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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쉴 수 없어요”, 그 신음이 들려주는 ‘숨’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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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뉴스M| 작성일2020-07-01 | 조회조회수 : 5,67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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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목사 칼럼
“I can’t brea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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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목사

어느 날 갑자기 들려온 한 신음이 세상을 깨우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억압과 차별 아래 숨을 못 쉬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고, 많은 이들이 그 외침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사건을 통해 진리가 드러나듯 사람들 속에 잠들어 있던 정의의 감수성이 깨어나고 있어요. 어쩌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미국사회의 불의한 현실에 균열을 내는 변혁의 시간이 다가온 것은 아닐까요.

“숨을 쉴 수 없어요”라는 단말마의 신음, 이 한 마디는 거대한 메타포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모르긴 몰라도 우리 시대의 예언자와 시인은 이 짧은 문장에서 깊은 성찰을 이끌어 낼 거에요. 내게는, 그의 숨을 쉬지 못하게 생명을 짓이기던 폭력이 마치 우리들 각자의 숨을 앗아가는 현실의 짓눌림처럼 느껴져요. “너는 숨을 쉬고 있는가”라는 하늘의 물음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숨을 잠시 멈추어 보세요. 숨을 멈추면 호흡의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숨 막힐 정도로 멈추어 있으면 당연해서 느끼지 못하던 호흡이 가장 귀한 것임을 깨닫게 되지요. 사실 소중한 것들은 당연한 것들 속에 숨겨져 있어요. 숨, 물, 공기, 계절과 같이 말이에요.

숨은 하나님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우리 시대의 영적 그루인 리처드 로어는 발음 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이름 Y.H.W.H.가 원래 입으로 발음되는이름이 아니라 코로 ‘숨’ 쉬어 지는 이름이라고 말해요. 들숨과 날숨을 그대로 흉내낸 것이란 말이지요. (벌거벗은 지금, p.29)

하나님의 ‘영’을 가르키는 히브리어 ‘루아흐’도 생각해 보세요. 거기에 담긴 뜻은 바람, 숨, 호흡이에요. 하나님의 영이 하나님의 숨이라면 우리 안에하나님의 영이 거하시니 하나님의 숨도 있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숨(루아흐)을 쉴 때마다 바람(루아흐)같은 하나님의 영(루아흐)을, 생명의 근원인하나님을 호흡(루아흐)하는 거지요. 숨을 쉬는 모든 이가 하나님을 호흡하고 있으니, 인간은 모두가 하나님의 형상인 거에요.

숨은 우리 안에 잠 들어 있는 신성을 깨울만큼 중요합니다. 호흡은 명상, 참선, 요가, 걷기, 뛰기 등의 모든 수련과 운동의 기본이자 핵심이기도 해요.가장 고요한 순간에서 가장 격렬한 순간까지 호흡이 몸을 다스리니 숨은 몸을 움직이는 운전대일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나는 숨의 의미를 잘 몰랐어요. 분주한 일상에, 화석화된 종교에 눌려 내 숨을 잃어버렸지요. 언제부터인가 명상수행을 하게 된 후, 조금씩 깨달은 거에요. 좀 더 정확히는 관상수련이라 불러야 겠네요. 내가 속한 기독교 전통이 ‘명상’(meditation, mindfulness)을 ‘관상’(contemplation)으로 칭하니 말이에요.

관상기도는 숨으로 시작 해 숨으로 끝나요. 눈을 감고 침묵 속에 고요히 앉아 들숨과 날숨을 의식하는 시간이에요. 거룩한 단어와 고요한 숨에 집중하면서 지금 여기의 순간을 알아차리는 겁니다. 반복되는 숨을 통해서 내 속의 깊은 심연으로 들어가 영원의 찰나를 경험하는거에요. 거기에 현존하는 그 분을 바라보고, 하나님의 언어인 침묵 속에, 그 사랑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지요.

막연하고 추상적이지요? 그럴 수 밖에 없어요. 신비 사건은 표현되기 보다 경험하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명상(참선)을 통해 ‘무아’를 경험하고 ‘진아’를 찾는 길, 관상을 통해 하나님과 ‘일치’되어 ‘참 나’를 찾는 길은 가 봐야만 맛 보아 알게 되는 거에요. 누구에게나 열린 길이지만 누구나 가는길은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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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노래하는 가수이자 한글 서예가인 홍순관의 "숨"

생명을 노래하는 예술가인 홍순관은 ‘나는 내 숨을 쉰다’는 시로 너는 너의 숨을 쉬고 나는 나의 숨을 쉬는 세상이 평화라고 말합니다. 평화는 제 숨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겠지요. 나 역시 홀로 침묵 속에서 제 숨을 찾는 사람만이 번잡한 사람들 속에서 자기 숨을 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무자비한 자본이 지배하는 시대, 생명이 경시되는 문명 앞에서 제 숨을 쉬는 사람만이 자기와 이웃의 생명을 오롯이 지킬 수 있다고 봐요. 자기 숨을 찾아야 해요.

도사연하는 듯 보이려나요. 설마요. 나를 아는 사람은 코웃음 칠 거예요. 이리 장황한 말을 늘어 놓는 까닭은 숨이 나를 지켜 주었기 때문이에요. 삶의여정에서 나락으로 떨어 졌을 때, 지옥 문가에서 나를 구원해 준 건 다름 아닌 실패 그 자체와 벌거벗은 나를 보게 해 주었던 숨이 담긴 명상(관상)이었어요. 내게 이 고요한 수행은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는 걸 막으려 투쟁하는 격한 몸부림이기도 해요. 여전히 때때로 길을 잃지만 숨이란 희미한 지도 들고 그 길을 갈 뿐이죠. 이 길 만이 진정한 구도의 길이라 어리석은 말을 하려는 건 아니에요. 다만 누군가에게는 이 당연한 숨이 낯선 눈 떠짐으로 다가가길 바랄 뿐입니다.

우리 모두가 지나고 있는 코로나 시대가 그렇지 않나요.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게, 별 볼일 없는 게 별 볼일 있게 느껴지는 때 잖아요. 아무데나 찾아가 유유자적 하던 여유, 몇 불의 행복에 즐거워 하던 쇼핑, 예술의 기쁨을 선물 해 주던 전시 공연, 큰 소리로 응원하던 아이의 경기, 술 한잔 나누며 떠들던 친구와의 수다. 그 당연하던 일들이 어느 날 다 사라졌어요. 극악한 역병이 그나마 알려 준 거지요. 당연한게 소중한 거라고, 일상이 신비라고.

신비는 예외적인 경우도 가끔 있지만 그리 특별하지 않아요. 평범한 일상 속에 숨겨져 있는 걸 발견할 뿐이에요. 신비주의자는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보며 하찮은 날을 ‘놀라움과 경외의 나날들’ (Days of Awe and Wonder)로 볼 줄 아는 사람인거지요.

우리 시대의 종교, 신앙의 역할이 바로 그것이라고 믿어요.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의 기쁨’을 발견토록 도와 주고 별 볼 일 없는 그대와 내가 신성을간직한 하나님의 일부라고 알려 주는 일이요. 평범하게 감추어진 보물, 자기 숨을 찾게 해 주면서 말이에요.

들리시나요. “숨을 쉴 수 없어요.” 그 신음에 담긴 하나님의 숨결이, 제 숨을 잃어버린 우리 영혼의 외침이.

'개혁', '진보', '대안', '실천' 등, 엘에이 기윤실 사무국장을 지낸 박상진 목사 앞에 붙어 다니던 수식어다. 전통 교회, 카페, 진보 시민 단체, 교회 개혁 운동 등 신앙이 새로운 생명과 의미를 생산해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쫓아다녔던 삶이 만들어낸 궤적이다. 지금은 여전히 같은 신앙, 같은 가슴으로 노동하는 일상에 자리를 잡았다. 조금은 더 진중하게 그리고 다른 감각으로 신앙과 삶과 세계와 마주하고 있다고 한다.


뉴스M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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