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칭의 덫 上] 목회자 사칭에 기부사기까지…교회까지 뻗친 검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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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선교 명분 삼은 사칭 범죄 잇따라
"사기 범죄, 교회도 더 이상 안전지대 아니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보이스피싱 조직이 대규모로 검거되며, 해외로 확산된 사기 범죄 네트워크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 여파는 국경을 넘어, 교회와 신앙공동체 안으로까지 스며들고 있다. 교회와 목회자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대학이나 기관 명의를 도용한 기부사기까지, 범죄의 그림자가 점점 교회 주변을 짙게 드리우고 있다. 본지는 두 차례에 걸쳐 교회를 대상으로 한 사기 범죄의 실태와 대응 방안을 짚는다. 작은 부주의가 공동체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교회를 향한 '사칭의 덫'에 대비해야 할 때다. <편집자주>

(사진출처=AI 생성 이미지)
[데일리굿뉴스] 최상경 기자 = "교회에서 보낸 문자라 의심하지 않았어요."
서울의 한 중형교회 A목사는 최근 교회 명의를 도용한 기부 요청 메시지에 속아 수백만원을 송금했다. 발신자는 교회 로고와 직인을 그대로 복제해 '해외선교 긴급 지원'을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했다.
최근 교회를 표적으로 한 사기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과거엔 전화·문자 중심의 단순 수법에 그쳤다면, 이제는 교회 명의와 내부 인맥을 정교하게 흉내 내는 방식으로 사기 패턴이 진화했다. 기부 요청, 물품 대리구매, 선교비 송금 등 교회 특유의 회계·기부 문화를 노린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9,867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피해액(8,545억원)을 넘어섰다. 이 추세라면 사상 첫 1조원 돌파는 시간문제다. 특히 전체 피해 중 '지인·공동체 관계'를 사칭한 사례가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교회뿐 아니라 기독교 대학의 명의를 도용한 신종 수법까지 등장했다. 지난 9월, 숭실대학교 교직원을 사칭한 인물은 한 교회에 학교 로고와 총장 직인이 찍힌 위조 공문을 첨부해 '기부 제안' 메일을 보낸 뒤, 선입금을 유도했다. "성경책 100권과 강대상 등 1,500만 원 상당을 교회에 기부하겠다"며 신뢰를 얻은 후 "물품 대금의 일부를 먼저 입금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교회가 직접 학교 측에 확인하면서 피해는 막을 수 있었지만, 숭실대는 이미 10여 건의 유사 시도를 파악했다고 밝혔다.(2025.10.16 보도)
비슷한 수법은 다른 대학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한동대학교 교직원을 사칭한 인물이 '후원인의 밤' 행사를 명목으로 포항의 한 업체에 2,0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주문한 뒤 잠적하는 일이 발생했다. 업체는 두 차례 송금한 뒤에야 피해 사실을 인지했다.
현재 숭실대와 한동대뿐 아니라 성결대, 한신대 등에서도 '교직원 사칭 사기' 관련 주의 공지를 내고 유사 피해를 경고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들은 "학교가 개인에게 송금을 요구하는 일은 없다"며 "의심스러운 연락은 반드시 공식 번호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출처=AI 생성 이미지)
일부 범죄조직은 AI 기술까지 활용하고 있다. 목회자의 음성을 복제해 "지금 급히 도와달라"는 음성 메시지를 보내거나, 교회 사무실 직원을 사칭해 전화 상담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김명주 서울여대 교수는 한 포럼에서 "AI가 발달하면서 개인정보 탈취, 보이스피싱, 해킹, 딥페이크 등 각종 범죄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제는 기술 발전보다 이를 수용할 기준과 가치관을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AI 시대의 윤리 기준은 성경적 가치에 근거해야 하며,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기술 통제가 아니라 가치 통제"라며 "교회는 영성은 물론 변화 수용과 사고력을 갖춘 세대를 길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 심각한 문제는 피해금 회수가 어렵다는 점이다. 보이스피싱 피해금은 대부분 대포계좌나 해외 송금망을 통해 즉시 인출되며, 교회나 피해자가 이를 인지했을 때는 이미 자금이 사라진 뒤다.
전문가들은 '신뢰 자본'이 곧 교회의 가장 큰 취약점이 되고 있다며 철저한 예방을 당부했다.
교계 안팎에서도 보이스피싱 등 사기 범죄를 막기 위한 예방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고령 성도를 대상으로 한 예방 교육 확대와 교회 내부 공문·계좌 관리의 투명화, 신분 확인 절차 도입, 교회 명의 사용 가이드라인 제정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종교단체는 내부 통제가 약한 경우가 많아 외부인이 명의·직인을 도용하기 쉽다"며 "기부 절차와 내부 검증 체계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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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굿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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