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탈북 목회] ① 떠나는 목회자들
페이지 정보
본문
고립된 목회…재정·인력난 이중고 겪어
▲ 탈북민 복음화율이 6%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텅 빈 예배당.
[데일리굿뉴스] 박건도 기자 = 탈북민 상당수가 기독교 관련 단체의 도움으로 남한 땅을 밟는다. 실제로 정착 초기에 탈북민 70%가 교회를 찾는다. 하지만 목회 현장에서는 실제 복음화율은 10% 미만으로 본다. 대부분 정착 과정에서 신앙을 잃고 교회를 떠난다는 것이다. 탈북 목회 현장이 유독 열악한 이유다.
북한기독교총연합(이하 북기총) 회장을 맡고 있는 김권능 목사는 탈북 목회의 장애물로 ‘게토화’를 꼽았다. 특정 집단이 사회의 주류 집단에서 분리돼 살아가는 것을 ‘게토화’라고 부르는데 이런 현상이 교회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1997년 탈북 후 지난 20여 년 동안 탈북민에게 복음을 전한 김 목사는 "집단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탈북교회가 필요하지만 탈북민은 한국교회로부터 단절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목사에 따르면 목회 현장에서 남한 성도와 탈북 성도들은 분리된 공간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탈북교회에서 남한 성도를, 한국교회에서 탈북 성도를 만나기란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다.
탈북 사역 전문가 김규호 선민네트워크 대표는 "오랜 단절과 문화 차이로 두 집단이 쉽게 융화되지 못한다"며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서로 상처를 주고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했다.
김권능 목사도 "실제 목회 현장에서는 남한 성도와 탈북 성도의 특징이 뚜렷하게 구분된다"며 "탈북민들을 섬기겠다는 마음으로 오는 남한 성도조차 교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난다"고 했다.
문제는 탈북민으로만 이뤄진 교회에는 헌금은커녕 봉사할 사람도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한 탈북민 사역자는 “중국에서 교회를 구호단체로 접했던 탈북민들은 헌금과 십일조에 대한 개념이 희박하다”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것을 소유한 이들이 헌금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대다수의 탈북교회는 심각한 수준의 재정난을 겪고 있다. 북한선교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탈북교회 절반 이상이 월세도 내기 힘든 형편이다.
2020년 교회 결산액은 미자립에 해당하는 3,000만 원 미만인 교회가 59.1%로 절반이 넘었다.
목회자 절반(45.5%)은 사례비조차 받지 못한 채 사역을 이어간다. 월평균 사례비는 64만 3,000원에 그쳤다.
사례비를 줄 수 없는 탈북교회는 부교역자는 말할 것도 없고 평신도 봉사자를 세우기도 쉽지 않다. 탈북교회 가운데 교인 수 30명이 안되는 곳이 무려 절반에 달한다. 이에 따라 사역은 전적으로 개척 목회자의 몫이 된다.
김권능 목사는 "초신자가 대부분인 탈북교회에서 봉사자를 구하기란 쉽지 않다"며 "대다수의 탈북민은 교회 운영에 필요한 행정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재정난과 인력난에 둘러싸인 탈북 목회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있다. 최근 탈북 목회자가 탈북 목회를 꺼리는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탈북교회에 대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김 목사는 "젊은 탈북 목회자들은 한국교회에 청빙돼 일반 목회를 하길 원한다"며 "한국교회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음에도 이같은 선택을 하는 것은 탈북 목회의 열악한 현실을 반증하는 것"이라 했다.
김권능 목사는 “우리(탈북교회)에게는 민족의 아픔을 가슴에 품은 느헤미야와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며 "다음세대 탈북 사역자와 한국교회의 지혜로운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관련링크
-
데일리굿뉴스 제공
[원문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