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모든 걸 만든다…아나운서·가수 이어 이제 PD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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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 점령…"엄청난 위기이자 기회"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넷플릭스 제공)
날카롭게 찢어진 눈매에 한쪽 얼굴을 살짝 구기는 특유의 표정까지.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속 배우 손석구의 어린 시절로 등장한 아역 배우는 손석구를 쏙 빼닮아 단 몇 분 분량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손석구 배우의 아들인 것 같다', '도대체 어디서 저렇게 똑같이 생긴 배우를 찾았냐'며 시청자들은 아역을 연기한 배우를 찾아 나섰지만, 흔적을 찾지 못했다.
궁금증은 이창희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풀렸다. 작품 공개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감독은 장난감(손석구 분) 형사의 과거 장면은 손석구의 어린 시절 사진에서 딴 얼굴을 아역 배우에게 덧씌운 결과물이라며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얘기한 분들도 있었지만, 리얼리티를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딥페이크(특정 인물의 얼굴 등을 영상에 합성) 기술이 콘텐츠 산업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살인자ㅇ난감'은 장난감뿐 아니라 모든 등장인물의 과거 장면을 딥페이크 기술로 만들었다. 이탕의 숨은 조력자 노빈(김요한)의 과거 시절, 불법 촬영 피해자 최경아(임세주)의 성형 전 모습 등이 딥페이크 기술로 구현됐다.
딥페이크 기술은 '진짜 같은 가짜'를 구현해 리얼리티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술이 보다 발전한 요즘 딥페이크 기술은 여러 드라마와 콘텐츠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JTBC 제공)
지난달 종영한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도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했다. '국민 MC' 송해를 부활시키기 위해서다.
드라마는 조용필(지창욱)과 조삼달(신혜선)이 어린 시절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오르는 장면으로 막을 올렸다. 진행자 송해는 젊었을 때 모습 그대로 등장해 주인공들에게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묻는다.
최근 쿠팡플레이가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공개한 SNL 코리아 시즌5 예고편도 딥페이크로 보이는 CG 기술을 활용해 화제를 끌었다.
'소년시대로 회귀한 AI 크루'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 영상은 SNL 크루 신동엽과 안영미, 이수지, 정이랑, 김원훈 등의 얼굴을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시대' 속 장면에 합성했다. 신동엽은 온양 '찌질이' 병태로, 권혁수는 부여의 소피 마르소라 불리는 강선화로 만들어졌다.
영상은 공개된 지 이틀 만에 조회수 25만 6,000만 회를 기록했으며 '분장인 줄 알았는데 딥페이크였구나', '합성인데 다들 왜 이렇게 잘 어울리냐', '안 눌러볼 수 없는 섬네일이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제는 단순 기술을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뉴스를 진행하는 AI 앵커와 무대 위에서 팬들과 소통하는 가수에 이어 AI PD까지 등장했다.
▲MBC 'PD가 사라졌다!'.(방송화면 캡처)
지난달 12일 종영한 MBC 'PD가 사라졌다!'는 AI 기술로 만들어진 프로듀서 'M파고'가 MBC 입사 후 예능 PD가 돼 직접 프로그램을 연출한다는 콘셉트로 기획된 사회실험 프로젝트다.
M파고는 캐스팅부터 연출까지 직접 진행하며 한편의 서바이벌 예능 포맷을 만들어간다. AI PD는 여느 서바이벌에서 봐왔던 게임과는 다른 독특한 게임들을 진행한다.
지난달 14일 첫 방송을 한 KBS 2TV 시사교양 프로그램 '김이나의 비인칭시점'도 AI를 활용한 방송이다.
이 프로그램은 작사가인 김이나가 생성형 AI와 음성합성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 AI와 대화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의과대학 입시 열풍부터 스토킹 살인 사건, 소극장 학전이 33년 만에 문을 닫게 된 이야기까지 대화 주제는 다양하다.
올해 방송된 SBS 설 특집 '남진 콘서트: 인생은 바람이어라'는 AI 남진을 무대에 세웠다. AI 기술을 통해 외모와 목소리를 그대로 재연한 청년 시절의 남진이 지금의 남진과 만나 무대를 선보였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최근에는 유명인 목소리를 AI에 학습시켜 특정 곡을 모창하도록 하는 이른바 'AI 커버곡'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유튜브에서 AI 커버곡을 검색하자 음원들이 잇달아 검색됐다. 개그맨 박명수가 가수 비비의 신곡 '밤양갱'을 부르거나 미국 래퍼 카니예 웨스트가 가수 정인의 발라드곡인 '오르막길'을 부르는 등 유튜브상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미디어에서 AI의 영역 확대는 이미 시작됐고, AI를 활용하는 사례는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방송가를 넘어 일상이나 종교계까지도 AI가 깊숙이 뿌리 내린 상태다. AI를 활용해 교회 동영상을 만들거나 그림을 디자인하고 묵상집과 기도문 등의 제작을 손쉽게 할 수 있다. QT와 칼럼, 오디오북, 심지어 CCM까지 제작이 가능하다.
AI 영역 확대의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특히 아직 여러 윤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딥페이크 기술 등의 활용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유명 배우 톰 행크스는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이제 누구나 AI, 딥페이크 기술로 나이에 상관없이 자기 모습을 재현할 수 있다"며 "내가 내일 버스에 치여 크게 다치더라도 내 연기는 계속될 수 있다"고 AI가 콘텐츠 업계에 미칠 악영향을 경고하기도 했다.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김명주 교수(바른AI연구센터장)는 "지금은 딥페이크 기술의 경제성이 떨어져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2∼3년 안에는 방송가에서도 보편화될 것"이라며 "이와 함께 여러 부작용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연예인의 얼굴을 합성하는 딥페이크 영상들은 '신기하다', '흥미롭다'는 반응을 끌어내고 있지만, 더 만연해지면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거부감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역사학자이자 세계적 인기 작가인 유발 하라리는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AI는 수천년 인류 문화를 빠르게 먹어 치우고 소화해 새 문화 유물을 쏟아낼 수 있고 이는 학교 에세이뿐 아니라 정치연설, 종교 등에도 해당한다"며 "AI의 뛰어난 능력에 상응하는 책임·통제와 조화를 이룰 때 AI 혜택을 실현할 수 있다. AI가 인간을 장악하기 전 AI 위험성에 대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했다.
<최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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