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 카이퍼 별세 100주년…교계 ‘영역 주권’ 배우기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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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은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1837∼1920·사진)가 별세한 지 100년이 되는 날이다. 카이퍼는 ‘기독교 세계관’의 창시자이자 세계적인 칼뱅주의 신학자로 꼽힌다. 헤르만 바빙크, 벤자민 B 워필드와 함께 세계 3대 칼뱅주의 신학자로 불린다. 그는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하나님 중심의 신본주의로의 전환을 강조하면서 기독교가 개인 신앙의 차원에서 삶 전체, 우주 전체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돼야 함을 주장했다.
특히 1898년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행한 ‘칼뱅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주제 강연은 그의 명성을 단번에 드높이는 계기가 됐다. 그는 이 강연에서 삶의 체계 혹은 세계관으로서의 칼뱅주의를 주장하면서 종교 정치 학문 예술 미래 영역에 대한 칼뱅주의적 관점을 제시했다.
카이퍼는 “주권의 근원은 법 또는 사람 의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있다”며 “주권은 단지 정치적 분야뿐 아니라 모든 영역으로 흘러간다”고 밝혔다. 여기서 그의 ‘영역 주권’ 사상을 찾아볼 수 있는데, 그는 “인간의 모든 영역 중 만물의 주권자이신 그리스도가 ‘내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작은 항구도시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목회자이자 신학자, 동시에 언론인으로 활약하면서 주간지 ‘드 헤르아우트’와 일간지 ‘드 스탄다르트’를 발행했다.
카이퍼는 1878년 4월 총선거를 앞두고 프랑스혁명의 영향으로 네덜란드를 물들인 무신론적 흐름에 반대하는 ‘반혁명당’ 건설을 추진했다. 창당을 앞두고 당의 핵심 이념과 정강을 정리하기도 했다. 이후 반혁명당을 설립한 그는 당 대표와 하원의원 등을 거쳐 네덜란드 총리로 재직했다. 기독교 학교를 세우기 위해 ‘학교 투쟁’을 벌였던 그는 암스테르담 자유대학을 설립했다. 자유주의에 물든 네덜란드 국교회에 맞서 교회개혁운동을 펼치며 ‘네덜란드 개혁교회’를 세웠다.
그는 평생 220여권의 책을 썼다. 국내에는 ‘칼빈주의 강연’(CH북스), ‘하나님께 가까이’(CH북스), ‘일반은혜1’(부흥과개혁사), ‘기독교와 사회문제’(생명의말씀사),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 주권’(도서출판 다함), ‘그리스도가 왕이 되게 하라’(복있는사람), ‘아브라함 카이퍼의 사상과 삶’(킹덤북스), ‘리처드 마우가 개인적으로 간략하게 소개하는 아브라함 카이퍼’(SFC), ‘아브라함 카이퍼의 공공신학과 성령’(SFC), ‘아브라함 카이퍼의 정치 강령’(새물결플러스) 등 10여권이 번역, 출간됐다.
기독교계에서는 서거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학술 포럼과 예배가 열린다. 기독교학술원과 온누리교회는 오는 26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양재 온누리교회(화평홀)에서 ‘카이퍼의 영역주권 사상: 그 현대적 의의’를 주제로 학술 포럼을 개최한다. 대면(30%) 및 온라인 회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제강연에는 김영한 기독교학술원장이 ‘카이퍼의 영역 주권 사상의 오늘날 의의’를 전하며, 정성구 전 총신대 교수가 주제설교를 맡는다. 이어 교회와 국가관계 관점에 대해 박태현(총신대), 윤철호 교수(장신대)가 각각 발표와 논찬을, 사회윤리적 관점에 대해 최용준(한동대), 이상원(총신대) 교수가 각각 발표와 논찬, 기독교교육 관점에 대해 리처드 마우(미국 풀러신학대) 전 총장과 김도일 교수(장신대)가 각각 발표와 논찬자로 참여한다. 포럼의 현장 참여자는 사전 등록해야 한다.
앞서 지난 7일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는 토요비전 새벽예배에서 ‘아브라함 카이퍼 서거 100주년 기념예배’를 개최하고 신자 삶의 모든 영역에서 예수님이 왕 되시게 하는 ‘21세기의 카이퍼리안’이 될 것을 다짐했다.
사랑의교회가 지난 7일 토요비전 새벽예배에서 ‘아브라함 카이퍼 서거 100주년 기념예배’를 드리고 있다. 사랑의교회 제공
오정현 목사는 “오늘 예배를 통해 모든 성도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주권을 인정하는 영역 선교사가 되길 바란다”며 “이제 교회를 넘어 모든 삶의 영역에서 영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영역 선교사를 양육하고 배출하고 재생산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한 네덜란드 요아나 돌너왈드 대사는 기념예배 메시지를 통해 “아브라함 카이퍼 서거 100주년을 한국에서 기념한다는 것은 아주 특별하다”며 “한국에서 그의 책을 번역하고 사역을 배우고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주한 네덜란드 요아나 돌너왈드 대사가 아브라함 카이퍼 서거 100주년과 관련해 영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사랑의교회는 이날 예배에서 ‘반혁명 국가학’ 번역 출간 선포식도 가졌다. 국제제자훈련원에서 발간할 이 책은 아브라함 카이퍼가 완숙한 경지에 이른 1917년, ‘영역주권’을 기반으로 남긴 마지막 작품이다. 내년쯤 출간 예정이다.
한편 사랑의교회는 교회 내 ‘사랑글로벌아카데미(SaGA)’ 산하 연구기관으로 아브라함 카이퍼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성도 개인이 그리스도께서 우주의 왕이심을 선포하는 온전한 삶의 체계를 형성하도록 돕고, 사회적으로는 삶의 전 영역에서 그리스도가 왕 되시도록 하는데 돕고 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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