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어린이까지 감염시켜라" 트럼프 행정부 '집단면역' 문건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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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착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미 보건복지부의 고위 관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면역을 추진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이를 위해 영유아부터 청년까지 바이러스에 감염시키는 방식을 제안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6일(현지시간) 마이클 카푸토 보건복지부 수석대변인의 과학고문이었던 폴 알렉산더 박사가 보건당국 고위 관계자에게 보낸 이메일을 입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마이클 카푸토 전 보건복지부 대변인. [AP=연합뉴스]
이메일에 따르면 알렉산더 박사는 지난 7월 4일 카푸토 전 대변인을 비롯한 다른 보건부 고위 관리들에게 “고위험군이 아닌 집단이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걸 허용해 집단면역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유아와 어린이, 청소년, 젊은이와 기저질환이 없는 중년은 위험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며 “우리는 그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돼서 항체를 지니길 원한다”고 했다. 미국인 수백만 명을 바이러스에 감염되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알렉산더 박사는 같은 달 24일에도 스티브 한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연면역을 위해 어린이와 젊은 층이 감염되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또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위해 대학을 열어야 한다”면서 어린이, 청소년, 젊은 층 등을 “신속하게 감염시켜야 할 사람들”로 지목했다.
집단면역은 주민 대다수가 바이러스에 노출돼 면역력을 지니면서 면역력이 없는 소수도 함께 보호되는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백신 없이 감염만으로 집단면역을 달성하게 되면 취약계층의 불필요한 사망을 초래할 수 있어 논란이 있는 방식이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집단면역 전략을 채택했던 스웨덴은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증가하자 실패를 인정하고 노선을 바꿔 봉쇄 조치에 돌입했다.
집단면역을 추진했던 스웨덴은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증가하자 노선을 바꿔 봉쇄 조치에 들어갔다. [로이터=연합뉴스]
알렉산더 박사는 코로나19 위험을 축소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와 맞물려 비과학적 주장을 강요했다는 논란 속에 결국 지난 9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집단면역 전략을 고집하던 스콧 애틀러스 의학고문 또한 이달 초 사임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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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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