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성탄생활… 비대면으로 맞는 성탄절, 교회마다 아이디어 봇물
페이지 정보
본문
이른 새벽 이웃 가정을 두루 돌아다니며 찬양을 불러주고 선물도 나누는 ‘새벽송’, 남녀 어린이 성도가 외치는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로 시작하는 ‘크리스마스 칸타타’.
성탄절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모습이지만 올해 12월엔 이 같은 모습을 보기 어렵다. 3차 대유행으로 이어진 코로나19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그래왔듯이 한국교회는 답을 찾고 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성탄절을 맞아 예수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흘려보내기 위해 채비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17일 들어봤다.
비대면으로 맞는 슬기로운 성탄생활
한국교회 대부분은 25일 열리는 성탄예배를 온라인으로 준비하고 있다. 예배당에서 진행되던 칸타타도 온라인 공간으로 자릴 옮겼다. 영아부부터 청년부까지 부서별로 예수 성탄의 의미를 담은 찬양 율동 성경암송 등을 가정에서 촬영한 뒤 영상을 편집해 교회 홈페이지나 유튜브 채널로 공유하는 방식이다.
심충열 서울 광현교회 목사는 “어린 성도들에게는 집에서 부모님과 재미있게 성탄의 의미를 나눌 수 있도록 ‘만들기 키트’를 보냈다”며 “비대면 시대 속 다음세대 신앙교육에 있어 가정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성탄절이 부모와 함께 신앙의 울타리를 견고하게 만드는 기회가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감리교회(임용택 목사)에서는 25일 오후 야외주차장에서 다음세대 성도들과 교역자들의 성탄 맞이 드라이브스루 만남이 진행된다. 임용택 목사는 “아이들이 평소 영상으로 만나던 전도사님 목사님으로부터 직접 기도를 듣고 말씀카드와 선물 꾸러미도 받으면서 성탄의 기쁨을 나눌 것”이라고 전했다.
대면 없이도 끊이지 않는 나눔
경북 경산중앙교회(김종원 목사) 로비에는 최근 특별한 크리스마스트리가 등장했다. 라면을 쌓아 올려 만든 트리다. 교회 청년들이 성탄절을 맞아 지역 내 청년 자취생들을 위로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프로젝트 이름은 ‘힘내라면, 청춘’. NGO 경산월드휴먼브리지가 라면을 지원하고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돈으로 김치 즉석밥 계란 등을 준비해 자취생 400여명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김종원 목사는 “지난 3월 코로나19로 어려움 겪는 청년을 대상으로 긴급생활 지원에 나섰던 ‘힘내라 청춘’ 프로젝트 경험이 주춧돌이 됐다”며 “성탄절 오후에 청년들은 라면 세트를, 장년들은 사랑의 쌀을 들고 이웃을 위한 ‘사랑의 배달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산중앙교회는 해마다 진행하던 사랑의 김장나눔 행사에도 비대면의 옷을 입혔다. 한 공간에 많은 성도가 모이는 대신 봉사를 희망하는 성도 집으로 김장 재료를 배송하고 각 가정에서 이웃을 위한 김치를 담갔다. 성도들의 손편지까지 담긴 김치상자 300개는 지난달 30일 지역 내 취약계층에 전달됐다.
주민들을 위해 수고하는 지역 공무원을 찾아가 위로하던 현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서울 서현교회(이상화 목사)는 주민센터 소방서 파출소 등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에게 ‘사랑나눔 쿠폰’을 전달한다. 쿠폰 사용처는 동네 카페다. 공무원들이 성도들의 정성으로 마련된 쿠폰을 사용하며 나눔의 온기를 느끼게 해주자는 취지다.
이상화 목사는 “사랑을 흘려보내면서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지역 소상공인도 도울 수 있는 지혜를 찾았다”며 “대면·비대면을 떠나 하나님이 허락하신 자리에서 사랑을 나누는 성탄절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관련링크
-
국민일보 제공
[원문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