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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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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작성일2020-09-08 | 조회조회수 : 4,96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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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란 집이나 자기 방에 틀어박혀 6개월 이상 가족 외의 다른 사람들과는 인간관계를 맺지 않는 사람들을 말한다.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지만, 가끔은 집 근처 편의점에 가거나 취미 활동을 하려고 외출을 하기도 한다.

몸은 잘 씻지 않고, 방은 치우지 않아 쓰레기로 가득하다. 낮에는 쿨쿨 자고 밤에는 내내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게임만 한다. 밥도 방에 틀어박혀 혼자 배달 음식으로 허기를 채운다. 이러한 자녀를 둔 부모들은, 처음에는 게으르다고 야단도 쳐보고, 달래거나 협박도 해 보고, 이것저것 다 해보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 자식 흉 될까 어디서 상의도 못 하고, 저러다 일어나 나가겠지 은근 기대도 해보지만, 한 달, 두 달, 1년, 2년을 지나 5년, 10년이 훌쩍 넘어가고 더 이상 사회 복귀가 어렵게 되는 경우도 있다.

주변을 돌아보면 이렇게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자녀를 둔 가정이 눈에 띈다. 은둔형 외톨이들은 ‘사회 안’에서 ‘사회 밖’으로 탈주한 사람들이다. 부모들은 속앓이를 하고, 자녀는 소리를 내지 않으니 그들은 사회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80대 연금 생활자 부모가 50대 자녀를 여전히 양육하고 있다는 이웃 일본 이야기가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은둔형 외톨이가 얼마나 있을까? 추산한 결과는 2017년 기준으로 19~39세 연령에서만 13만5천 명이 나온다. 해당 연령의 0.91%이다. 다른 연령대까지 합치면 이 숫자는 더 늘어난다. 사회 정책을 다루는 입장에서 보면, 은둔형 외톨이는 찾기도, 조사하기도, 도움을 주기도 어렵다. 마음을 열지 않고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방 안에서 즐겁고 행복할까? 편하고 좋아서 그러고 있는 걸까? 절대 아니다. 너무 외롭고 불안하고 힘들며 세상이 무섭고 무기력감을 느낀다. 자기가 무가치하다고 느끼며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에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실태 조사를 처음 실시해 보았다(한국은둔형외톨이 지원연대·G’L 학교밖청소년연구소, 2020). 은둔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으로’(43.4%)로 인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학업 중단’, 진학 실패’, ‘인간관계 부적응’ 등도 주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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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은둔형 외톨이는 ‘스스로 원해서 그렇게 지내고 있다’, ‘게으르거나 무능한 사람이다’, ‘자기 스스로 밖으로 나올 수 있다’라고 오해한다. 의지가 강한 소수의 예외가 있을 수는 있지만, 대부분은 사회적 도움 없이 스스로 자리를 털고 밖으로 나올 수 없다. 사회적 도움을 받아 잠시 나온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심리적 어려움에 부딪히면 도로 방 안에 틀어박히기 십상이다.

은둔 상태는 갑자기 나타나는 것 같지만 여러 가지 복합적 원인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개인적 특성에 따라 누적된 경험이 있는 상태에서 어떤 사건이 계기가 되어 일어났다. 가장 본질적인 내면의 문제는 ‘누구와도 친밀감을 느끼기 어려운 외로움’ 그리고 ‘무기력감’이었다. 그래서 아예 방구석에 틀어박혀 모든 인간관계를 끊었다. 에너지가 없으니, 자기 몸을 씻는 일도 자기 방을 치우는 일도 할 수가 없다. 자기가 마주할 세상이 너무 두렵기 때문에, 모든 것을 잊고자 게임, 동영상 시청 등 인터넷에 몰두하고 있다. 자기에게 가장 안전한 공간으로 도피하여 세상을 잊고자 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없었던 이런 유형의 인간이 생겨나는 데에는 개인적 특성 외에 여러 사회적 요인이 있다. 핵가족화와 더불어 일어난 자녀에 대한 과잉보호, 과잉 간섭, 과잉 기대 등이 자녀를 유약하게, 또는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또한 학력 경쟁, 학교 폭력이 만연한 학교는 관계 맺고 자기 존재를 지키기에 녹록하지 않은 곳이 되었다. 은둔이 시작되는 주요 시기는 만16~18세, 만19~24세이다. 대입, 취업 등 생애 주요 과제를 감당하기 버거워 멈춰 버린 것이다. 독립된 방이 있는 주거 공간과 컴퓨터만 있으면 하루 종일 게임과 인터넷을 할 수 있고, 각종 인스턴트 음식과 배달 음식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된 문화적 환경의 변화가 ‘방에 숨는 생활’을 가능하게 했다. ‘은둔형 외톨이’는 한국, 일본, 이태리와 같이 가족주의가 강한 문화권에서 나타나고 있고, 자녀가 좀 더 일찍 독립해야 하는 서구 국가에서는 이들이 ‘노숙자’로 대체된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도와달라는 소리는 못 내는 이들은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고 있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10년간 은둔형 외톨이로 살고 있어요. 14살에서 24살이 될 동안 사회에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었고 도움받은 적도 없었습니다. 저 같은 사람들을 위한 지원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편견 없이 바라봐 주세요. 애초부터 문제 있는 사람은 없어요. 모두 이 사회의 피해자일 뿐.

누구나 살면서 어려움을 겪게 되고, 그 어려움의 강도에 따라 은둔을 택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은둔하고 싶어서 은둔하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경우가 많은데,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은둔을 택하는 사람들이 나약한 사람 혹은 패배자라고 인식되는 모양입니다. 그러한 시선을 보내는 것은 이미 벼랑 끝에 있는 사람의 등을 떠미는 꼴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이 상태를 극복하고 싶어 한다. 누군가 자기 손을 잡아주기 원하며, 자기 말을 들어주기를 바란다. 자신의 이런 상태를 진단받고 치료받기 원한다. 이들이 힘들다는 것을 이해해 주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윤철경(G’L 학교밖청소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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