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성폭력, 이단만의 문제 아냐"…원인은 구조적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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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반성폭력센터, '2023 교회 성폭력 예방교육' 실시
“교회 내 ‘힘의 불균형’ 경계해야…성인지감수성도 필요”
▲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27일 새길교회에서 목회자와 신학생, 평신도 리더를 대상으로 '2023 교회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데일리굿뉴스
[데일리굿뉴스] 이새은 기자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로 이단 JMS, 만민중앙교회 등의 성착취 실태가 드러나면서 사회적 파장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교회 내 성범죄는 비단 이단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통교단의 기성 교회에서도 잊을만하면 성폭력이 발생해 물의를 일으키기 일쑤다.
교회 내 성범죄 예방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목회자와 신학생, 평신도 리더를 대상으로 한 교회 성폭력 예방교육이 열렸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27일 새길교회에서 '2023 교회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 잘못된 성관념을 고착화시키는 교회문화를 파헤치고 예방책을 소개했다.
이날 교육에선 ‘교회 내 성별 불평등 구조’가 성폭력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남성 목회자에게 권위가 집중되고 의사결정에서 여성들이 배제되는 구조가 교회 내 성범죄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박신원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실장은 “교회 구성원이 지닌 힘의 차이가 경계침범, 즉 성폭력의 배경이 된다”며 “연령, 지위, 직급뿐만 아니라 교회연차, 영향력, 결정권, 발언권 등이 상대를 제압하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힘의 불균형은 목회자 등 권위자와 성도 간의 관계에서 가장 많이 드러난다. 실제로 지난달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공개한 상담 통계에 의하면 작년도 교회 내 성폭력 가해자의 70%가 목회자, 간사, 리더, 교사 등 리더십이었다.
특히 목회자의 경우 상담과 돌봄을 감당하는 우위의 위치에 놓여있고, 주변으로 절대적 지지를 받기 때문에 거부하기 더욱 어렵다. 또 성폭력이 종교적 신뢰 관계 내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피해자가 피해를 바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박 실장은 “교회 성폭력은 물리적이라기보다는 권위를 이용한 그루밍 관계로 나타난다”며 “신앙행위를 빙자해서 행하는 성적행위는 가해자의 물리적 힘의 행사나 피해자의 저항유무와 관계없이 성폭력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27일 새길교회에서 목회자와 신학생, 평신도 리더를 대상으로 '2023 교회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데일리굿뉴스
박 실장은 구조적 요인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더불어 대응과 예방을 위한 제도적 개선도 강조했다. 교회 내 성범죄는 끊임없이 발생하지만 아직까지 한국교회 대처는 미흡하기 때문이다. 교회가 분열되거나 2차 가해로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일도 잦다.
박 실장은 “아직까지 많은 교단이 교회 내 성폭력을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갖추지 못해 사건을 덮는 데 급급하다”며 “대책위를 꾸리고 징계 규정을 마련하는 등 제도적인 방안과 함께 교회 내 올바른 성인지감수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날 강의 중간 중간에는 실제 사례를 실습해볼 수 있는 워크숍 시간도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둘씩 짝을 지어 피해자를 마주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역할극으로 연습해봤다.
20년 이상 청년 사역을 해온 김윤기 목사는 “어두운 주제지만 무겁지 않은 분위기에서 강의가 진행됐고 구체적으로 실천해볼 수 있는 워크숍 시간도 마련돼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모든 목회자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추천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기독교반성폭력센터 박유미 공동대표는 “교회 내 성폭력 문제를 지혜롭게 해소하길 바라는 취지로 교육이 마련됐다”며 “앞으로도 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교회 내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생존자를 돕기 위해 2018년도에 출범된 단체로, 지난 5년간 약 300여건의 교회성폭력 사건을 상담하고 지원해왔다. 성폭력 생존자를 위한 상담 외에도 법적지원과 함께 성폭력으로 무너진 공동체 회복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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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굿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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