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유가족 회복의 길 교회와 성경에 있습니다”
페이지 정보
본문
교재 ‘로뎀나무 아래에서’ 출간
장진원 서울 도림감리교회 목사(왼쪽)와 윤성민 집사가 지난 17일 교회에서 ‘로뎀나무 아래에서’를 활용한 성경공부 모임 활성화를 논의하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인터넷에서 보고 무작정 찾아갔어요. 두 가지에 놀랐습니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어주는 예배가 있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많은 교회가 있는데 자살유가족을 위로하는 예배는 딱 하나뿐이라는 것이요.”
6년 전 아들과 함께 자살유가족 위로예배에 참석했던 윤성민(가명) 서울 도림감리교회(장진원 목사) 집사가 받은 첫 느낌이다. 10년 가까이 우울증 치료를 받은 그의 아내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윤 집사는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를 위해서라도 긴장의 끈을 바짝 동여매야 했다. 아등바등 버티던 삶은 채 1년이 되지 않아 탈이 났다. 그는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아들과의 갈등이 터져 나왔고 직장까지 그만둬 감정기복이 심해졌다. 어떻게 하면 티 안 나게 삶을 끝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나날이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장례식 이후 뚝 끊겨버린 교회와 성도들의 관심은 아내이자 엄마를 잃은 부자에게 더 큰 상처를 줬다. 담임목사에게 “우리 교회 표어가 ‘가족 같은 교회’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호소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현실을 부정해가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윤 집사에게 실낱같은 희망이 돼 준 게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이사장 임용택 목사)가 진행하던 자살유가족 위로예배였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지닌 이들이 마음을 열고 서로를 위로하는 모임 속에서 부자는 조금씩 상처를 메워갔다. 얼마 후부터는 장진원 목사의 요청으로 윤 집사가 예배 후 자조모임을 맡았다.
“처음엔 막막했는데 내게 영향을 줬던 성경 구절과 그 의미를 차근차근 돌아보며 A4용지에 적었습니다. 구원 용서 고난 등을 주제로 성경을 묵상하고 각자의 상황을 나눌 수 있게 문항들을 준비했지요. 그 과정을 통해 떠난 가족을 붙잡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내려놓고 나를 돌아보는 겁니다. 궁극적으론 상황과 사람은 상처를 주지만, 성경은 진정한 위로를 준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2년 전부터는 윤 집사가 준비한 성경공부 자료에 장 목사의 심리검사 자료를 더해 12주 분량의 커리큘럼을 마련했다. 장 목사는 “자살유가족은 가족의 상실 이후 충격·직면·조정 시기로 구분되는 애도 과정을 거치며 정서적 하강과 상승을 경험하는데 지금이 자신에게 어떤 시기인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성찰하며 과거 현재 미래를 조명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자살 이후 남은 이가 겪는 상황들’ ‘상실에 대처하기 위한 지침’ ‘생명을 살리는 공동체가 되는 방법’ 등 유가족과 이들을 보듬고자 하는 교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더해 ‘로뎀나무 아래에서’란 이름의 교재를 출간했다. 상심과 좌절 가운데 로뎀나무 아래서 하나님의 위로와 새 힘을 얻었던 엘리야 선지자(왕상 19:4~8)를 떠올리며 우리와 함께 울고 계실 성령님을 발견하자는 의미다.
윤 집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우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교회가 생명의 방어막을 준비해둬야 할 시기임을 깨닫는다”며 “‘로뎀나무 아래에서’가 이를 위한 좋은 도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라이프호프는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된 자살유가족 성경모임 지도자 교육을 올 하반기부터 진행할 계획이다. 장 목사는 “불이 나지 않더라도 소화기는 준비해둬야 한다”며 “한국교회가 ‘떠난 이’와 ‘남은 이’를 위해 진정한 ‘돕는 이’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국민일보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관련링크
-
국민일보 제공
[원문링크]
- 이전글[NY] 퀸즈장로교회, 온라인 여름성경학교 오픈- 8월4일부터 6일까지 진행 20.07.24
- 다음글코로나 19의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 빛을 비추는 교회들 20.07.21