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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의 쓴소리 단소리 - 설상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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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천 위클리| 작성일2020-06-30 | 조회조회수 : 4,62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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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이란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의 아메리카 합중국의 현실을 잘 표현해주는 적합한 말이다. 눈 위에 서리가 덮인다는 말이다. 눈도 고통스러운데 서리까지 겹쳤으니 난처하고 비참한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지금 미국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헤쳐 나가는 일도 버겁고 불행하다. 그런데 또 하나의 찬 서리가 덮쳤다. 백인경관이 흑인을 무릎으로 짓밟아 마침내 죽음에 이르게 한 미네아폴리스 발 살인사건. 이 때문에 미국의 대부분 도시들은 지난 주말부터 불법천지가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미국의 사망자가 10만 명에 이르게 되었다. 9.11로 3천명이 생명을 잃었을 때 미국은 모든 게 변하기 시작했다. 당장 국토안보부가 탄생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라크 전쟁도 터졌다. 한국전쟁 전사자 약 3만, 베트남 전쟁 전사자 약 6만을 합쳐도 10만 명이 안된다. 그런데 미국시민 10만 명이 지난 석 달 동안 전염병으로 생명을 잃는 대참사가 벌어졌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통탄할 일이다. 국가적 차원의 추모행사가 열려 역사 속에 기념비라도 세워야 할 마당에 갑자기 불어 닥친 전국적 항의시위로 도시가 불타고 있다. 셧다운에 문을 닫고 있던 상가들이 겨우 겨우 리오픈을 준비하고 있다가 순식간에 약탈자들에게 날벼락을 맞았다. 이게 바로 설상가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성난 민심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문제의 동영상을 본 사람치고 울컥 분노가 치밀지 않았다면 그건 냉혈인간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흑인들의 사망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전염병조차도 인종차별을 한단 말인가? 그 다음이 히스패닉이다. 그러니까 돈 없고 가난한 사람들, 미국이란 잘 사는 나라의 음지에 거하는 사람들이 코로나의 타겟이 되고 있다는 서글픈 현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그 뿐인가? 정신없이 뛰어오르는 실업률의 1차 희생자들은 누구인가? 그것도 가난하고 힘없는 흑인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색인종의 분노, 흑인의 생명도 고귀하다는 피켓의 의미를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셧다운으로 더 가난해진 일상, 한쪽으로 기우는 실업률, 유독 티가 나는 전염병 치사율 등으로 울분에 빠져있던 이들에게 기름을 부은 사건이 백인경찰에 의한 무자비한 흑인 살인 사건이었다. 그날은 공교롭게도 머스크가 우주에 ‘스페이스X’란 민간주도 유인우주선을 발사하여 성공시킨 날이기도 했다. 민간인 우주여행시대가 열렸다고 난리가 났다. 이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스페이스X의 발사성공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염장을 지르는 환호성에 불과했다.

흑백 인종문제, 빈부격차, 그게 어디 어제 오늘 얘기냐고 그냥 지나쳐 온 게 미국의 역사였다. 이번에도 그냥 체념하고 구경만 하다가 세월이 약이겠지 하고 지나가면 또다시 “그럼 정의는 어디에?”라는 공허감과 허탈감만 남게 될 것이다.

우선 억울한 흑인의 죽음 앞에 함께 울어주고 슬퍼해 줄 리더십이 없다는 게 안타깝다. 어떤 지도자가 나와도 흑백문제를 단칼에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점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래도 당장 아픔을 당한 사람들과 함께 애통하며 그들 편에 서서 눈물을 닦아주는 다정하고 열려진 리더십의 부재가 이 나라의 위기가 아닌가?

왜 그분이 한마디를 하면 모두 제자리로 돌아서고, 그 분이 한마디를 하면 군중들은 들었던 돌을 버리고 제 각각 흩어지는 그런 ‘큰 어른’이 이 나라엔 부재한 것일까? 정계에도 없고 종교계에도 없어 보인다. 워싱턴을 왕래하는 이 나라의 리더들은 모두 정치적, 정략적, 당파적이다. 흑백을 초월하고 인종과 빈부의 차이에 다리를 놓는 리더, 민주당과 공화당의 당리당략에 휘둘리지 않는 어른, 미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과감하게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영웅적인 리더가 간절하게 그리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리더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전국적인 폭력시위가 극좌파 ‘안티파’의 음모란 말이 공공연하고 돌고 있다. 셧다운을 해제하고 경제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더욱 곤경에 빠트려서 재집권을 막으려고 계획한 음모란 것이다. 그래서 진원지인 미네아폴리스의 폭동은 외부인들에 의해 주도되었다는 주장이다. 그럼 조오지 플로이드의 죽음마저도 이미 짜여 진 각본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인가? 그런 분열 조장으로는 재집권도 어렵겠지만 집권해서 도대체 이루어내려는 정치적 성과는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이것이다. 아무리 의로움에서 발단이 되었다 할지라도 방화와 약탈로 종결되는 시위는 악랄한 범죄행위다. 백인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된다는 의로운 분노 때문에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온 사람들과 이런 기회를 이용해 물건을 약탈하고 평소의 분노를 방화로 해소하려는 이들은 분명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시위대 중에는 ‘인간쓰레기’들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었다. 혼란과 무질서 속에 약탈이 할퀴고 간 길바닥에 모여 빗자루를 들고 유리파편을 청소하는 자원봉사자들, 다시 열리나 했더니 폭동 때문에 또 다시 문을 걸어 잠그는 상인들에게 다가가 희망을 잃지 말자고 손을 잡아주는 이웃들, 시위대 앞에서 최루탄이나 고무총은 커녕 억울한 죽음에 사죄한다는 뜻으로 갑자기 무릎을 꿇는 경찰들 . . . 그렇게 평화는 살벌한 폐허 속에서도 피어나고 있었다.

폭동은 결코 평화를 이길 수 없다. 이 나라의 평화를 이끌고 갈 큰 어른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 염원을 담아 우리가 큰 어른이 되자. 세상의 아픔을 품어주는 큰 사랑의 마음이면 된다. 예수님의 마음이면 된다. 그 마음으로 아픈 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폭동의 상처를 싸매주는 사람이야말로 설상가상에 처한 이 나라에 당장 필요한 큰 어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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