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달장애인 극단 라하프는 지난 22일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센터에서 현대무용 작품 ‘Habit (다름, 닮음)’을 성황리에 마쳤다. (왼쪽부터) 민정기 · 이한길 · 한소라 · 정범진 단원. ⓒ데일리굿뉴스
▲ 발달장애인 극단 라하프는 지난 22일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센터에서 현대무용 작품 ‘Habit (다름, 닮음)’을 성황리에 마쳤다. (왼쪽부터) 민정기 · 이한길 · 한소라 · 정범진 단원. ⓒ데일리굿뉴스

[데일리굿뉴스] 이새은 기자= 발달장애인 뮤지컬 배우들이 현대무용에 도전했다.

발달장애인 극단 라하프는 지난 22일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센터에서 현대무용 작품 ‘Habit (다름, 닮음)’을 성황리에 마쳤다. 2016년에 출범한 극단 라하프는 2017년 창작뮤지컬 ‘This is our story’로 국회대상 수상을 수상했으며 2018년 평창페럴림픽과 한일라이브콘서트, A+ 장애인문화예술축제 등 문화예술계에서 입지를 넓혀 나가고 있다.

극단 라하프가 이번에 선보인 ‘Habit(다름, 닮음)’은 발달장애인의 아침을 현대무용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한길, 한소라, 민정기, 정범진 발달장애인 단원 4명이 침대에서 일어나 일터에 가기까지의 과정을 몸짓으로 전한다. 

라하프 김재은 단장은 “머리를 감고, 옷을 입는 것처럼 평범한 일상 하나하나가 발달장애인에게는 쉽지 않다”며 “조금은 다르지만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삶이 닮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무대 연출에도 신경썼다. 출연자들이 살고 싶은 집의 모습을 세트로 꾸몄다. 음악도 출연자들이 평소에 사용하는 알람소리를 그대로 가져와 현실감 있는 일상을 구현했다. 공연 마지막 부분에는 관객들이 무대에 올라 발달장애인의 삶을 경험해보는 ‘체험형 퍼포먼스' 시간도 마련됐다.

연출과 안무를 담당한 정소연 감독은 "그간 해왔던 뮤지컬 공연의 경우 대사와 노래를 외워야하기 때문에 연습 시 많은 스트레스가 있었다"며 “대본 외우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일상을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고자 현대무용에 도전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무대에 선 단원들은 익숙지 않은 현대무용이지만 최선을 다해 자신들의 삶과 내면을 관객들에게 전했다. 

1기 단원 한소라 씨는 “공연을 하면서 지금까지 내가 보여주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며 “무대에 서기전에는 긴장되는데 막상 관객들과 호흡하면서 춤추다 보면 긴장이 풀린다”고 말했다.

2기 단원 정범진 씨는 “현대무용 작품이 처음이라 어려웠지만 열심히 준비했다”며 “공연하기 전에는 항상 긴장되고 실수할까 걱정되지만 혼자하는 게 아니고 단원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모든 과정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 발달장애인 극단 라하프는 지난 22일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센터에서 현대무용 작품 ‘Habit (다름, 닮음)’을 성황리에 마쳤다. 해당 공연은 유튜브 채널 '사단법인 라하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데일리굿뉴스
▲ 발달장애인 극단 라하프는 지난 22일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센터에서 현대무용 작품 ‘Habit (다름, 닮음)’을 성황리에 마쳤다. 해당 공연은 유튜브 채널 '사단법인 라하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데일리굿뉴스

장벽을 허물고 무대에 오르기까지

사실 발달장애인 단원들이 몸 만을 이용해 상황이나 감정을 표현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신체 소근육이 발달이 더딘 경우가 많아 현대무용의 세밀한 동작을 하는 데 어려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발달장애인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시스템도 없어 현대무용을 배우기도 어렵다. 순발력이나 암기력이 다소 떨어지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단원들은 같은 동작을 수 없이 반복하며 익혔다. 

김 단장은 “장애 문화예술은 장애 체육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며 “아직까지 장애인 문화예술 시장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이라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2016년 처음 창단할 당시에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조차 부재했지만 점차 나아지고 있어서 감사할 뿐”이라며 “지속적인 창작과 교육을 통해 더 많은 발달장애 예술가들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 예술인으로 서는 그날을 꿈꾸며

발달장애인들이 문화예술 무대에 서는 것은 본인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  

1기 단원 이한길 씨의 학부모이기도 한 김 단장은 “은둔형 외톨이처럼 집에만 있던 아이들이 무대에 서고 인정받으며 자신감이 생기고 성격도 밝아졌다”며 “춤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훈련을 통해 일상에서의 의사소통 능력도 향상됐다”고 말했다.

다른 단원들과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사회성과 공동체성이 향상되기도 했다.

2기 단원 민정기 씨는 “예전에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도 없고 항상 혼자처럼 느껴졌다”며 “라하프에 들어온 이후 친한 친구들도 생기고 인간관계가 넓어졌다”고 밝혔다.

1기 단원 이한길 씨 또한 “처음에는 ‘공연한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긴 하나’싶은 의심이 있었다”며 “성격상 혼자 있는 게 편해서 초반에는 극단 활동이 어려웠지만 이제는 단원들과 함께 활동하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큰 유익은 발달장애인단원들이 ‘전문 문화예술인’이라는 꿈을 갖게 된 것이다. 2년 전부터 단원들은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나 지역 복지시설 등에 찾아가 학생들에게 탭댄스와 케이팝 댄스, 랩 등을 가르치고 있다. 원데이 클래스부터 4주, 6주, 10주 등 다양한 과정의 맞춤형 강의를 제공하는 예술강사로 활약하며 전문 문화예술인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정 감독은 “처음 도전할 때 주변에서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이제는 놀라울 정도로 성장해서 발달장애인 단원들이 다른 이들을 가르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더 많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공연을 많이 보고 희망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라하프 활동을 통해 발달장애인도 스스로 원하는 일을 하며 보다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며 “라하프가 발달장애인을 위한 문화예술계의 선순환 모델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 '라하프' 단원들이 공연 전 최종 리허설을 마친 모습. (왼쪽부터) 정범진 · 민정기 · 한소라 · 이한길 단원. ⓒ데일리굿뉴스
▲ '라하프' 단원들이 공연 전 최종 리허설을 마친 모습. (왼쪽부터) 정범진 · 민정기 · 한소라 · 이한길 단원.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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