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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으로 악(惡) 이겨낼 것"…가자전쟁, 남겨진 자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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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데일리굿뉴스| 작성일2024-02-26 | 조회조회수 : 2,05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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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⑥남겨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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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와 인터뷰 중인 베네딕트 킹(왼쪽)‧메이라브 킹 부부 ⓒ데일리굿뉴스


    [데일리굿뉴스] 천보라 기자 = '나는 부정한다(denial)'.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거짓에 맞서 진실을 지켜내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영화는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진행된 홀로코스트 재판 실화를 다뤘다. 24년이 지났다. 역사를 부인하는 반(反)유대주의자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당시 민간인 1,200여 명이 학살됐다. 반유대주의자들은 또다시 진실을 부정하고 나섰다. 그들은 하마스가 자행한 참혹한 범죄 행위에 대해 이스라엘의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메이라브 킹‧베네딕트 킹 부부는 생존자다. 부부가 살던 이스라엘 남부 비에리 키부츠(집단농장)는 하마스 기습 공격 당시 많은 사망자와 납치 피해자가 발생한 지역이다. 킹 부부는 하루아침에 가족 같은 이웃들과 삶의 터전을 잃었다. 그날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부부가 서울에 왔다. 남겨진 자로서 그날의 참상을 증언하기 위해서다. 이스라엘을 돕는 기독교 선교단체인 원뉴맨 패밀리(대표 설은수 목사)의 주선으로 지난 24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부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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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웠던 비에리 키부츠 전경.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마을은 폐허가 됐다.(사진 제공=원뉴맨 패밀리)


    - 가자지구 인근 비에리 키부츠에 정착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베네딕트 : 매우 아름다운 곳이고,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이 항상 평화를 이룰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이때까지는 항상 평안했습니다.


    - 평소 가자지구 및 아랍인들과의 관계도 좋았나요.


    베네딕트 : 가자지구에서 많은 아랍인이 키부츠에 일하러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아랍인이 있을 만큼 서로가 굉장히 우호적이었습니다.


    메이라브 :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면 키부츠 주민들이 직접 나서 도왔어요. 정치적 관계가 예민해져서 가자지구 주민들이 일하러 나올 수 없는 상황일 때도 키부츠 주민들이 함께 돈을 모아 후원금을 전달했죠. 특히 의료 지원이 필요한 주민이 있을 때 이스라엘 병원으로 데리고 가기도 했어요. 정부에서 어떤 요청이 있거나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키부츠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 일이었어요.


    - 10월 7일은 욤키푸르 전쟁 50주년 이튿날로, 초막절 절기 마지막 날이자 안식일이었습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있기 전, 키부츠의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베네딕트 : 10월 6일 금요일은 저희에게 가장 즐거운 날 중 하나였습니다. 보통 초막절 마지막 날에는 가족이나 친구들을 집에 초청해서 함께 그 절기를 기뻐하고 축하합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무척 기쁘고 흥분되는 날이었습니다.


    메이라브 : 그날은 키부츠의 기념일이기도 했어요. 주민들이 함께 모여 춤추고 노래하며 축제를 즐겼는데, 그 행사를 주최했던 많은 사람이 바로 다음 날 살해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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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마스가 불을 질러 전소된 건물 (사진 제공=원뉴맨 패밀리)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축제가 벌어졌던 마을은 아비규환의 살육 현장이 됐다. 흥겨운 노래와 웃음소리 대신 총소리와 비명이 난무했다. 방공호에 들어간 부부는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소리를 들으며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 하마스가 불을 질러 연기까지 들이찼다. 수시로 위기와 공황이 찾아왔지만, 삶이 계속될 거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부부는 극한의 상황에서 무려 13시간을 버텼다.


    - 힘들겠지만, 그날의 이야기를 해줄 수 있습니까.


    베네딕트 : 아침 6시 반 로켓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평소에도 가자에서 발포되는 로켓이 많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번에도 오래 지나지 않아서 끝날 거로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습니다. 핸드폰에 방공호로 들어가라는 긴급 메시지가 왔습니다. 저희는 그때도 방공호에 있는 시간이 길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곧 키부츠 그룹으로부터 많은 테러리스트가 왔다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악몽이 시작됐습니다. "테러리스트가 우리집에 왔어" , "밖에 아랍어 소리가 들려", "총기 난사하는 소리가 들려"라는 메시지가 왔습니다. 집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메이라브 : 너무 무서웠어요. 당시 전기가 끊겨 어둠 속에 있었고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보지 못했어요. 이웃의 비명과 자동으로 발사되는 기관총 소리가 계속 들렸어요. 폭탄 터지는 소리가 들릴 땐 집이 심하게 흔들렸어요. 곧 테러리스트들이 집에 들어와 뭔가 부수는 소리가 났어요. 이어 테러리스트들이 방공호 문을 열려고 시도했고, 베네딕트가 문을 붙들어 막았어요. 방공호에 들어오지 못한 테러리스트들이 집에 불을 지르고 배수관을 터트렸어요. 연기와 냄새가 방공호 안으로 들어왔어요. 너무 뜨거웠고 숨 쉬기 어려웠어요. 숨을 약하게 쉬며 잠들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산소가 부족했어요.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이 두려웠지만, 용기를 내 창문을 열었어요. 밖에서 계속 폭탄이 터지고 화재가 일어나 공기가 신선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창문 가까이 붙어 숨을 쉬었어요.


    창문으로 테러리스트들이 지나가는 게 느껴졌어요. 세 명의 테러리스트가 같이 다녔는데 계속 창문을 두드리며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어요. 저희는 인기척 내지 않고 죽은 듯이 가만히 있었어요. 제 인생에서 그런 두려움과 공포를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죽음이 제 앞에 와 있는 것처럼 느꼈고, 살아서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조차 못 했어요. 하지만 속으로 하나님께 계속 기도했어요. "우리의 삶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할 일이 너무 많다"고 이야기했어요. 한참 지나자 바깥에서 히브리어로 소리치는 게 들렸어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붓으로 창문을 두들겨 우리가 있다는 것을 알렸고 군인들이 저희를 구출해줬어요.


    - 처음 마주한 참사 현장은 어땠나요?


    메이라브 : 방공호에서 나와 군인들의 엄호 아래 트럭으로 뛰어갔어요. 파자마 차림에 맨발인 채로요. 당시 군인들이 옆을 보지 말라고 당부했는데, 알고 보니 거리에 시체들이 너무 많아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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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에리 키부츠에서 대규모 희생이 발생했습니다. 이웃이나 지인 중 희생자가 있나요?


    메이라브 : 저희 키부츠는 주민이 천 명 정도 되는 크지 않은 마을이에요. 이번 공격을 통해서 주민 10%가 살해됐고, 서른여섯 명이 인질로 잡혀갔어요. 친구와 이웃들의 이름이 한동안 뉴스에 계속 나왔어요. 시신의 손상이 매우 심해서 신원을 파악하는데 몇 주가 걸렸어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들에게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할 수 있었어요. 끔찍한 이야기지만, 사실 이들에게 정확하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지 않아요. 저희가 잔디에서 함께 보냈던 시간을 마지막 기억으로 남기고 싶어요.


    - 믿었던 만큼 배신감도 컸을 것 같습니다.


    베네딕트 :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습니다. 여러분도 여러분의 이웃(북한)을 너무 믿지 마세요. 여러분이 가진 것을 보호하고 또 강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메이라브 : 가장 마음이 안타까운 것은 사람에 대한, 인류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거예요. 지금처럼 사람이 무서운 적은 없었어요. 저희와 같은 민간인들을 공격하려고 가자에서 테러리스트들이 3,000여 명이 왔어요. 3,000여 명의 테러리스트가 폭력과 강간, 살인 등 정말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일들을 자행했죠. 특히 10월 7일 가자에 있는 사람들이 이번 공격을 기뻐하고 축하했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다른 이들의 죽음으로 기뻐했다는 사실은 아직도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요.


    - 홀로코스트 때도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10월 7일의 참상이 왜곡됐다는 여론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베네딕트 : 이렇게 말하는 분들이 저희 집과 공동체에 와서 직접 보셨으면 좋겠습니다.대답하기 어렵지만, 그 당시에 저희가 당한 것은 악이었습니다. 


    메이라브 : 수많은 민간인이 죽었는데 어떻게 왜곡됐고 과장됐다고 이야기 할 수 있죠? 아시다시피 이번에 가자 국경 근처에서 노바 페스티벌이 있었습니다. 테러리스트들이 하늘과 땅에서 침투해 축제를 즐기던 젊은이들을 마구 죽였는데 이걸 어떻게 왜곡됐고 과장됐다고 이야기할 수 있나요. 하마스가 당시 참혹했던 현장을 생방송했고 사진과 영상도 올렸잖아요. 그저 사람들이 믿고 싶지 않기 때문에 부인한다고 생각해요.


    -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전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번 전쟁이 팔레스타인과의 관계 가운데 어떤 전환점이 될까요. 이스라엘 전반적인 여론은 어떠합니까.


    베네딕트 :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가자에 잡혀 있는 인질들이 다 돌아올 때까지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팔레스타인은 자의든 타의든 결국 공존의 대상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심지어 말살하려는 반유대주의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하마스가 합법적인 정당으로서 가자지구를 다스릴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이스라엘이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베네딕트 : 정치인이 아니라서 저에게는 해결책이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유대인들은 유대인들의 땅에 살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팔레스타인 땅에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각자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일어났던 일들은 아무것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특히 아이들이나 임산부, 노인 등을 학대하고 강간하고 죽였다는 건 정당화할 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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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딕트 킹(왼쪽)‧메이라브 킹 부부는 당시 참상을 힘겹게 증언했다. 메이라브가 고통스러워하는 베네딕트의 손을 잡고 있다.ⓒ데일리굿뉴스


    부부는 하루하루 힘겹게 사투 중이다. 남겨진 자들의 책무를 오롯이 감당하기 위해 한국까지 왔지만, 결국 부부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끝으로 언론과의 일정을 마무리한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 중에도 그들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차분하게 증언하다가도 기억을 되짚을 때면 이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그럴 때면 부부는 손을 꼭 잡고 서로를 바라봤다.


    -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베네딕트 : 이 트라우마를 설명하기가 정말 힘듭니다. 제 모든 일상에서 이전의 삶과 잃어버린 것들이 그림자처럼 떠오릅니다. 특히 고함이나 폭발 등 큰 소리가 나거나 공사 소리 등 큰 소리가 날 때 열세 시간 지옥에 있었던 그때가 생각나서 펄쩍 놀랍니다. 그런 소리와 상황들이 너무 무섭습니다. 또 어떤 날은 우울하고 아주 슬픕니다. 많은 과정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해야 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메이라브 : 살아남아서 너무 감사하지만, 이전의 삶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다 잃어버렸고, 모든 것이 다 파괴됐습니다. 삶이 마치 찢어진 것만 같습니다.


    - 그럼에도 삶은 계속됩니다. 어떻게 살아가실 건가요.


    베네딕트 : 제 삶에 두 번째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은 새로운 삶을 재건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라이프 코치가 되려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서 상담해 주고 새로운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저의 트라우마도 더 극복되리라 생각합니다.


    메이라브 : 저도 미술 치료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2년 동안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 일이 있고 난 후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제 삶의 의미를 찾게 됐고 지금 저의 유일한 루틴입니다. 이 루틴을 되찾아서 좋습니다.


    - 이번 전쟁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 주시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베네딕트 : 몹시 어려운 질문입니다. 대답하기에 너무 어렵네요. 하지만 이번 일이 일어나고 이스라엘에 큰 변화가 생겼다면 배경과 직업, 자신의 어떤 가치관에 상관없이 서로 돕고 지원하며 함께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마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이 더 연합해 새 힘과 새 능력으로 앞으로의 날들, 미래를 세워나가길 원하시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 종교적 장벽을 뛰어넘어 한국교회에서 특별히 유대인들을 위해 기도하고 또 마음을 보내고 계십니다.


    메이라브 : 너무 놀랐습니다. 저희를 위한 지원, 또 돕는 분들이 있다고 생각조차 못 했습니다. 한국에 와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저희를 향한 진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저희가 더 강건해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세계에 저희의 신실한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합니다.


    -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베네딕트 : 사랑으로 모든 악을 극복하셔야 합니다.


    메이라브 : 다양한 종교를 가지고 각각 다른 이름을 부르지만,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며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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