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웰 다잉’, ‘나를 사랑하는 사람 옆에서 죽고 싶다’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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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에게 천국의 소망 심어주는 데 교회의 역할 크다
▲ 좋은 죽음이란 준비된 죽음이다. 도표 목회데이터연구소
▲ 죽기 전에 잘한 것은? 도표 목회데이터연구소
▲ 죽음에 대한 생각은? (도표 목회데이터연구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COVID-19)로 인한 사망자가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물론 다른 이유로 죽음을 맞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세계적인 유행병으로 번짐에 따라 코로나19 확진자, 사망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코로나19로 9초당 1명이 숨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소식이 매일 전해지면서 죽음이란 단어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은 ‘죽음’이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직 멀리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목회데이터연구소 주간리포트 ‘넘버즈’ 제74호는 한국인들이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좋은 죽음(Well Dying, 웰 다잉)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살폈다.
‘좋은 죽음’은 준비된 죽음이라는 인식이다. 최근 좋은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한국보건사회복지연구원이 2018년 12월 발표한 ‘죽음의 질 제고를 통한 노년기 존엄성 확보 방안’(전 국민 만 40세 이상 79세 이하 남녀 1500명, 전화 조사, 2018.9.15~18)에 따르면 ‘좋은 죽음’이란 갑작스럽게 맞이해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치러지는 죽음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95%)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85%) 등이 준비하는 죽음으로 인식하고 있다.
준비된 죽음이란 우선 죽음을 대하는 자세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죽음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 죽을 때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좋은 죽음(88%)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준비된 죽음이란 장례 형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유산을 어떻게 할 것인지, 혹은 장기 기증을 할 것인지를 포함해서 죽음과 관련된 중요한 것을 본인이 미리 정하고 준비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
또 동 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죽는 순간에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며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 하고(88%), 명의 상태인 채로 ‘온갖 기계에 둘러싸여 목숨만을 연명’하는 것만은 피하고 싶어 하는(87%) 것으로 나타났다.
동 연구원에 자료에 따르면 이뿐만 아니라 죽음은 누군가가 대신해줄 수 없고 오직 혼자 죽음을 맞이하는 가장 고독한 순간이다. 이에 국민은 죽음의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이 주위에 있어야 좋은 죽음이다’(85%)는 인식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죽을 때 ‘가족들과 관계가 나빠지기를 원하지 않으며’(88%) ‘간병이나 병원비로 가족을 고생시키지 않길 원하고 있어’(87%), 자신이 죽더라도 남은 가족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또 사후 주변인에게 오래 기억되는 죽음을 원하고 있다(68%).
동 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40대 이상 중장년층 대부분은 ‘자기 죽음’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40대 이상 중장년 대부분(78%)이 평소 ‘자신의 죽음을 생각한 적이 있다’라고 했을 정도로 ‘죽음’은 나이가 들수록 삶의 일부가 되고 있다. 남자는 73%, 여자는 82%가 ‘자신의 죽음을 생각한 적이 있다’라고 응답해 여자가 남자보다 죽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제시한 트렌드모니터의 ‘죽음 및 상조 서비스 관련 인식조사’〔2019.5.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 온라인 조사, 2019.5.23.~27〕에 따르면 우리 국민 5명 중 3명은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첫 반응으로 ‘두려움’을 꼽았다. 죽음이란 것을 떠올리며 왠지 모르게 ‘두려운 마음이 든다’는 사람이 전체 5명 중 3명꼴인 59%로 나타났다. ‘100살 넘게 살고 싶은 사람’은 15%이며, ‘오래 살 수 있게 된 것이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응답자의 절반 이하인 41%로 나타났다.
두잇서베이의 ‘죽음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전국 만 14~99세 성인 남녀 3491명, 온라인 조사, 2018.1.31~2.8)라는 제목의 2018년 2월 자료에 따르면 사후 세계의 존재에 대해 38%가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 10명 중 4명꼴이다. 이들이 믿는 사후 세계는 기독교의 ‘천국’이나 불교의 ‘극락’처럼 자기가 믿는 종교에 따라 다를 수도 있고, 혹은 종교가 없는 사람이 생각하는 또 다른 사후 세계일 수도 있다. 사후 세계를 믿는 것을 성별로 보면 남자가 35%, 여자가 41%로 여자가 조금 더 높게 나타났다.
또 두잇서베이 자료에 따르면 사후에 ‘천국에 계속 있을 것 같다’라는 응답이 14%가 나왔다. 현 기독교 인구의 절반 비율이다. 사후에 어떻게 될지에 대한 질문에 ‘아무것도 갖지 않고 무(無)로 돌아간다’는 의견이 30%로 가장 높다. 다음으로 ‘천국에 계속 있을 것 같다’ 14%, ‘천국에 있다가 환생할 것 같다’ 10%, ‘아무 곳에도 가지 않다가 환생할 것 같다’ 9%로 나타났다. 이처럼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각자의 종교적, 문화적 배경이 다르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목회데이터연구소는 분석하고 있다.
두잇서베이 자료에 의하면 죽기 전에 잘했다고 생각한 것은 ‘하고 싶은/의미 있는 일을 한 것’이 17%가 나왔다. 사람들이 죽기 전에 ‘이것 잘했다’라고 생각할만한 일로 가장 많이 응답한 것은 ‘건강을 유지한 것’(24%)이라고 응답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아무리 많은 것을 갖고 있어도 ‘건강’을 잃으면 인생이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러난 응답으로 보고 있다.
두 번째로 ‘잘했다’고 응답한 것은 ‘취미/종교 생활처럼 하고 싶은/의미 있는 일을 한 것’(17%)이다. 많은 사람이 돈, 권력, 학력 등을 추구하지만 그것이 ‘죽음’이라는 절대적인 한계 상황 앞에서는 인생을 빛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추구해서 사는 삶이 인생의 의미를 더해준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좋은 가족/친인척/지인’을 만난 것(15%)도 ‘잘했다’고 생각한 일로 나타났다. 이는 사람은 사회적 존재로서 사회적으로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인생의 행복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두잇서베이 자료에 따르면 ‘죽기 전에 인생에서 후회할 것 같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서는 ‘물질적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이 23% 나왔다. 두 번째 후회스러운 것은 ‘건강을 유지하지 못한 것’(19%)이었으며, 다음은 ‘하고 싶은/의미 있는 일을 하지 못한 것’(14%), ‘많이 배우지 못한 것’(11%)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물질적 성공’이 1위, ‘학력’이 4위로 나타난 것인데, 이 두 요인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돈과 학력이 없으면 살기 어려운 사회를 점을 시사한다고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지적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좋은 죽음은 죽음을 준비하고, 자기가 자신의 죽음에 대한 환경을 만들고, 안전한 환경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죽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 주고, 죽은 후에도 주변 사람들이 기억해주기를 원하는 그런 죽임이다.”라고 전제하고, “기독교는 어떤 종교보다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소망을 강조하는 종교이다. 그 소망이 분명하고 큰 사람은 누구보다 윤리적인 삶을 살 수 있고,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이타적인 삶을 살 수 있다. 그로 인해서 받는 현실의 손해를 기꺼이 무릅쓸 수 있다. 이것이 지금의 과학 시대에 그리스도인에게 천국의 소망이 필요한 이유이고, 이 소망을 심어주는 데 현 교회의 역할이 크다.”라고 제기했다.
동 연구소는 교회가 실제로 죽음으로 다가가는 과정에 대해 더욱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땅에서 고통과 질서를 끝내고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첫 관문인 죽음과 그 죽음으로 가기까지의 과정에서 성도들이 죽음을 어떻게 대하고 또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교회의 가르침과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이국희 기자 cookie02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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