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잇단 가족 살해 후 자살 ... 전문가들 "사회적 안전망 시급"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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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인 사회에서 한달 새 가족이나 동거인을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3건이나 연달아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압박, 가정 내 갈등, 사회적 고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경각심을 촉구하고 있다.
애틀랜타 치과의사, 가족 살해 후 자살
지난달 31일 애틀랜타 교외 존스크릭의 한 가정집에서 한인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치과의사 제임스 최(52)씨가 아내 명 최(52), 딸 그레이스 최(15)를 살해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는 수와니에서 '하이랜드 덴탈'을 운영하며 평소 지역 사회를 돕는 비영리단체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존스크릭 사립학교인 마운트 피스가 크리스천 스쿨에 재학중이었던 최씨의 딸은 지난 7월 뉴욕 카네기홀에서 '트루 노스 심포니'와 함께 공연했을 만큼 학교에서도 재능이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로 인정받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LA 롤링힐스 보석 사업가, 재산 분쟁 벌이던 아내, 딸 살해
앞서 지난 8월 23일에는 남가주 부촌 롤링힐스 자택에서 보석업체 대표 천세철(72)씨가 아내 천명숙(69)씨와 막내딸 크리스틴 천(40)을 총으로 살해한 뒤 자살했다.
경찰에 따르면 천씨의 큰 딸이 아버지와 동생의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으며, 이후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이 집 안에서 부인의 시신을 발견했다.
30년 넘게 사업을 운영하며 상당한 재산을 축적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알려진 천씨는 지난 2년간 아내와 이혼 소송을 진행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재산 분할을 놓고 갈등을 겪었으며,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명령을 받기도 했다.
한인타운 70대 동거 커플 '교제 살인' 비극도
LA 한인타운에서는 70대 한인 여성이 동거남이 총 쏜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LA경찰국(LAPD)에 따르면 지난 8월 16일 피코 불러바드와 세인트앤드류스 애비뉴에 위치한 아파트 앞에서 한인 시니어 성 양(74)씨가 동거남 조셉 임(79)씨의 폭행과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 임씨는 범행 직후 달아났다가 인근 도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임씨는 아파트에서 2블럭 정도 떨어진 도로에서 동거녀인 양씨를 폭행했으며, 양씨의 비명소리를 듣고 돕기 위해 남성 운전자가 다가오자 총을 꺼내 운전자와 양씨를 향해 쏜 후 달아났다.
다행히 남성 운전자는 사건 발생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생명의 지장은 없으며 치료를 받고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씨를 돕던 남성의 차량에는 그의 가족이 함께 타고 있어 자칫 더 큰 피해로 이어질 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 “정신건강 지원, 사회적 안전망 필요”
잇따른 비극에 전문가들은 “경제적 곤란과 가정 불화가 극단적 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기 개입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과 정신건강 지원 체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인 1세대의 경우 가족 부양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 언어 및 문화적 장벽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 그리고 경제적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스트레스와 정신적 압박이 가중될 수 있다며 커뮤니티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알렸다.
한인가정상담소의 수잔 정 전문의는 "이러한 사건들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신 건강 문제와 재정적 어려움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다"며 한인사회 전체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전문의는 "많은 한인 가족들이 갈등을 외부로 표출하지 않아 곪아 터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상담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비극을 막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비극적인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을 넘어, 한인사회가 함께 정신 건강 문제에 관심을 갖고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 의식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콜 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