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은 하나님의 세계를 음악으로 주석하는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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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치용 서울모테트합창단 지휘자

▲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모테트합창단 연습실에서 박치용 지휘자를 만났다. ⓒ데일리굿뉴스
"사람들은 흔히 음악을 하나님이 주신 일반계시라고 생각하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주석해 낸 찬송(교회음악)은 특별계시의 영역입니다. 전문 음악인으로 영광스러운 마음과 함께 무거운 사명감을 느끼는 이유죠. 이번 공연 역시 기대가 큽니다."
서울 서초동 연습실에서 만난 박치용 서울모테트합창단 지휘자는 오는 9일 '창단 35주년 기념 마스터피스 시리즈 - 오라토리오 사도 바울' 공연을 앞두고 설레는 기색이 역력했다. 지금까지 1,500번이 넘는 크고 작은 무대에 섰지만, 지휘자로 단상에 설 때마다 새롭다고. 단원들이 귀가하고 난 텅 빈 연습실이었지만 박 지휘자는 공연 준비로 쉴 틈이 없었다.
박 지휘자가 서울모테트합창단을 창단한 건 1989년, 그의 나이 27살 때였다. 서울예고(작곡·지휘 전공)를 거쳐 서울대 음대 성악과를 수석 입학·수석 졸업(전공)할 만큼 탄탄한 실력을 갖춘 그는 당시 유례없던 민간 프로 합창단을 만들었다.
박 지휘자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합창단에 쏟아부었다"며 "30년 넘게 함께한 원년 멤버도 여럿 있다. 단원들과 음악으로 선교하는 마음으로 외길을 걸어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서울모테트합창단은 '합창 불모지'와 다름없는 대한민국에서 클래식한 합창을 고수해 왔다. 이번 공연에서는 멘델스존의 오라토리오 <사도 바울> 45곡을 무대에서 선보인다. 웅장한 합창과 아리아, 이중창 등으로 구성됐으며, 중간중간 해설자 역할인 레치타티보가 등장한다.
박 지휘자는 "평소 무대에 올리기 힘든 대작들을 2년에 걸쳐 시리즈로 선보일 예정"이라며 "위대한 작곡가들이 남기고 간 유산을 연주할 수 있어 그저 감사하다"고 웃음 지었다.
박 지휘자는 '찬송은 하나님의 세계를 음악으로 주석하는 작업'이라는 철학 아래 전곡의 음표 하나하나를 집요하게 연구하는 완벽주의자다. 인간이 신학을 통해 신에 대해 알게 되듯, 클래식 음악의 본질에 깊이 파고들수록 절대자의 존재를 가까이 느낄 수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화음을 만들 때는 과장이 섞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곡조를 표현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작곡가의 의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섣불리 변주하는 것도 금물이다. 순수한 클래식이야말로 하나님의 임재를 깊이 체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음악을 유희의 수단으로 남용하는 현대 문화에 아쉬움을 표한 박 지휘자는 "심지어 성가를 부를 때도 지나치게 기교를 부리며 감성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면서 "자기만족이 아닌 하나님을 알아가는 도구로써 음악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모테트합창단 정기 공연 모습. (사진제공=서울모테트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은 정부나 대기업 등에 소속될 기회가 몇 차례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박 지휘자는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어딘가에 예속되면 신앙정신과 추구하는 예술적 가치를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모테트합창단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민간 전문 합창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합창단 활동을 시작한 이래 경영난을 고민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대중음악의 상업화로 클래식의 입지가 줄어든 데 이어 설상가상 발생한 코로나19는 합창단에 직격탄을 안겼다. 박 지휘자는 단원들과 힘을 합해 여러 난관을 헤쳐왔다.
박 지휘자는 "지나온 35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벼랑 끝에 서 있는 순간의 연속'이었다"며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내려놓고 단원들과 교회음악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합창과 성가에 더 많은 관심을가져주길 바랐다.
박 지휘자는 "물질만능주의로 교회가 세속화돼 가고 다음세대가 사라지는데 이런 기류를 막을 수 있는 건 '찬송의 힘'밖엔 없다"며 "성가가 교회음악의 뿌리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그 가치를 보존해 후대에 계승하는 데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서울모테트합창단의 '창단 35주년 기념 마스터피스 시리즈 - 오라토리오 사도 바울' 연주회는 오는 9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소프라노 손지혜, 알토 정수연, 테너 국윤종, 베이스 안대현이 독창자로 나선다. 입장권은 예술의전당과 인터파크, 예스24에서 예매할 수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서울모테트합창단 홈페이지(seoulmotetchoir.co.kr)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이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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