얀 피부'를 가졌기에 '백설'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만큼 이와 다소 거리가 있는 배우는 백설공주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국내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엇갈렸다. 신선하다, 기대된다는 반응도 있지만, 백설공주 타이틀 자체를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 한 누리꾼은 "백설인데도 하얗지 않아도 된다면 공주인데 굳이 여자일 필요도 없지 않냐"며 "근육질 배우를 캐스팅해서 고난과 역경을 이겨 내는 진취적 공주상을 표현하지. 더 나아가서 굳이 사람일 필요까지 있나"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디즈니의 원작을 깨는 파격 캐스팅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디즈니는 최근 수년 간 주로 백인 미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포용성’과 ‘인종 다양성’을 강조함으로써 '디즈니 프린세스' 세계관을 넓히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디즈니 측은 지난 3월 개봉한 신작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서는 동남아시아 공주를 등장시켰다. 코로나19로 개봉이 미뤄진 ‘인어공주’ 실사판 영화의 주인공 아리엘 역에는 흑인인 아프리카계 미국인 배우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했다.
 
이를 두고도 당시 “흰 피부에 빨간색 머리를 지닌 인어공주의 원작과 다른 모습인데 과연 실사영화라고 할 수 있느냐”와 같은 논란이 일었고, SNS 상에선 ‘#내 에리얼이 아니야’(#NotMyAriel)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새로운 공주상 등장…'뉴웨이브' 현상

소녀들의 사랑을 받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가 왕자의 구원을 기다리는 수동적 존재라는 비판을 받자 디즈니는 새로운 모습의 ‘뉴웨이브 프린세스’(New-wave Princess)를 선보이고 있다.
 
억압 앞에 맞서 여성 술탄(왕)의 자격을 인정받은 실사 영화 ‘알라딘’ 속 ‘자스민 공주’, 아버지 대신 남장을 하고 전쟁에 나가 나라를 구하는 여전사 ‘뮬란’, 부족을 구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드는 ‘모아나’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디즈니의 행보에 일각에서는 젠더와 인종의 벽을 뛰어넘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세계적 페미니즘 열풍에 따라 여성 등 소수자에 대한 의식이 제고됐다”며 “디즈니 제작진 내부에도 극중 여성 캐릭터의 위상을 높이는 흐름이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인종차별 철폐와 양성평등, 인간 고유의 개성에 대해서는 존중해야 마땅하지만, 문화와 다양성이란 명목아래 지켜져야 할 가치까지 분별하지 못하게 되지는 않을까”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만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선교연구원 백광훈 원장은 “최근 보수적인 디즈니 콘텐츠 마저 진보적 성담론에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는 다양성 담론이 문화적 표현으로 드러나는 모스트 모더니즘적 현상”이라며 “다양성이 다원주의로 귀결될 우려가 있는 만큼 무분별한 수용 보다는 이런 시도가 지니는 의미를 파악하고 분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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