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먹방·여행 사진은 목사님 혼자만 간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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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훈 목사 SNS 에티켓 소개
진영훈 익산삼일교회 목사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19를 지혜롭게 이기는 목회자의 SNS 에티켓’(사진)이라는 제목의 안내문을 올렸습니다. 안내문에는 네 가지 금할 것과 한 가지 권면을 담았습니다.
우선 목회자들에게 ‘먹방, 음식 사진’ ‘여행 사진’ ‘단체 사진’ ‘대면 모임 사진’을 SNS에 올리지 말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어 교회의 주일예배 실황은 교인 단체 카톡방을 이용해 공유하자고도 했죠. 진 목사는 “주일 오전만 되면 페이스북에 온통 예배 실황이 올라오는데 이 또한 누군가에게는 공해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 목사가 이런 안내문을 만든 건 지난달 중순 평소 알고 지내던 한 권사님의 연락을 받은 것 때문이었습니다.
“목사님, 페이스북을 보면서 너무 큰 상처를 받아요. 코로나19로 저뿐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 회사에서 잘릴까 봐 전전긍긍하며 살고 있는데,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목사님들의 포스팅을 보면 너무 행복해 보입니다. 좋은 곳에 여행 가셔서 맛있는 걸 먹었다고 자랑하는 사진이 칼이 돼 제 가슴을 찌릅니다.”
진 목사는 이 말을 들으면서 앞이 캄캄해졌다고 합니다. 마치 거울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죠. 그 마음을 안내문에 담은 겁니다. 실제 SNS에서는 목회자의 일상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신이 누구와 뭘 먹었는지 자세히 포스팅하는 목회자도 여럿 있습니다. 교인들과 좋은 곳에 갔고 맛있는 요리를 먹었다는 내용의 포스팅도 쉽게 찾을 수 있죠.
목회자가 엄청난 특권을 누리거나 사치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요즘처럼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도 사무실에만 앉아 있을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를 만나면 밥을 먹고 차를 마셔야죠. 일상인 셈입니다. 하지만 이런 일상을 SNS로 알릴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목회자가 남긴 일상의 흔적이 누군가에게는 깊은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마태복음 18장 6절에는 ‘연자 맷돌’ 비유가 나옵니다. “누구든지 나를 믿는 이 작은 자 중 하나를 실족하게 하면 차라리 연자 맷돌이 그 목에 달려서 깊은 바다에 빠뜨려지는 것이 나으니라.”
두려운 경고입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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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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