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낀 세대'의 비극 고독사…"교회, 정서적 피난처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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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4명 중 3명이 중장년층
"어려움 안 꺼내…소통의 장 중요"

▲중장년층 고독사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AI 생성 이미지)
[데일리굿뉴스] 이새은 기자 = 우리 사회의 중추 역할을 하는 40~60대 중장년층이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속에서 스러져가고 있다. 겉으로는 가정을 부양하고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활발한 세대이지만, 실직·사업 실패·가족관계 단절·건강 악화 등 복합적 위기 앞에서 무방비하게 고립되는 '낀 세대'의 비극이 커지고 있다.
6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고독사 사망자는 2020년 3,279명에서 2023년 3,661명으로 11.6% 늘었다. 4년간 누적 사망자는 1만3,877명에 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회적 단절이 일상화되면서 회복되지 못한 관계망이 중장년층의 삶을 더욱 고립시킨 것으로 보인다.
성별로는 남성이 83.4%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여성은 15.8%에 그쳤다. 연령별로는 50대가 30.4%(4,222명)로 가장 많았고, 60대 30.0%(4,161명), 40대 14.6%(2,028명) 순이었다. 40~60대 중장년층이 전체의 75%를 차지한 셈이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은 고독사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보건복지부가 의뢰하고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수행한 '고독사 주요사례 심층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고독사 사망자 중 44.3%가 기초생활수급자였다. 빈곤은 사회적 단절과 심리적 무력감으로 이어지고, 여기에 열악한 주거·만성질환·알코올 의존·영양 불균형 등 복합적 위험 요인이 겹치며 악순환을 낳는다.
보고서는 "중장년층과 청년층 등 전통적 복지체계에서 소외된 집단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관계망 회복을 돕고, 도움을 거부하는 이들에 대한 개입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문제는 위기에 놓인 중장년층이 도움을 요청하거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자신이 위태롭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점점 사회의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고립의 심화는 고독사 발견 경로에서도 드러난다. 가족이나 지인에 의한 발견은 줄어든 반면, 임대인·경비원·택배기사 등 제3자에 의한 발견은 36% 늘었다. 복지서비스 종사자에 의한 발견 역시 약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일상적 관계망이 끊긴 이들을 외부의 시선으로 겨우 발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 사회복지 종사자는 "중장년층은 어려움을 참는 것이 미덕이라 배운 세대"라며 "아무리 무너져도 감정을 억누르다 결국 세상과의 연결을 스스로 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장년층 고독사 예방의 핵심은 제도적 지원보다 정서적 연결 회복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직이나 질병, 가족 해체 등 위기 속에서 감정을 털어놓고 위로받을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특히 감정 표현에 서툰 중년 남성에게는 익명 상담, 자조모임, 심리 지원 등 다양한 형태의 관계 회복 통로가 지역사회 차원에서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교회와 지역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소그룹 모임이나 봉사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관계를 형성하고, 단순한 물질 지원을 넘어 누구나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정서적 피난처'로 기능할 수 있다.
대조동루터교회(최태성 목사)는 모범 사례다. 교회는 2019년부터 중장년 남성을 위한 쉼터를 운영하며 요리·친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부담 없는 열린 공간으로, 누구든 들러 커피를 마시거나 머물 수 있다.
최태성 목사는 "어르신들은 경로당이라도 갈 수 있는데, 중년 남성들은 갈 데가 없는 '찬밥 신세'"라며 "프로그램보다 중요한 건 공간이다. 편히 쉬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고 했다.
그는 "교회는 단순한 종교 공간이 아니라, 삶의 무게를 나눌 수 있는 관계의 장이 돼야 한다"며 "누구나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이 될 때 고독사는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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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굿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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