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앞두고 격화되는 선거통제 논란... 하원 유권자 신원확인 법안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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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법무부 각 주에 유권자 명부 요구도
전문가들 “헌법 질서 흔들리고 불신 증폭”
올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방정부의 전례 없는 선거 개입 시도와 의회의 투표 제한 입법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선거의 공정성과 유권자 권리를 둘러싼 우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헌법상 주의 선거 관리 권한을 약화시키고, 선거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켜 중간선거의 정당성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연방 법무부는 거의 모든 주 정부와 워싱턴 DC에 대해 주 전체 유권자 등록 명부 제출을 요구했다. 일부 주에는 과거 선거의 투표용지 보관 기록이나 투표 장비에 대한 접근 권한까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20개가 넘는 주와 워싱턴 DC는 “연방정부에 해당 권한은 없다”며 요구를 거부했고, 법무부는 이들 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공방에 나선 상태다.
이 과정에서 연방 하원은 최근 대면 투표시 정부가 발행한 사진 신분증 제시를 의무화하고 우편투표를 반환활 때 해당 신분증 사본을 제출하도록 하는 법안(SAVE America Act)을 통과시키면서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상원에 해당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유권자 신분증 확인 제도 설치를 공약한 바 있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존 튠(사우드다코다) 의원은 법안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최종 표결에 필요한 60표는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 현재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하지 않을 경우 이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헌법은 선거의 구체적인 운영을 주와 지방정부의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연방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인 감독에 그친다.
연방법에 따르면 유권자가 우편투표를 처음 신청할 경우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일부 주는 우편투표자에게 추가적인 신분 확인 요건을 적용하고 있다. 또 현재 36개 주는 투표소에서 일정 형태의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거나 권고하고 있다. 나머지 14개 주와 워싱턴DC는 사진 신분증을 요구하지 않지만 서명 대조나 개인정보 확인 등 다른 방식으로 유권자 신원을 검증한다.
지난 6일 비영리 언론재단 아메리칸커뮤니티미디어(ACoM)에서 주최한 언론 브리핑에서 전직 백악관 민주주의·투표권 수석보좌관이자 선거법 전문가인 저스틴 레빗 로욜라 로스쿨 교수는 “대통령은 선거를 직접 통제할 헌법적·운영상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며 “최근의 연방 차원 조치 상당수는 실제 집행력을 동반하지 않은 정치적 메시지, 즉 상징적 행동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레빗 교수는 대통령이 유권자 명부 수집, 선거의 ‘국가화’, 선거 취소 가능성까지 언급해 온 점을 지적하며 “주와 지방 선거관리 당국은 이를 따를 법적 의무가 없다"며 "미국 선거를 실제로 운영하는 주체는 연방정부가 아니라 주와 지역 선거관리관”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도가 제도적으로 실행되지 않더라도, 유권자 인식과 신뢰에는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연방정부가 전국 단위 유권자 명부를 요구하는 행위 자체가 선거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며, 선거 결과를 둘러싼 의심과 음모론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투표권 관련 소송을 주도해 온 캠페인 리걸 센터의 대니얼 랭 부대표는 “연방 법원은 지금까지 일관되게 대통령에게 선거 규칙을 정할 권한이 없다는 점을 확인해 왔다”며 “행정명령을 통한 선거 개입 시도 역시 대부분 사법부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연방법원은 유권자 등록 양식 변경과 시민권 증명 요건 추가 등 주요 조치에 대해 집행정지 및 영구 금지 결정을 잇따라 내렸다.
그러나 시민권 단체들은 법적 대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아시아계와 라틴계 단체들은 정책 논의와 함께 확산되는 허위 정보가 유색인종과 이민자 출신 유권자에게 위축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시아계 권익 단체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AAJC)의 존 C. 양 대표는 “아시아계 미국인은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유권자 집단이지만, 약 30%가 제한적인 영어 능력을 갖고 있다”며 “우편투표와 언어 지원은 이들 커뮤니티의 투표 참여를 보장하는 핵심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편투표 제한이나 복잡한 신분증 요건은 특정 집단의 정치적 참여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라틴계 권익 단체 말데프(MALDEF)의 안드레아 센테노 변호사 역시 시민권 증명 요구와 투표 보조 제한이 라틴계 유권자에게 불균형적인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분 관련 서류에 대한 접근성은 인종과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며 “이러한 법안은 혼란과 공포를 조성해 합법적인 유권자조차 투표를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투표소 인근에 이민단속국(ICE)을 배치하자는 일부 정치권의 주장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연방정부의 조치와 선거 관련 입법이 단기간에 선거 제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는 어렵더라도, 올 중간선거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분석한다.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선거 공정성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과 불신이 확대될 경우, 선거 결과를 둘러싼 분쟁 가능성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