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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 신학’ 개척자 유동식 박사 향년 100세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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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천 위클리| 작성일2022-10-24 | 조회조회수 : 2,53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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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준 전 연대교수의 장례식 설교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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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100세로 별세한 유동식 박사

 

유동식 전 연세대 신학과 교수가 10월 18일 향년 100세로 별세했다. 흰 수염과 두루마기 차림으로 잘 알려진 유 교수는 한국인의 고유 심성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분석한 ‘풍류 신학’의 개척자로 알려져 있다.


황해도의 3대째 감리교 신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연희전문, 감리교신학대, 미국 보스턴대, 일본 고쿠가쿠인대에서 수학했고 연희전문 재학 중엔 윤동주 시인과 함께 공부했다. 감리교신학대와 연세대 교수를 지냈다.


한편 지난 10월 20일 연세대 루스채플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이계준 전 연세대 교수는 “나는 길과 진리와 생명이니”란 제목으로 설교했다. 설교전문은 다음과 같다.


하느님의 크신 위로가 고 소금(素琴) 유동식 박사님의 유가족과 조객 여러분에게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유동식 박사님과 1970년대부터 근 50년 동안 후배로, 제자로 그리고 동역자로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는 저서를 통해 고인의 신학에 매료된 제자가 되면서 그분의 독보적인 한국적 신학을 어떻게 하면 후진들에게 전하고 온 세계에 반포할 수 있을까 궁리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고인의 대학 은퇴 기념문집을 비롯하여 전집 출판에 이르기까지 수차에 걸친 출판기념회를 주관하는 특권을 누렸습니다.


지난 봄 고인께서는 후진들과 만나 환담하는 자리에서 “이 목사, 그동안 나를 위해 수고가 많았는데 마지막으로 내 장례식 설교를 부탁해”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구십인데 언제 떠날지 알 수 없으니 약속드릴 수가 없네요”라며 함께 웃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의 부탁이 이렇게 빨리 현실로 다가왔으니 섭섭함을 가늘 길이 없습니다.


저는 신학에 입문한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신학자들과 교수들을 직간접으로 대하면서 참으로 훌륭하고 존경스러운 분들을 만난 행운아입니다. 그러나 백세에 이르기까지 비록 육신은 점점 쇠약해 갔으나 끊임없이 신학과 신앙과 인격을 독특하고 조화롭게 삼위일체로 엮어가신 신학자는 고인이 유일한 분이 아닌가 합니다.


1. 고 유동식 박사님의 신학은 1950년대에 당대 세계 성서학계의 거장이었던 R. 불트만의 실존주의 사상에 관한 연구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그러나 고인은 거기서 머물지 않고 그것을 발판으로 성서를 한국적 시각에서 해석하는 우리 신학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셨습니다. 그 결과 그의 신학적 레퍼토리는 종교신학, 풍류신학, 문화신학, 예술신학 등 다양한 장르를 펼쳤습니다. 그러나 이것들은 단절된 개체가 아니라 한 나무에 아름답고 색다른 열매들이 매달린 한 폭의 걸작으로 태어났던 것입니다.


유불선을 바탕으로 한 우리의 토착적 영성을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조명한 고인의 한국적 신학은 20세기 후반까지 주로 서구신학을 도입하고 소개하는데 주력하던 한국 신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고 한국신학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였습니다. 이러한 족적은 그가 평신도 신학자가 아니었다면 교단이나 한국 교계에서 마땅히 이단으로 규탄받았을 것입니다.


2. 그러나 고인의 급진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신학과는 달리 그분의 신앙은 보수주의적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자유주의 신학자들은 정통주의 신앙 곧 예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고 인류의 구세주임을 부정하며 우리와 같은 인간이고 선생이라면서 교회 생활도 등한시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그러나 고인은 예수 그리스도가 구세주임을 확신하였고 한평생 교회 생활에 충실하였습니다. 오늘 고인의 장례예배가 이 루스채플에서 거행되는 것은 그가 연세대 교수로 재직한 이후 교회 생활에 성실하였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이것은 고인의 신학이 형식 이론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복음에 대한 주체적 이해와 해석에 방점을 두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3. 고인의 인생 여로가 여러분에게 비친 영상은 어떤 것입니까? 이 자리에는 고인과 친분이 가까운 분들이 많이 계신 데 각기 다른 이미지를 간직하시리라 추정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공통점이 있다면 고인의 인생은 한 마디로 풍류 스타일이라고 해서 좋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나 사전은 풍류에 대해 정의하기를 “속된 일을 떠나 풍치가 있고 멋스럽게 노는 일”이라고 합니다만 고인은 세속을 떠나지 아니하고 그 속에서 멋스럽게 살았다는 측면에서 일반 풍류와는 차별화된다고 하겠습니다.


고인은 자신의 특유한 멋을 드러내면서도 나이나 성별 및 계층에 상관없이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높고 넓은 인품의 소유자라는 의미에서 시공을 넘어 선 초월적 풍류객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 합니다.


고인의 제자이기도 한 미국연합감리교회 위스컨신 연회 정희수 감독은 이 사실을 대변하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제가 전한 유 박사님의 비보에 대한 답신의 내용입니다. “선생님이시며 친부처럼 저희들에게 다정다감하시던 어른을 하늘 나그네로 배웅하게 되니 아주 아쉽습니다. 하오나 큰 삶 한 길 사시고 영생에 드셨으니 축하를 드려야 할 것이라 여기면서 주의 전에 유동식 선생님의 삶을 기리고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간략하게 말씀드렸습니다만 고인의 신학과 신앙과 삶을 돌아볼 때 세 영역이 각기 특징을 지닌 별개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 셋은 하나이고 하나이면서 또한 셋으로 서로 합치되고 잘 어울리는 멋진 영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경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4. 이것은 고인의 인생 순례가 예수께서 가신 길 곧 제자직을 선취하신 때문일 것입니다. 그분이 성경 가운데 가장 사랑하셨던 요한복음에는 예수께서 앞으로 자기의 죽음과 부활을 의심할 도마에게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고 하신 말씀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길과 진리와 생명 hodos, aleitheia, zoei란 세 낱말은 각기 고유한 요소를 지니면서도 궁극적으로는 구원의 정점을 지향한다는 공동 목표를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인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신 십자가의 길을 믿음으로 삼고 그가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의 진리를 신학으로 엮으며 그가 제시한 바 세상이 줄 수 없는 영원한 생명을 삶으로 구현한 것입니다. 이 복음은 추상이나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깨닫고 따르고 이루어야 할 실체이었습니다. 영원은 곧 현재에 잇대고 현재는 또한 영원에 입맞춤으로써 하느님 나라를 이루는 것이 예수 복음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고 유동식 박사께서는 바로 예수께서 선포하시고 실현하신 길과 진리와 생명을 가납하여 그의 신학과 신앙과 삶에 실현하시므로 인생을 온전하고 원만하게 마무리하셨습니다. 오늘날 온 인류가 길을 잃고 헛된 것을 진리로 삼으며 죽음의 불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때 우리가 따를 참 스승과 멘토를 보내주셨으니 하느님께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유가족과 조문객 여러분, 이제 인간적인 섭섭함과 슬픔을 모두 내려놓고 고인이 가신 길을 따름으로써 승리의 삶을 성취하시기 바랍니다.


근 20년 전 사모님께서 자택에서 운명하셨을 때 고인은 시신을 병원으로 운구하지 않으시고 사모님 곁에 누어 밤을 지냈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영원과 현재가 일순간 단절된 안타까운 드라마의 한 장면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제 본인도 영원한 나라에 입성하셨으니 마지막 인사드리는 것으로 말씀을 맺을까 합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유 박사님, 이제부터는 먼저 가신 사모님과 따님과 함께 하느님 나라의 잔치를 만끽하게 되었으니 진심으로 축하해 마지않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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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준 박사(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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