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교회 떠나는 이유… 청년들 “목회자 언행 불일치에 실망” 사역자 “복음의 본질을 듣지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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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C 연구소, 설문 조사 결과 공개
양측 인식에 큰 괴리… 자기성찰 필요
‘청년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에 대해 청년과 사역자 간 생각의 괴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은 목회자의 언행 불일치 등 목회자 문제가 크다고 봤지만 사역자들은 청년이 복음의 본질을 듣지 못하는 것을 문제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사역자, 목회자들의 자기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상과 교회를 섬기는 ARCC 연구소는 청년 1017명과 사역자 1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담은 ‘청년,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나는가’ 자료집을 28일 공개했다. 조사는 지난 1월 13일부터 2월 4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복수 응답도 가능했다. 연구소는 ‘교회를 옮길 의향이 있다’고 한 응답자 320명과 ‘신앙을 포기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청년 80명의 대답에 초점을 뒀다.
교회를 옮길 생각이 있다고 답한 청년들은 목회자 관련 항목에 불만족 점수를 많이 줬다. 이들이 1점(매우 만족스럽다)~5점(매우 불만족스럽다) 중 매긴 값의 평균을 보면, 목회자의 언행 불일치(3.63점), 목회자의 설교(3.59점), 목회자의 상처 되는 말(3.31점) 등 목회자 요인이 불만족도가 높았다. 교회의 헌신 강요(3.60점), 영적 필요가 채워지지 않음(3.36점), 청년부 내의 끼리끼리 문화(3.23점) 항목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 응답자는 심층 조사에서 “목회자의 인성은 보통 말이나 행동에서 드러나는데, 어린 청년들에게 초면에 반말하는 것에서 잘 보인다”며 “‘이 목회자, 사역자가 나를 진짜 존중하고 있구나’ ‘꼰대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사역자들은 목회자 요인을 주된 문제로 여기지 않고 있었다. 대신 ‘청년이 복음의 본질을 듣지 못해서’ ‘교회 말씀이 청년의 현실과 동떨어져서’ ‘믿음에 설득되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청년들이 교회를 떠난다고 봤다. 이에 대해 이수인 아세아연합신학대 교수는 “청년과 사역자의 응답이 다르다는 건 사역자들의 자기 성찰이 부족하다는 점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다음세대를 전문적으로 섬기는 사역자를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병철 ARCC 연구소장은 “바쁜 직장인에게 새벽기도, 헌금, 전도를 강요하는 등 여전히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교회, 목회자가 적지 않다”며 “양적 성장을 중시했던 X세대까지만 해도 이런 것들이 통했을지 몰라도 개인의 성장을 우선시하는 MZ세대는 그렇지 않다. 청년의 삶과 고민을 제대로 아는 청년부 전문 사역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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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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