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 가능…"이단·사이비 피해 구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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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개정안 '가스라이팅 법리' 신설
"재산 갈취·헌금 강요 등 대응할 수 있어"

▲이단·사이비 단체가 정체를 숨기고 포교하는 모습.ⓒ데일리굿뉴스
[데일리굿뉴스] 정원욱 기자 = 이른바 '가스라이팅'을 당해 부당한 의사표시를 한 경우 이를 취소할 수 있는 조항이 지난 7일 민법 개정안에 포함되면서, 과도한 헌금 갈취 등으로 인한 이단 피해자를 구제할 방안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지난 7일 이런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안에 '부당한 간섭에 의한 의사표시'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종교 지도자와 신도 등 가스라이팅에 있는 관계에서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인 자가 상대방에게 강하게 의존된 상태에서 행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는 것'이 골자다.
이는 기존의 착오 취소 또는 사기‧강박에 의한 취소 규정만으로 보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을 고려해 미국·영국·네덜란드 등 다수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부당위압(undue influence)' 법리를 도입한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간병인이나 종교 지도자에게 지배돼 '재산 전부 증여' 유언을 남겨 문제가 된 해외 사례들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에서도 이단·사이비 지도층이 신도의 절실함을 이용해 헌금 명목으로 돈을 갈취하는 등의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23년 "나를 믿고 속죄하면 구원받을 수 있다"며 신도 14명에게 헌금 16억원을 받은 사이비 종교인 A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A 씨는 몸이 아픈 가족이 있는 신도들에게 "헌금을 내면 나을 수 있으니 병원 갈 필요 없다"며 금전을 요구했고, 이를 믿고 헌금을 낸 신도 가족은 병세가 더 악화해 치료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A씨는 오히려 "신도들이 고맙다면서 돈을 준 것"이라며 헌금을 강요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가 민법에 '부당한 간섭에 의한 의사표시' 조문을 신설키로 했다.(법무부 갈무리)
이번 민법 개정으로 이단 피해를 구제할 법적 근거가 생겼다는 게 법조계의 반응이다.
현대종교 법률고문 김혜진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단의 가스라이팅으로 삶이 파괴된 사례가 비일비재했으나 그동안 소송을 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며 "이번 개정안이 입법된다면 이단·사이비 피해자 권리 구제 방안이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이단·사이비 종교의 헌금 갈취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이행된 증여인 헌금은 기존 조항을 근거로는 되돌려받기 어려웠다. 이제는 '전 재산을 헌금하라'는 식의 설교 녹음 등이 있다면 가스라이팅을 입증해 되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이번 개정을 통해 이단 피해자들이 적법한 구제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다만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판례가 정립되는 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민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은 내달 19일까지 이뤄진다. 법무부는 올해 상반기 중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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